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형전은 청송·형옥을 신중하게 할 것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수령은 먼저 교도(敎導)하고 다음에 형벌한다는 신조를 굳게 가져야 할 것을 역설하였다. 공전은 산림·산택·영전의 합리적 운영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주로 산업 개발과 관련된 행정 문제를 다루었다.

이 글은 형전과 공전에 대한 설명이다. 형전에 대한 설명은 무리가 없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전에 대한 설명이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용어의 선택이다. 목민심서 공전의 여섯 개 조는 산림(山林) 천택(川澤), 선해(繕廨) 수성(修城), 도로(道路), 장작(匠作)이다. ‘사전’의 글에서는 ‘산림·산택·영전’을 거론하고 있다. 산택은 천택(川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앞에서 산림을 거론하고 있는데 다시 산(山)을 포함하는 산택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 이렇게 거론하면 대상 사무도 맞지 않게 된다.

산림의 내용은 소나무에 대한 정사와 산의 경작에 대한 내용, 그리고 인삼과 돈피, 금은동철과 지방의 특산물이 대상 사무이다. 천택의 사무는 수리(水利)에 대한 것으로 하천과 저수지, 강이나 해안가의 제방 등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보듯이 산택과 천택의 대상 사무는 명백하게 다르다. 산택은 천택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이어서 말하는 영전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한자가 병기되어 있지 않으니 그 뜻이 더욱 모호하다. 우선 목민심서 공전의 6개조에는 영전이라는 조항이 없고 공전 자체에도 영전의 내용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목민심서 전체를 살펴봐도 다산은 영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시대 다른 기록을 보면 당시 영전이라는 용어는 대략 影殿(초상을 모신 전각), 令典(법령), 靈前(죽은 이의 영혼을 모셔 놓은 자리의 앞) 榮轉(더 좋은 자리로 옮기다), 營田(진영陣營 소속의 토지) 등의 내용이 있다. 사전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대 여기서 말하는 영전은 맨 후미의 영전(營田)으로 보인다. 다른 용어는 이 글의 성격과 명백하게 맞지 않는 용어다.

영전은 당대의 기록을 참조해 보면 수군 군영 소유의 토지로, 여기서 나오는 소출로 군량을 보충하는 목적을 가진 토지다. ‘사전’에서 말한 영전을 이 영전으로 본다고 해도 목민심서 공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다. 설사 영전에 대한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는 세법의 면세전이나 궁전이나 둔전(屯田)에서 거론해야 할 내용이지 공전의 내용과는 맞지 않는 글이다.

백번 양보해서 천택의 다섯 번째 글 ‘토호(土豪)와 귀족(貴族)이 수리(水利)를 멋대로 하여 자기의 전지에만 물 대기를 독점하는 것은 엄금하여야 한다’는 글에서 둔전으로 인한 백성 침탈 경우의 글이 보이나 이 역시 영전(둔전)의 합리적 운영방안이 아니라 수리를 독점하는 것을 경계하는 글이다.

‘사전’에서 말하는 영전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다음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이 ‘합리적 운영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주로 산업 개발과 관련된 행정 문제를 다루었다’는 표현이다. 이런 표현을 볼 때 사실 곤혹스럽다. 앞서도 한번 말한 바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따지면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학의 최고권위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자료라면 이런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 이런 식의 표현이라면 삼정의 문란인 전정이나 환곡, 군정의 문제도 그냥 합리적 운영방안을 제시했다고 하면 되는 일인가 반문할 수밖에 없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 사전 소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 사전 소개

사람들이 ‘사전’을 참조하는 이유는 그 ‘합리적 운영방안’이 무엇인가가 궁금해서다. 그냥 좋은 해결책을 말했다는 류의 서술은 도움이 안 된다. 공전에서 다산이 말하는 바 역시 명확하다.

산림의 내용 중 지역특산물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이야 각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지역특산물 홍보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수령이 지역특산물을 자랑하는 것은 큰일 날 일이다. 여기저기서 요구하고 이것이 정례화 되어 공납(貢納)하게 되면 영원히 그 고을 백성들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에는 ‘각 고을에 보물이 생산되는 곳은 대장을 만들어서 공조(工曹)와 그 도(道), 그 고을에 비치하고 간수한다’고 되어 있지만, 다산은 분명하게 ‘“무릇 보물의 소산이 다 그 지방 백성들에게 뼈저린 병폐를 주게 되는 것이니, 목민관은 마땅히 이러한 사정을 알아서 혹 얻어 달라는 요구가 있더라도 응하지 말며 보물이 있다는 보고가 있더라도 채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리적’이라는 것이 법에 규정된 것을 이렇게 명백하게 어기는 것도 포함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합리적이라는 것보다는 '백성의 이익'이 되는 관점에서의 문제해결 방식이 다산의 논리에 훨씬 근접한 표현이다.

이어지는 ‘주로 산업 개발과 관련된 행정문제를 다루었다’는 사전의 글은 목민심서를 이해하지 못한 대표적인 글이다. 공전의 내용은 위에서 말한 산림, 천택의 내용과 더불어 선해는 공공시설물의 보수에 관한 내용이고, 수성은 성곽의 보수과 관련된 내용이며 도로는 도로‧교량 등의 관리 그리고 공작은 농기계와 기물, 용품, 도량형에 관한 사무를 거론하고 있다.

이 내용을 산업개발과 관련된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굳이 산업개발과 관련된 내용으로 꼽으라면 농기구를 만들어 농사를 돕고, 물을 소통시키며 제방을 쌓고, 도로를 보수하고, 교량을 정비하는 것인데 이 역시 산업개발의 관점이라기보다는 백성들의 편의가 중심내용이며 이런 공사로 인한 백성의 침탈을 방지하는 것과 효과적인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목민심서는 산업을 개발하고 부국책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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