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가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점검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매뉴얼까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행정조치가 전무하다는 점까지 더해 ‘짜고치는 고스톱’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고용노동부 사업장 점검 시 대응 요령’이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위법사항을 은폐하고 법적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상세히 기술돼있다.

▲ 삼성전자서비스의 근로감독수검매뉴얼. (은수미 의원실 제공)

해당 문건에는 고용노동부 감독관의 실적을 채워주기 위해 취업규칙 게시 의무 위반과 같은 경미한 법 위반 사항을 4~5개 미리 준비해 더 심각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임금 및 근로시간 위반·불법하도급·불법파견 등 중대한 위법사항이 지적될 시에는 확인서명을 거부하고 별도로 대응할 것 등의 지침이 명시돼있다.

또, 해당 문건에는 회의실을 깔끔히 하고 다과 및 음료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준비해 근로감독관을 기선제압하라는 내용이나 잘난 척이나 다른 감독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행위는 피하라는 식의 ‘꼼수’ 등도 나열되어 있다.

▲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창립 1주년 및 1만인조직화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은수미 의원 측은 “이 문건은 삼성이 국가의 근로감독권 행사를 무력화 하려는 부당한 의도로 대응을 해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의 각종 위법행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못한 이유와 위장도급 등에 대한 고용노동부 수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 등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수미 의원 측이 고용노동부를 통해 제출받은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근로감독결과를 보면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와 같은 매뉴얼이 효력을 톡톡히 발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 및 협력회사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2차례 실시된 근로감독에서 시정조치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고 협력사의 경우 여러 시정조치가 내려진 바 있으나 사법처리가 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서비스 및 협력업체의 근로감독 결과. (은수미 의원실 제공)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각종 불법파견 등의 논란에 휘말리고 있고 협력사들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을 볼 때, 위의 결과는 고용노동부가 이들에 대한 적절한 근로감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은수미 의원은 이에 대해 “다른 일반 기업들에 비해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법위반 사실을 눈감아 주었거나,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페이스에 말려든 게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된다”면서 “결국 고용노동부와 삼성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가능한 관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꼬집었다.

은수미 의원은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엄중한 지침을 마련하고 근로감독행정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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