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뜻은 간단한 것 같지만 여기에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점을 잘 인식하고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 책에서 심서(心書)라고 한 뜻은 목민할 마음은 있었지만 몸소 실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였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는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하민(下民)들은 여위고 곤궁하고 병까지 들어 진구렁 속에 줄을 이어 그득한데도, 그들을 다스리는 자는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슬프지 아니한가!”라고 개탄하였다. 특히 수령 칠사(守令七事)의 하나인 간활식(奸猾息)에서 수령과 아전의 간활을 배제하고자 노력하였다.

이 문단은 무엇을 설명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기 힘들다. 첫 문장은 바로 앞의 내용인 ‘수령은 모름지기 『대학(大學)』에서 이르는 바 수기치인지학(修己治人之學)을 배우는 데 힘써 수령의 본분이 무엇인가를 직시하고 치민(治民)하는 것이 곧 목민하는 것임을 지적하였다.’를 설명하는 글로 보인다. 이어지는 내용은 책의 제목을 심서(心書)라고 한 이유와 당시 수령과 아전의 탐욕에 대한 비판과 대안에 대한 내용으로 보인다.

먼저 맨 앞의 문장은 앞의 문단에 연결돼야 그나마 뜻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학의 최고 권위가 있는 기관에서 편찬한 내용이라면 적어도 무엇이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를 말해줘야 한다. 그 심오한 의미가 뭔지 알아야 잘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전’의 글 전체를 살펴봐도 그 ‘심오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 문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말은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같은 내용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정약용의 목민심서 (사진= 2012년 한국고서연구회 창립 30주년 기념 '대한제국 도서전', 연합뉴스)

심서(心書)를 설명한 내용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글은 다산이 목민심서의 서문에서 책의 이름을 심서라고 지은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其謂之‘心書’者何?有牧民之心,而不可以行於躬也,是以名之。” 이 중 ‘有牧民之心’에 대한 해석인데, 이것을 ‘목민할 마음은 있었으나’라고 과거형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자는 과거‧현재‧미래형이 없다. 따라서 같은 글자라도 앞뒤 문장이나 글 전체의 내용을 살펴서 해석해야 번역상의 오류를 면할 수 있다. 그러므로 ‘有牧民之心’에서 유(有)자의 해석을 ‘있었다, 있으나, 있다면’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여기 사전에서처럼 ‘있었으나’라고 해석하면 과거에는 목민할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다산은 해배(解配)된 이후에도 다시 정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이 표현은 역사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산의 목민에 대한 의지를 목민심서를 저술하는 시기에 한정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이를 과거형으로 해석하면, 무엇보다 다산이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폄하하는 표현이 된다.

이어지는 수령과 아전의 탐욕스런 현실을 지적하면서 ‘수령칠사의 하나인 간활식에서 수령과 아전의 간활을 배제하고자 노력하였다’는 표현 역시 부적절하다. 목민심서는 책 전체가 수령과 아전의 간활을 배제하는 내용이며 수령칠사만 놓고 보더라도 이는 틀린 표현이다.

수령칠사는 다산이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책의 여러 곳에서 언급하는 내용이다. 수령칠사는 고을을 다스리는 데 힘써야 할 일곱 가지 일로서. 농상(農桑)이 진흥되고〔農桑興〕, 호구가 늘고〔戶口增〕, 학교가 일어나고〔學校興〕, 군정이 잘 되고〔軍政修〕, 부역이 고르게 되고〔賦役均〕, 사송이 간편하고〔詞訟簡〕, 간사하고 교활한 풍속이 없어지게 하는 것〔姦猾息〕이다. 수령이 임지로 떠나기 전 임금 앞에서 외워야 하며 관찰사가 관내 수령의 고과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수령칠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필자의 앞글 수령의 고적법 (관련기사▶<목민심서는 백성을 구하는 방법이다>)에서 말한 바대로 수령의 업무가 방대한데 이 일곱 가지로 고적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소략하다는 것이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무엇보다 일선행정에 미숙하고 명분에 사로잡히거나 탐욕스런 수령에게 수령칠사는 고을을 다스리는 기본 원칙이 아니라, 아전이 백성을 수탈하는 좋은 명분이 될 뿐이다. 농사를 돕는다는 핑계로 노동력을 착취하고(저수지‧축대 공사 등, 農桑盛), 호구가 증가하면 백성들 세금이 늘어나며(戶口增), 군정을 고치면 아전들 잔치판이 된다(軍政修). 향약과 향교를 일으키면 세력 있고 돈 있는 자들의 세금 회피처가 되고(學校興), 백성의 억울함을 무시하는 논리가 되고(詞訟簡), 도적을 잡으라는 포교(捕校)는 도적은 못 잡고 백성들 돼지와 닭만 잡는다(奸猾息). 수령 칠사 중 오직 부역균(賦役均)만 백성을 수탈하는 부작용이 없다.

이상의 내용이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말하는 수령칠사의 대략적 내용이다.

간활식에서 수령과 아전의 간활을 배제하고자 노력한 것이 아니라, 이는 수령칠사 전반에 걸친 내용이고 또한 책 전체에 걸쳐 수령과 아전의 간활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 목민심서다. 간활식만을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간활식에서’ 수령과 아전의 간활을 배제하고자 노력했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수령칠사를 별도의 주제로 다루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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