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과 관련해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가 26일 열렸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가 출석을 합의했던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국방위 회의에 불출석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이 여야 합의를 무시해 벌어진 일이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 깨고 대통령실 출석 막아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명절 전에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으로 대통령 경호처와 안보실장이 출석하는 국방위를 열기로 합의됐다"며 "민주당은 본회의를 열어서 국정 현안질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간 논의가 됐는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먼저 경호처장과 안보실장이 출석하는 국방위 회의로 갈음하자고 제안해 국방위에 경호처장과 안보실장이 출석하는 것으로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비행금지구역에 무인기가 왔다 간 것을 경호처가 주관하는 부대에서 확인한 것으로 들었는데, 작전실패·경호실패의 책임이 경호처장에게 있음에도 그 부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국방위를)여나마나 똑같은 자기 변명 자리가 될 것"이라며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어째서 지켜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한기호 위원장(왼쪽 세번째)에게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한기호 위원장(왼쪽 세번째)에게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됐다고 하더라도 국방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한다"며 "국방위원회에 운영위원회에 소속된 인원까지 참석시키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그렇게 결정했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법적으로 확인한 결과 위원장 권한 안에 있는 범위라고 봤다"며 "안보실장과 경호처장을 부르려거든 운영위를 다시 하라고 얘기하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여야 원내대표 간에 본회의 질의하자고 했던 것을 양보해서 국방위를 확대해서 하자고 했고, 경호처장·안보실장이 나오는 것을 합의했는데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지금에서야 국방위를 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위원장께서 소상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위원장은 "P73 공역은 경호처에서 설정한 공역이 아닌 군에서 설정한 공역"이라며 "따라서 공역과 관련해 경호처와 안보실을 부른다는 것은 저는 부당하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국방위원장으로서 타위원회 소관된 인원을 부르는 것도 부당하다고 봤다"며 "위원장 권한으로 타위원회 소관 인원은 부르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설훈 의원이 "약속이 안 지켜졌지 않느냐"고 재차 항의하자, 한 위원장은 "제가 약속한 적은 없다. 위원장이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병주, '북한 내통설' 당·정·대 사과 요구…신원식 "간첩이라 한 적 없어"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을 지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향해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한 후인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제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보니까 은평구, 종로, 동대문구, 광진구, 남산 일대까지 왔다간 것 같다"며 "(대통령실이 있는)용산으로부터 반경 3.7km가 비행금지구역이다. 그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많다. 비행금지구역 안에 들어왔는지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문제제기가 사실로 밝혀지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김 의원에게 정보 출처를 요구하는 등 '색깔론'을 펼쳤다. 지난 5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우리 군보다 북 무인기 항적을 먼저 알았다면, 이는 민주당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6일 오전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6일 오전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이날 신상발언에서 "북한 무인기 침투 도발 관련해 인터뷰에서 북한 부인기 비행금지구역 침투 가능성이 있다, 검열을 할 때 이런 가능성을 열어놓고 제대로 하라고 발언했다"며 "합참은 이례적으로 강하게 부인했고, 본 위원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전하규 대변인이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이상규 합참 공보실장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어떻게 됐느냐. 검열 결과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 구역을 침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 거기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는데 적반하장격으로 오히려 당·정·대(국민의힘, 국방부, 대통령실)가 조직적으로 제가 북한과 내통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부터 시작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자 김은혜 홍보수석은 "야당 의원이 언론에 주장한 말은 당시 식별한 바로는 합참도 국방부도 모르는 것이었다"며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한 것인지 자료의 출처에 대해 당국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 의원은 "지도를 볼 줄 아는 서울시민이면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신원식 의원은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한술 떴다. 당정대가 조직적으로 음모공작을 하며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사과하라. 야당 의원님들도 제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의 북한 내통설을 제기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간사님(김병주 의원)이 육군 대장 출신임에도 국방 현안이 발생하면 원인 진단과 처방을 넘어 사사건건 내로남불 기승전안보공백 정치공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툭하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왜곡해 군의 명예와 사기를 떨어뜨리고 대통령을 끌어들여 폄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제가 제기한 북한 내통설은 구체적 사실에 대한 확정적 표현이 아니다"라며 "(제가) 스스로 북한 내통설이라고, 간첩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느냐. (김병주 의원) 스스로 간첩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왜 (제게)간첩이라고 하느냐는데, 저는 간첩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제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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