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60분>이 실적 압박과 생활고 등으로 세상을 떠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기사들의 실태를 조명했다.

<추적60분>은 19일 <고객님, 만족하셨습니까! 어느 수리기사의 죽음>(취재 김문식·김종석, 글 구성 유수진)을 보도했다. <추적60분>은 삼성전자 마크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사실상 삼성전자의 지시 아래서 업무를 수행하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의 위험한 노동 실태를 다뤘다.

▲ 19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고객님, 만족하셨습니까! 어느 수리기사의 죽음'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 거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 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유언을 남긴 최종범 씨는 1년 내내 수리 공구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말쑥한 이미지를 위해 회사가 시키는 대로 구두를 신은 채 난간에 올랐다.

에어컨 실외기 중수리기사였던 그는 “죽어라고 일을 하는데 왜 이렇게 난 돈이 없냐”고 고백할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다. 기본급도 없이 수리 건 당 발생하는 비용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그를 더 궁지로 몬 것은 고객들의 ‘평가’였다. ‘매우 만족’이라는 최고점을 받아야만 하는 업무 체계는 그를 짓눌렀다. 사장은 고객 불만이 뜨면 종범씨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라고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임현우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은 그가 ‘삼성’ 자가 들어간 회사에 들어갔으니 당연히 삼성 직원인 줄만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임현우 씨는 근무복을 입은 채로 정신을 잃었고 지난해 9월 중증 뇌출혈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다.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2시간 일했던 그는 성수기 때 300만원 가량을 벌었고, 나머지 시기에는 100만원대 초반의 임금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찍힌 그의 월급은 882,350원이었다.

전국 각지 800여명의 수리기사들을 서울 서초 삼성 본사로 집결시킨 염호석 씨의 죽음도 다뤄졌다. 경찰의 염호석 씨 시신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기 위해 대치중이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발사한 것, 부모님조차 “이런 (강경 진압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무시하고 강행된 것 등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76년 ‘무노조 기조’를 고집했던 삼성에서 첫 단체협약이 탄생한 직후, 염호석 씨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정동진에서 장례를 치르는 장면도 빠지지 않았다.

▲ 경찰은 지난 5월 8일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염호석 씨의 시신을 탈취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접근할 수 없도록 290여명의 경찰이 투입됐고, 경찰은 서슴없이 최루액을 쐈다.

지나친 ‘고객만족’ 압박에 “진짜 죽을 것 같았다”

<추적60분>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이 언제나 과도한 ‘고객만족’을 요구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객 서비스 만족도 1점에 희비가 갈리는 현실을 파고든 것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반성문 형식의 대책서를 써 동료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고, 때로는 팀 전체가 롤 플레이라는 역할극을 벌여 고객 응대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따져야 했다. 퇴근 후에도 다시 회사로 불려간 것은 물론이었다. 한 수리기사는 “"그 중압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숨이 콱 막힌다. 공황장애 같이 1분에서 2분 ‘진짜 죽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적이 낮으면 정신력 강화를 이유로 아침 강제 산행을 하고, 정상에 오르면 그 자리에서 ‘자신이 왜 높은 실적을 올리지 못했는지’ 자아비판을 해야 했다. “센터장이 ‘실적이 인격이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전한 한 기사의 말은 진실이었다.

▲ 과도한 '고객만족'을 요구받는 것을 두고, 한 수리기사는 "점수를 구걸하는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추적60분>은 또한 대외조사업체에서 실시하는 고객만족도 1위 기업 선정 설문조사 등에 기사들이 투입돼 경쟁사의 점수는 매우 불만(1점)으로, 자사는 매우 만족(10점)으로 매기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무환경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은 감정노동을 일상적으로 행하는 일반 서비스직 직원들보다도 우울증 고위험군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를 벌인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30대의 젊은 남성들이 자기 업무를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려요. 그게 정말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추적60분>은 ‘고객 만족도 1위’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이면에는 협력업체 기사들의 눈물과 아픔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이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노사가 기준단체협약을 타결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본급 120만원. 수리 건수가 60건을 넘기면 면 1건 당 2만 5천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8시간 일할 경우 1시간을 점심 및 시간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너무도 소박한 이 조건을 보장받기까지 30대 수리기사 세 명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는 한국서비스품질지수에서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이들이 자랑하는 고객만족 1위의 이면엔 삼성전자도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원도 아니면서 성실히 땀흘려온 협력업체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1등서비스라고? 노동자들 착취로 만든 1등!”

19일 <추적60분>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세상을 떠난 협력업체 기사들의 사연을 안타까워하는 한편, 이들을 쥐어짜고 벼랑 끝으로 모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행태에 분노와 불만을 표시했다.

한 트위터리안(@en********)은 “KBS 추적60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분노와 전투성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좀 더 이해하게 된 듯하다. 보는 내내 숨이 막혔다. 고객만족을 빙자한 노동자 쥐어짜기·통제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더더욱”이라는 감상을 남겼다. 다른 트위터리안(@x_*****)은 “삼성전자서비스 센터 근무자들의 연봉과 처우를 보면서 삼성전자의 연봉 잔치에 제삼자인 내가 다 적개심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Ku********)은 “삼성전자 1등서비스라고? 노동자들 착취로 만든 1등! 삼성전자 불매운동 합시다”고 주장했다.

“안 그래도 삼성전자 제품은 불매하고 있지만, 어제 추적60분에서 보여준 삼성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치를 떨게 만들었다. 고객만족? 고객만족을 위해 기사들의 인권은 무시하는 거냐”(@Te******),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직원들이 제발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을 받길, 노동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길”(@Mo*********), “추적60분. 삼성전자의 흑자는 에이에스 기사들의 죽음을 반석삼아서 이루어지는군요”(@yi*****) 등의 반응도 있었다.

▲ KBS 추적60분 시청자 게시판에 많은 글이 올라와 있는 모습

<추적60분> 게시판도 방송 후기가 많이 올라왔다. 19일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올린 글만 4페이지가 넘는다. 시청자 송근영 씨는 “가슴이 아파요. 좋은 서비스를 하는 건 좋지만 직원들 목을 조이고 이로 인해 나쁜 고객들이 역선택을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회사는 고객만큼이나 직원을 지키고 사랑해야죠. 정말 너무하네요”라는 소감을 적었다.

시청자 박지영 씨는 “<추적60분> 방송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 프로그램 덕에 많은 걸 보고 사회 부조리에 분노와 국민으로서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매번 깨닫게 돼요. 지금처럼 열심히 해주세요!!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봅니다”라고 제작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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