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하종삼 칼럼] 원고의 순서는 먼저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사전으로 표기함)의 목민심서 해설을 【】 안에 인용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예전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예법과 교화·흥학의 이정표를 잘 세울 것을 권유하고 있다. 병전은 연병·어구(禦寇 : 외적을 방어함)의 국방책을 말하였는데, 특히 당시 민폐가 가장 심했던 첨정·수포의 법을 폐지하고 군안(軍案)을 다시 정리하며 수령은 앞장서서 평소부터 군졸을 훈련시킬 것 등을 강조하였다.】

이 글은 예전과 병전에 대한 해설이다. 예전의 내용은 설명이 부적절하고 병전의 내용은 다산이 말한 바를 완전히 반대로 설명하고 있다.

‘사전’에서는 예전을 설명하며 온고지신의 예법을 거론하고 있는데, 다산이 어디에서 온고지신을 거론하고 있는지 또 어떤 것이 온고지신에 해당하는지 설명이 없다. 온고지신이라는 용어는 목민심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봉공 수법에 있는 ‘해가 없는 법은 지키어 변경하지 말고, 사리에 맞는 관례는 따라서 없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다.

예전은 ‘예법’이라기보다는 예부의 행정으로 인한 백성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전의 내용은 사액서원을 비롯한 사원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제사, 다산이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있는 감사순력의 문제와 칙사대접이 있는 빈객, 향약의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교민, 다산의 신분제에 대한 인식이 들어 있는 변등 등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표지 (牧民心書)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 표지 (牧民心書)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 ), 한국학중앙연구원]

병전의 내용은 오류가 심각하다. ‘사전’에서 예로 든 세 가지 ‘1. 첨정‧수포의 법을 폐지하고 2. 군안을 다시 정리하며 3. 평소부터 군졸을 훈련시킬 것’은 모두 다산이 말한 바가 절대 아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첨정‧수포의 법을 폐지하라고 한 적이 없다. 다산이 말한 바는 정확히 이렇다. ‘이 법을 고치지 않으면 백성들이 다 죽게 될 것이다(此法不改而民盡劉矣)’이다. 고쳐야 한다는 것이지 없앤다는 것이 아니다. 다산이 목민심서의 병전 첨정에서 백성들을 구제하는 방안으로 얘기하는 것이 호포계와 공전의 설치다. 경기 이북지방에서 백성들이 스스로 실시하고 있는 내용들로 마을에서 계를 만들거나(일종의 기금), 공공의 토지를 경작하여 거기서 나오는 이익으로 군포의 대금을 대납하자는 것이다. 첨정‧수포의 법을 폐지한다면 전혀 불필요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목민심서는 법의 틀 내에서 백성을 구하는 방안이다. 그래서 결론도 첨정‧수포의 법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제도하에서 백성들이 실시하고 있는 좋은 법을 채택하자는 것이다. 물론 경세유표에서는 ‘군포의 법을 없애는 것(罷軍布之法)’을 거론한다.

군안을 다시 정리하라는 것도 다산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군안을 정리하는 것을 첨정이라 한다. 다산은 병전 첨정 조에서 첨정하지 말라고 누차 강조한다. 그것도 아예 본문이 아닌 제목에서 대놓고 첨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런 까닭에 군정(軍政)을 잘 다스리는 자는 아예 군정을 다스리지 않고, 첨정(簽丁)을 잘하는 자는 아예 첨정을 하지 않는다. 헛이름을 조사하고 죽은 것을 밝혀내어, 그 결원을 보충하며 대신할 것을 문책하는 것은 아전들의 이익만 되는 일이므로 착한 목민관(牧民官)은 하지 않는다’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법에 위반되는 본인의 주장은 본문에 끼워놨지, 이렇게 제목에 대놓고 서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정의 경우는 예외로 할 만큼 ‘첨정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다산이 첨정 조에서 대안의 하나로 말하고 있는 척적(尺籍)은 ‘군안의 정리’와는 무관한 일이다. 척적이 군포를 걷는 일이기는 하나 장정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는 백성들이 군포라는 것을 국방의 의무를 대신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그냥 여러 가지 세금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것의 현실적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다산은 수령이 앞장서서 평소에 군졸을 훈련시킬 것을 말한 바가 없다. 다산이 서술한 내용을 그대로 읽어 보자.

오늘날에 이른바 연졸(練卒)이라는 것은 모두 헛된 일이다. 이에 대한 법이 갖추어지지 못한 터이라 훈련해도 소용이 없고 단지 형식뿐이니, 구태여 요란하게 훈련할 필요가 없다” 

 

다산이 훈련하지 말라고 말한 이유는 “조련은 연례행사이다. 그런데 해마다 행하지 않다가 혹 수십 년에 한 번 행하게 되면, 병영(兵營)의 군리와 장교들은 이 영을 듣고 기뻐 날뛰며 온 집안이 경사로 여긴다”

그래서 내리는 다산의 결론이다. “군사를 점검하는 날에는 은밀히 친근한 장교에게 타일러서 모든 궐실(闕失)을 다 덮어두고 들춰내지 말아서 무사하게 하며, 번거롭고 요란스럽게 하지 말기를 기약하게 한다” 또 “이미 이렇게 되고 보면 연졸(練卒)이란 모두 헛된 일이다. 이미 헛일인 것을 알았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문서대로 숫자만 갖추면 될 것인데, 어찌 헛된 기세를 올려 군무를 담당한다 하겠는가. 일신(一新)의 정비를 하려고 한댔자 백성들만 괴롭힐 뿐이다

물론 첨정의 처음 글이 이렇게 시작하기는 한다. “연졸(練卒)은 무비(武備)의 요긴한 일이니 곧 조연(操演)과 교기(敎旗)의 술법이다”

그러나 이는 다산이 목민심서를 서술하는 하나의 방식에 불과하다. 먼저 원론적인 옳은 것을 거론한 후에 조선의 실정을 말하거나, 제목은 원론적인 내용으로 달고 본문은 그와는 반대로 서술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앞의 경우에 해당한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병전에 대한 해설은 해설이라고 할 수 없다. 소설 수준이다. 목민심서 병전을 군사문제 시각에서 보면 안 된다. 군사행정이 백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중심이다. 그래야 다산이 허위문서를 거론하고 청탁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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