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파병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발언해 '외교 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와 대통령실이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국방 분야와 관련해 실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가 뒷수습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UAE는 형제, 형제 안보는 우리 안보, UAE 적은 이란" 

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UAE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여러분이 왜 UAE에 오게 됐느냐, UAE는 바로 우리의 형제국가이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이 여기서 합동훈련을 하고, 작전을 하고, 또 교육을 하는 이 현장은, 바로 여기가 대한민국이고 우리의 조국"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이란 외무부는 나세르 카나니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란 외무부는 한국의 최근 입장, 특히 이란-아부다비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비외교적' 발언을 진지하게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카나니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역사적이고 우호적 관계에 있다는 것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962년 한국과 수교를 맺고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던 이란을 자칫 적으로 돌리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아크부대에서 말씀하신 것은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라며 "UAE의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발언은)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우리나라는 196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 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사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모습 (사진=MBC 보도회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사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모습 (사진=MBC 보도회면 캡처)

"국회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논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현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간 만난 후 자리를 뜨면서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에 13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던 대통령실은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 "다시 한 번 들어봐달라"며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자들이 "영문을 모르겠다", "많은 기자들이 다 들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이다", "바이든하고 날리면이 헷갈리게 들릴 만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져물었지만, 대통령실은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에 공문을 보내 해명을 요구했다.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외교부는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나라에 대해 동맹국 내 부정적 여론이 퍼지고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는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8일 넥스트위크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발언을 '날리면'으로 들었다는 응답은 26.9%에 그쳤다. '바이든'이 맞다는 응답자는 61.2%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퇴근하면서 보니 아래쪽 아파트 침수" 

지난해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강남 일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 가족이 고립돼 숨졌고, 강남에서 50대 남매가 멘홀에 휘말려 들어가 사망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해 "지하라도 고지대는 괜찮은데 저지대이다 보니, 도림천 범람하면 수위가 올라 직격탄을 맞는구나"라며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 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으로 윤 대통령이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고 자택으로 퇴근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전날 오후 9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폭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지침을 내렸다"며 "이어 새벽 6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그때 긴급대책회의를 열자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현장이나 상황실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기록적 폭우가 내렸고 현장은 대처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게 되면 대처 인력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대처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로 실시간 보고 받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해명에 민주당은 조오섭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참으로 구차하다"며 "그런 논리라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 등은 무슨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디즈라 할 수 있는 남방조치선 넘어"

북한은 지난해 10월 13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4일 새벽 0시 20분까지 군용기 10여 대가 전술조치선을 넘어 비행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오늘 새벽까지 공군력을 동원해 소위 국가라고 하면 카디즈(KADIZ, 한국방공식별구역)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군이 설정한 '남방조치선'을 넘어 무력 시위하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로 무차별 도발하는 것 다들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남방조치선'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 군용기가 넘은 '전술조치선'은 군 당국이 방공작전에 필요한 대응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영공에 설정한 선이다. 북한 전투기가 이 선을 넘으면 군 당국이 요격기 출격, 미사일·방공포 대비 등 대응에 돌입한다. 방공식별구역은 외국 항공기를 미리 식별해 필요한 군사적 대비를 하려고 영공 바깥에 그어놓은 가상의 선이다.

윤 대통령 발언은 '국군통수권자의 안보 무지' 논란으로 번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북한의 무력시위를 언급하면서 카디즈와 남방조치선이 동일하다고 발언했다"며 "공부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술조치선의 개념이 어렵기 때문에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국가끼리 말하면 카디즈라고 할 수 있다'고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전술조치선을 '남방조치선'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전술조치선을 쉽게 설명하는 차원에서 북한 전투기가 남쪽으로 내려올 때 우리 군이 적시에 대응조치를 설정한 선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말꼬리를 잡아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은 지난해 10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방조치선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이)아마 개념적으로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들이 조치를 위해 명칭을 정해놓은 것은 전술조치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9일 KBS 보도. (사진=KBS 캡처)
지난해 11월 29일 KBS 보도. (사진=KBS 캡처)

"드론부대 설치 최대한 앞당기겠다"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25분경 북한 무인기 5대가 인천 강화군 및 경기 김포시, 경기 파주시 인근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이 가운데 한 대는 서울 상공을 침범해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구까지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준 사건"이라며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 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어제 사건을 계기로 해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 최첨단으로 드론을 스텔스화해서 감시 정찰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은 이미 드론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28일 경기 용인 제3야전군사령부에 드론봇전투단이 예하에 편성된 지상정보단이 창설됐다. 지상정보단은 2019년 1월 출범한 지상작전사령부의 임무수행을 위한 정보분야를 지원하는 부대다. 드론봇전투단은 대령을 지휘관으로 80여 명 규모이며, 정찰드론, 무장드론, 전자전드론, 정찰 및 다목적 로봇 등으로 구성됐다. 육군은 드론봇 기반 전투체계를 2030년까지 모든 부대에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드론부대가 있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군은 "드론봇 전투단을 확대 개편하는 것에 더해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는 구상"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드론봇전투단은 시범 운영 중인 부대로 대통령께서 말한 드론부대와는 다른 개념의 조직"이라며 "기존의 드롯봇전투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적, 작전적 수준의 부대를 3개 중대 규모로 창설해 모든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4일 기존 드론봇전투단과 차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론봇전투단은)실효적 훈련이 없던 것으로 안다"며 "다목적 기능의 합동부대라는 건 이러한 제한적 임무를 넘어 타격, 전자전, 심리전을 포함한 다양한 수행이 가능한 부대로 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전술핵 배치" "자체핵 보유"…외신엔 "NPT 준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전술핵 배치', '자체 핵 보유' 등 핵무장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이익에 있어 (한미 양국은) 공동된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며 "(북핵)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로 우리도 (핵무기를)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한미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고, 공동기획, 공동실행하는 이런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서울경제는 자체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경우에 따라 핵무장을 공식화하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외신 기자들은 대통령실에 '핵무장이 대통령실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준수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한미간 확장억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