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제3편의 봉공은 첨하(瞻賀 : 우러러 축하함)·수법(守法)·예제(禮際 : 예로 교제함)·보문(報聞)·공납(貢納)·왕역(往役)의 6조로 이루어져 있고, 제4편의 애민은 양로(養老)·자유(慈幼)·진궁(振窮 : 가난한 사람을 구제함)·애상(哀喪)·관질(寬疾 : 불치의 환자나 중병자에게 너그러이 역을 면제해 줌)·구재(救災)의 6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네 편은 목민관의 기본자세에 대해 상세하게 논설하고 있다. 첫째 목민관 선임의 중요성, 둘째 청렴·절검(節儉)의 생활 신조, 셋째 민중 본위의 봉사 정신 등을 언급하였다.】

이 문장은 목민심서의 제3편 봉공(奉公)과 제4편 애민(愛民)에 대한 설명이다.

목민심서는 1902년 광문사에서 최초로 출판되었고 이후 1936년 위당 정인보 등의 교정을 거친 신조선사본, 그리고 1985년 다산연구회의 역주 목민심서 등이 있다. 광문사본과 이후의 본과는 각 조문의 차이가 있는데 제3편 봉공의 경우 광문사 본은 첨하(瞻賀), 수법, 예제, 보문(報聞),공납, 왕역의 6조로 구분하고 있고 신조선사본과 역주목민심서는 선화(宣化), 수법, 예제, 문보(文報), 공납, 왕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제목에 있어 차이는 있으나 내용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참고로 경세유표의 고적지법에서도 첨하와 보문으로 기록하고 있다

역주 목민심서 전면개정판 [창비 제공]
역주 목민심서 전면개정판 [창비 제공]

신조선사본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다산 사후 100주년을 맞이하여 민족적 자긍심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 정인보, 안재홍이 주도한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며, 다산연구회의 역주 목민심서는 당대의 석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우성 선생을 비롯한 16분의 선생들이(전공분야도 국문학, 한학, 경제사, 사회사 등 다양하다) 무려 10년에 걸쳐 이루어낸 성과물이다. 1902년 광문사본을 보완한 것이 1936년의 신조선사본이고 이를 더욱 보완한 것이 1985년 완결된 역주 목민심서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서 이런 후대 연구자들의 결과를 따르지 않고 광문사본을 채택했다면 뭔가 근거가 있어야 할 텐데 ‘사전’에서는 광문사본의 분류체계를 따른다는 말만 하고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다. 최고권위 기관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마땅히 봉공의 분류체계는 신조선사본이나 다산연구회의 분류체계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광문사본을 따라서 봉공6조의 제1조를 선화가 아닌 첨하로 한다고 해도 첨하(瞻賀)를 ‘우러러 축하함’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 사전적 해석으로는 맞는 뜻인지 모르겠으나 목민심서에서는 우러러 축하함으로 해석해서는 절대 안 된다. 광문사본을 따르더라도 첨하 조는 모두 네 개의 글로 되어 있는데(신조선사본이나 다산연구회 것은 여덟 개의 글) 글의 주제가, 망하례(望賀禮), 망위례(望慰禮), 국기일(國忌日), 선화(宣化 조정의 법령을 선포함)다. 망하례야 축하할 일이겠으나 망위례는 임금 등의 상사(喪事)에 대한 일이고 국기(國忌)는 임금 등의 제사에 관한 일이다. ‘사전’의 기록처럼 ‘우러러 축하하면’ 그 수령의 목이 온전할지 모르겠다.

애민 6개조는 현대의 용어로 바꾸자면 노인복지, 아동복지, 빈민구제, 상을 당한 사람을 보살피는 것, 장애인 복지, 재난대처의 업무로 볼 수 있다. 이 애민 편에는 다산의 목민심서가 왜 위대한 저서인가를 말해주는 한 가지 중요한 내용이 있다.

지금까지는 흔히 애민 편을 ‘다산의 지극한 백성에 대한 사랑’이라고만 설명하고 여기서 더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애민 정신은 논어에도 있고 맹자에도 있고 다산 말고도 모든 학자들이 누누이 말한 바이다.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애민을 강조했다고 특별히 위대할 이유가 없고, 여기서 등장하는 정책의 내용도 다산만 얘기한 내용도 아니다. 다른 학자들도 얘기한 분야다. 다산만이 백성을 더 특별하게 사랑한 것이 아니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애민 6조의 진정한 가치는 목민심서가 수령의 고과평가항목 54개조라는 점에 있다. 수령의 고과평가항목 54개조에 포함된다는 것은 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포함시킨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린이에 대한 정사, 빈곤층에 대한 정사, 장애인에 대한 정사가 백성을 사랑하는 수령 개인의 성품에 기대는 시혜의 차원이 아니라 ‘지방행정의 공식 사무’로 행정의 분야에 포함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들어서야 겨우 한 일이다. 사회복지의 영역이 지금도 시혜의 차원, 봉사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19세기 초반 이를 행정의 공식영역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인류사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사전’에서 말한 ‘이 네 편은 목민관의 기본자세에 대해 상세하게 논설하고 있다’는 표현은 반만 맞는 말이다. ‘사전’에서 얘기한 네 편은 부임, 율기, 봉공, 애민의 네 편을 말하는데 다산도 이 네 편을 치민(治民)이 아닌 수신(修身)의 범주로 포함시키고 있지만 수신의 범주로만 해석하면 목민심서의 진정한 가치를 외면하게 된다. 수신의 관점으로만 해석한다면 여기서 다산이 말한 청렴이나 청탁의 방지, 봉공의 내용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복지의 영역들이 개인의 성품이나 윤리적 문제로 끝나 버린다. 그러나 다산은 부임을 제외한 나머지 율기, 봉공, 애민을 수령 고과평가항목 54개조에 포함시키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은 시혜의 차원이 아니라 강제적인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목민심서 그리고 다산의 뜻이다.

사전의 이 평가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다산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목민심서를 그저 그런 흔한 도덕책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애민 관질의 해석도 목민심서와는 맞지 않는다. 관질 조에 불치의 환자나 중병자도 등장하지만 그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각종 정책과 전염병의 대처에 관한 문제가 중심이다. ‘사전‘의 관질에 대한 해석 역시 목민심서의 관질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사전적 해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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