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목격자로 지목됐던 첼리스트가 지난 23일 경찰에 "남자친구를 속이려 거짓말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술자리 참석자들의 위치정보 등을 취합해 당일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은 첼리스트 증언과 동선을 토대로 더탐사 보도가 허위였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디어스는 탐사보도를 담당하고 있는 현역 기자와 언론학자에게 더탐사가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유튜브 채널 더탐사 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더탐사 화면 캡처

"장소도 모르고… 사실확인 노력 했어야"

탐사보도 기자들은 더탐사의 취재가 부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소도 특정하지 못하고 신빙성이 높지 않은 녹음파일에 의존해 제대로 된 검증 취재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수년 간 탐사보도를 해온 A 기자는 "파장이 큰 얘기라면 그만큼 더 사실임을 확인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더탐사 보도는 어떤 측면에서 확인된 이야기인지도 불분명하고 단순히 녹음파일, 그것도 자신들의 취재가 아닌 전언에 가까운 얘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A 기자는 "장소라도 특정해서 종업원 등에게 이런 사람이 왔다간 것이 맞느냐고 물어보고, 당시 동석자로 알려진 사람들 신원도 파악해보려고 하고, 독대가 아니었으니 그 사람들에게 확인이라도 해보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며 "참석자 1명에게 전화해보고 애매하게 이야기하니 '맞나보네'라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수년 간 탐사보도를 해온 B 기자는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녹음파일조차 객관적인 것일 수 없다"며 "녹음파일 자체가 신빙성에 의문이 가는데 그걸 갖고 증거라고 보도를 하느냐"라고 말했다.

소속 회사에서 탐사보도를 담당하고 있는 C 기자도 "장소가 어딘지도 모르고 녹음파일만 믿고 기사를 쓰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결국 그날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고 남은 건 더탐사가 오보를 냈다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페이스북에 "탐사보도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확인한 뒤 '이것이 진실에 가깝다'고 보도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큰 제보는 탐사 취재의 시작이지 보도의 시작이 될 수 없다. 보도를 빨리 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뿌리를 캐는 것이 탐사보도의 기본"이라고 적었다.

지난 25일 최경영 KBS 기자는 페이스북에 "누구나 탐사보도 기자가 될 수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다 그렇게 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탐사보도라고 스스로 칭한다면 저널리즘의 일반 보도에서 보여지는 '기본적 완결성'을 갖춰야 함은 당연하다"고 썼다.

지난 25일 더탐사가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구인 공고.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5일 더탐사가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린 구인 공고. (사진=유튜브 캡처)

"확증편향 가지면 굉장히 위험"

더탐사의 이 같은 보도는 '확증편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더탐사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윤, 한 등이 때려죽어도 싫으신 분"이라는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윤'은 윤석열 대통령, '한'은 한동훈 장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확증편향을 가지면 왜곡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며 "객관적 시각으로 사실을 봐야하는데 주관적인 생각이 기사에 담길 수밖에 없다.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불기소 자신하는 더탐사, '답정너' 보도 여전

보수단체가 더탐사와 첼리스트, 첼리스트의 전 연인인 제보자, 김의겸 의원을 경찰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더탐사 강진구 대표는 TV조선 기자와 통화에서 "(경찰이)감히 저를 피의자로 전환해서 기소를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대법원 판례에서 언론보도의 진실성이라고 하는 것은 보도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느냐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보도 당시에 그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히 있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더탐사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를 하기 전 이세창 전 권한대행과 첼리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권한대행은 "윤석열, 한동훈이 있었던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제가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탐사는 ‘거짓말이었다’는 첼리스트의 진술에도 추가 증거 없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유튜브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첫 보도의 경우 위법성 조각사유가 되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로 보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진술 등이 언론에 공개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더탐사가 답을 정해놓고 보도하고 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첼리스트 기소 가능성에 대해 "연인 간의 사적 녹음을 유튜브에 뿌릴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하겠느냐"며 "첼리스트는 피해자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해당 의혹을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김의겸 의원은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자 출신이 사실 확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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