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소속 AS기사 이아무개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27일 구속됐다. 이씨가 지난 6월12일 삼성전자 수원 본사 앞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석하던 중 ‘성명불상자’ 등과 함께 경찰을 밀쳐 다치게 했다는 게 경찰과 검찰 주장이다. 노동조합은 검경이 증거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 집행했고, 이 같은 무리한 수사의 배경에 ‘삼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사진=삼성전자서비스지회)

28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지회장 위영일)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지난 24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일하는 AS기사 이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벌인 뒤 사흘 뒤인 27일 영장을 발부했다. 이씨과 그 동료들은 6월12일 낮 삼성 본사 주변에서 행진한 뒤 본사 앞에서 열린 ‘고 염호석씨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과정에서 이를 통제한 경찰과 충돌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청구사유서에서 “(이씨와 성명불상자 포함 6명이) 도로점거 현장을 채증하려던 이아무개 경찰관경찰의 캠코더를 빼앗고 넘어뜨린 뒤 폭력을 행사했다”며 “(이씨 등이) 피해자를주먹과 발로 얼굴과 정강이 부위를 걷어차 약 14일 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했다”고 제시했다. 검찰은 채증 동영상과 CCTV영상으로 범행이 확인되지만 이씨 등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성명불상자와 함께 진술을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다며 구속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행진과 문화제는 합법이었고 이를 방해한 것은 경찰이었으며 일부 충돌은 있었지만 경찰에 상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구속사유서에 나온 수사기관의 논리는) 이 조합원이 ‘성명불상자’와 공동해서 캠코더를 빼앗고, ‘성명불상자’와 합세해 경찰을 넘어뜨렸으며, ‘성명불상자’와 합동해서 상해를 입혔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은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유령이 집회를 배회하다 폭력을 행사하고 증거인멸을 했다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경찰이 가로막았고, 이 과정에서 충돌은 있었지만 조합원들은 경찰을 가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경찰 역시 상해를 입은 경찰관에게 가해를 입혔다는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며 “검찰이 (문화제) 130여일이 지난 후에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발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경찰의 소재수사가 실패했던 것은 경찰 자신의 무능 때문이지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실거주지가 다르단 사실만으로 구속하는 것은 너무나 터무니없다”며 “더군다나 수원지검은 조사 이후 피의자가 자신의 죄명과 죄명에 따른 형량을 ‘문의’한 것 역시 ‘도주 우려’에 대한 근거로 삼고 있다. 형사피의자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가 뭔지 묻는 것이 구속의 근거가 된다는 발상은 검찰의 구속사유가 얼마나 궁박한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6월12일 당일 삼성전자 정문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 이르는 1.6㎞의 도로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의해 1개 차선 양방향 집회 신고가 돼 있었다”며 “그날 500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들은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 장소에서 ‘버스킹 문화제’를 열고, 유쾌한 분위기로 노래와 춤 공연 등을 펼쳤다”고 전했다. 경찰이 합법집회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공무집행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공무방해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것.

노조는 이어 “경찰은 이아무개 조합원이 모자를 쓰고 있어 자신의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을 것을 예견하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그가 누명의 희생양이 된 것은 경찰이 본 명찰이 오직 그의 것뿐이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 때문이다. 자신의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 사람이 이름표를 떼지 않았겠는가? ‘범행’을 부인하는 것이 구속의 근거가 된다는 주장은 허위자백을 강요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경이 사건 넉달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구속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삼성’이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노조는 “유독 삼성 자본이 관련된 사건에서 공권력은 남용되고 있다”며 “가깝게는 지난 5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도부의 구속이 그랬고, 멀리는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의 명예훼손 실형선고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과거부터 여러 차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삼성관리 판사, 삼성장학생 검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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