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으로 처음 출근을 했다. 그 후 2018년 7월까지 6년 2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사업장변경지침 폐지 투쟁,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폐지 투쟁, 포천아프리카 박물관 투쟁, 이주노조 합법화 투쟁, 숙식비 지침 폐기 투쟁, 그리고 가장 최근에 한 이주노동자 투쟁투어버스까지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2015년 2월, 미디어스 첫 기고를 한 이후로 이번 글까지 총 80개의 글을 기고하였다. 그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글을 포함하여 다시 한 번 꼭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글을 10꼭지로 선정하여 간단한 선정이유와 함께 다시 소개해보려고 한다. 7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안식월을 다녀올 예정이라 당분간은 지면에서 만나 뵙지 못하게 되어 양해를 구한다.

1. 지하철에서 세상을 뒤흔들고 싶은 나만의 방법 (2015.4.27.)

2007년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무언가를 알리고자 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하철에 타서 발언했던 그 마음에 관해 글을 기고했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서 출근하던 지하철 안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을 했다.

“지하철을 타신 시민 여러분, 한 구간만 양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30살 박진우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 사건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친구, 가족 어쩌면 이렇게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갔을지도 모르는 304명의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지난 1년 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세월호를 기억했으면 합니다. 제가 봤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 곁을 떠났던 사람들을 기억해야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에 대해서 한 번 더 기억하고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078

2. 마하라 동지 다시 만나요! (2016. 4. 18)

우다야 위원장님과 마하라 동지와 나의 사진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주노조 활동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던 마하라 동지와의 마지막 만남을 기록한 글이다. 항상 멋진 중절모에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이주노조 집회, 교육, 회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던 마하라 동지를 통해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왜 노동조합이 필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574

3. 나는 꿈을 이루는 어딘가에 와 있다 (2016. 7.15)

중학교 진로체험교육에 2년 동안 일일선생님으로 참여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던 이야기이다. 마지막에 중학생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곧 내가 이 활동을 계속 하고자 했던 이유였다.

“여러분과 같은 중학생 때 일기를 곧잘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중2병이었는지 뭔지는 잘 몰라도 나중에 난 어떤 사람이 될지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해 많은 상상을 했다. 만화가도 되고 싶었고 시나리오 작가도 되고 싶었고 어떨 때는 해외봉사활동을 가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조합 활동가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넓은 의미에서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분들 앞에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꿈을 이루는 어딘가에 와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530

4. 고용허가제의 단기순환정책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2016. 12. 3)

23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외국인력정책 국제포럼'에서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오른쪽 여섯번째)이 정민오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가운데), 각국 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연합뉴스]

2016년 11월 23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B홀에서 고용노동부 주최 한국 산업인력공단 주관으로 <외국인력정책 국제포럼>이 열렸다. 당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고용허가제 최대 체류기한인 9년 8개월 이후의 대안이 무엇인지, 비슷한 제도를 가진 싱가포르, 대만에서도 단기순환정책으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당장의 생산인구 감소와 3D업종의 인력난을 단기순환 이주노동자 돌려막기로 해결하려는 고용허가제 정책은 근본적으로 경제위기의 대책이 될 수 없다. 고용허가제 정책은 필연적으로 노동시장의 장시간 고강도 저임금화를 가속화한다. 또한 이로 인한 노동자간의 분절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오로지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강제 추방하는 근시안적인 대책만을 능사로 삼고 있을 뿐이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149

5. 이주노조 활동 5년, 설렘 성과 회의 무력감 그리고 해답 찾기 (2017. 1. 14)
6. 이주노조 활동 6년차, 무력감에서 벗어나 다시 설렘으로! (2017. 2. 4)

미디어스에 기고하면서 주변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글이었다. 노동조합이든, 단체 활동이든 무언가를 오래 붙잡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전망의 부재, 무력감, 답답함 등에 대한 것, 상담을 통한 내면을 들여다보기, 여행을 통해 만난 이주노동 활동가들과의 이야기까지를 담았다. 이 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답이 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활동가들에게 일종의 실마리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2회 연속으로 나름 자세하게 순간순간을 기록하고자 했던 글이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331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538

7. 구의역 참사 1주기, 또 다른 김 군의 죽음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1주기를 맞아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을 찾아 강변역 방면 9-4 승강장 스크린 도어 옆에 추모 메시지들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이주노조에서 일하면서 여러 죽음들을 마주하게 된다. 구의역에서 만 19살 청년의 죽음이 1주기가 되던 무렵, 경북 군위에 있는 돼지농장에서 정화조를 청소하던 네팔 이주노동자 2명이 질식사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회는 노동자를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인가, 안전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져 하는가 등의 질문에 답을 던져보고 싶었다. 글에도 나오지만 많은 죽음들이 그렇듯 그 당시에는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오다가도 어느새 일상 속에서 잊고 살다가 이렇게 문득 다시 떠오르곤 한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음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일터가 필요하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731

8. 우리의 운동에 던지는 질문, 차별과 혐오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면서 때로는 공무원의 무책임한 답변을 들었을 때, 사업주에게 욕설을 들을 때도 화가 났지만 오히려 운동진영 안에서 차별과 혐오를 마주할 때마다 내 얼굴이 더욱 뜨거워졌다. 오히려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 속에 우리 안에 수없이 많은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운동이 어려워질수록 지금 당장의 성과보다는 운동의 미래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성한 글이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015

9. 이주노조가 한 달에 한번 인천공항으로 가는 이유 (2018. 3. 22)

이주노조 인천공항 선전전

이주노조에서 매달 새벽같이 인천공항에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러 가는 선전전을 다녀온 이야기, 투투 버스를 한창 준비할 때였는데 오히려 이제 막 도착한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나 사업장에 대해서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꼭 연락을 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나눠준 물을 허겁지겁 마시며 명함을 받았던 그 이주노동자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307

10.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은 시한폭탄 돌리기

80편의 글을 써오면서 그중에 정말로 운동사회에 던져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글 중 하나였다. 이주운동을 계속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질문들, 본문에 담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인용해본다.

현재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변경이란 결국 시한폭탄의 뇌관은 그대로 놔둔 채 또 다른 이주노동자에게 그 위험을 떠넘기는 것이다. 결국 그 뇌관이 터지는 날, 어떤 이주노동자는 산재로 사망하고, 우울증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폭력에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한폭탄을 돌리는 싸움이 아니라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싸움을 해야 한다. 그 뇌관을 제거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를 쟁취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변경은 당연히 노동자로서 가져야할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결국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회사를 떠나야하는 투쟁이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꾸는 투쟁, 이를 위해 잘못된 제도와 공무원들의 관행을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이 모여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투쟁하는 데서 그 답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죽음의 시한폭탄 같은 ‘고용허가제’로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서 함께 손을 맞잡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907

이 밖에도 난민, 이주아동, 이주여성문제 등에 이주운동 이슈들에 대해서 시의성 있게 전달하고 싶었지만 부족한 실력으로 충분하게 다루지 못한 것에 관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80회가 연재되는 동안 꾸준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연재초기에 진행했던 것처럼 감사의 인사를 담아서 옥상달빛 1집의 <수고했어 오늘도>노래를 추천하고자 한다. 지금도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

https://youtu.be/lcbkCcCwdbg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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