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2.1.17 월 18:19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고용허가제의 단기순환정책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외국인력정책 국제포럼을 다녀와서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6.12.03 10:27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2016년 11월 23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B홀에서 고용노동부 주최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으로 <외국인력정책 국제포럼>이 열렸다. 국제포럼에서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사명철 박사가 <고용허가제의 성과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한국과 유사한 이주노동제도를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와 대만의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옥스퍼드대학교 COMPAS 마놀로 아벨라 교수의 <이주노동자 관리 시스템의 도전 과제> 발표가 있었다. 포럼 참석자들은 싸란 짜른쑤완 태국 대사를 비롯해 미얀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몽골, 라오스, 동티모르, 네팔 등 8개국 외국인근로자 송출국가 대사와 외교관들이었고 산업인력공단과 고용센터, 외국인력센터 등을 포함한 고용허가제 유관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장장 5시간이 넘게 진행된 국제포럼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 있어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재 고용허가제는 한국어능력시험을 통해서 이주노동자를 선발하는데 현 정부에서는 이로 인해 산업재해, 사업장 부적응에 따른 사업장 이탈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특히 어업분야 등에서는 한국어시험만으로 선발된 이주노동자가 뱃멀미를 하거나 조업활동이 현저히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후 선발포인트제도의 확대, 기능수준평가의 의무화, 한국어시험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와 사업장 이탈 증가는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과 사업장선택권을 상당히 억압적으로 제한하고 있고, 출국 후에 퇴직금을 수령하게 하는 등 끊임없는 개악을 하면서 정작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대책의 실패의 결과임을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히 이날 토론회의 핵심쟁점은 2012년 시행된 성실근로자재입국제도1) 등으로 인해 9년 8개월 체류가 끝나는 시점은 불과 1년도 채 남지 않은 17년 8월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후 고용허가제가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고용허가제의 핵심기조 중의 하나인 정주화방지의 원칙이 지켜지는지를 이즈음을 전후로 1차적 판가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회도 사실상 이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에 대해서 비슷한 상황의 싱가포르와 대만의 전문가와 고용허가제를 오래 연구한 교수님 등을 초빙하여 의견을 서로 나누기 위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간관계상 이에 대한 충분한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9년 8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일한 이주노동자가 과연 모두 다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할지 정부 입장에서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외국에 나가 근 10년을 가까이 일하면서 말도 배우고 음식도 익히고 문화, 사회, 경제 등에 깊숙이 들어와 살고 있다가 이제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하루아침에 모든 걸 내려놓고 돌아갈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10년을 가까이 산 사람 중에는 본국에 돌아가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정을 이루어서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생각했던 만큼 제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 모든 경우의 수를 고용허가제가 담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주노동자 스스로 정주와 귀국을 선택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로의 전환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따로 기고를 할 예정이다.

23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외국인력정책 국제포럼'에서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오른쪽 여섯번째)이 정민오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가운데), 각국 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연합뉴스]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당선 등 그 배경에는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여러 쟁점들이 뒤섞여있다. 난민, 이주노동자, 이주아동, 결혼이주여성 등 이주노동자가 유입되는 나라들에서는 이미 핵심쟁점 중 하나가 이주문제이고, 이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날 국제포럼도 결국 아시아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 근 몇십 년 안에 유럽, 미국이 겪고 있는 이주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마주쳤을 때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전문가들과 학자, 공무원들의 고민이 드러난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뚜렷한 대안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게 아니었나 싶었다.

최근 들어서는 산업연수생제도를 고수하고 있던 일본에서 고용허가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그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의 생산인구 감소와 3D업종의 인력난을 단기순환 이주노동자 돌려막기로 해결하려는 고용허가제 정책은 근본적으로 경제위기의 대책이 될 수 없다. 고용허가제 정책은 필연적으로 노동시장의 장시간 고강도 저임금화를 가속화한다. 또한 이로 인한 노동자간의 분절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오로지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강제 추방하는 근시안적인 대책만을 능사로 삼고 있을 뿐이다.

끝으로 오늘은 노래추천을 하지 않고 11월 24일 현 시국에 대해 전국에 있는 수십 개의 이주제단체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를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지속적으로 탄압해온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퇴진하고 부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지난 11월 12일에 이어 19일 또다시 전국적으로 1백만 촛불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단지 최순실과 연루된 부패 · 비리뿐만 아니라 노동개악, 세월호 진실 은폐, 백남기 농민 살인, 사드 배치, 의료 · 철도 민영화 등 집권 4년 동안 노동자 · 민중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온갖 개악에 대한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가 퇴진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주민들에게도 박근혜 4년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최순실과 이윤추구에 눈이 먼 기업들의 요구에 귀를 활짝 열었던 박근혜는 가장 열악한 곳에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1백만 이주노동자, 2백만 이주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해왔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고용허가제를 더욱 개악했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이주노동자 노동권을 극도로 제약하고 미등록 체류를 양산한다. 그런데 2013년에는 미등록 체류를 방지하겠다며 출국한 이후에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개악했다. 고용허가제가 노동3권을 보장한다고 선전하더니 근로기준법을 정면 위반하고 퇴직금을 강탈하는 치졸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이런 고용허가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야만적인 단속추방도 지속해 왔다.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알려진 사례만으로도 한해 평균 2명 이상 단속추방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올해 정부 합동단속을 벌여 8월까지 1만 9천 명을 단속했다. 얼마 전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이주노동자가 실명된 눈치료와 장애보상 등을 요구하며 단식과 자살시도를 한 문제가 알려지자 보복성 강제추방을 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지난 5월에는 미등록 체류자가 많은 지역과 그 가족의 고용허가제 시험응시를 제한하는 양해각서를 베트남 정부와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판 연좌제인 것이다. 박근혜가 ‘외치’만 맡는 식의 구상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이주노동자를 4년10개월만 쓰고 버리는 고용허가제로도 모자라 최근에는 3개월짜리 계절노동자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가뜩이나 열악한 농업 이주노동자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구군에서는 미등록 체류 방지를 명목으로 임금의 80퍼센트를 중개인에게 줬다가 출국할 때 지급하고, 심지어 군청이 여권을 사실상 압류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판 노예제로 악명을 떨쳤던 산업연수제도는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제도'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 산재 등이 인정되지 않는 과거의 문제 역시 고스란히 남아있다.

올해 초에는 제2의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테러방지법도 통과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무슬림 이주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며 여론몰이를 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 수염을 기른 사람에게 수염을 깎으라는 모욕과 협박을 하고,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 시리아 난민 28명이 6개월 넘게 구금되는 일도 벌어졌던 것이다. 테러방지법은 앞으로도 이주민을 마녀사냥하고 노동자 · 민중의 민주적 권리와 저항을 위축시키는데 이용될 것이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은 이미 지난해 민중총궐기를 "공권력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며 그 사악한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테러방지법 통과 과정이 보여줬듯이 이주민 억압과 차별은 내국인에게도 해롭다. 정부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고용허가제를 정당화하지만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 진짜 주범이 누구인가! 더 낮은 임금,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개악을 추진해온 박근혜 정부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것들을 해달라고 더러운 돈을 갖다 바친 기업들이다.

요컨대 박근혜 정부는 이주민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인종차별적 정책들을 통해 기업주들을 배 불리고, 노동자 · 민중을 이간질하고, 온갖 개악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 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성장으로 노동자 · 민중이 분노의 화살을 진짜 주범에게 돌리고 박근혜를 중심으로 추진해왔던 온갖 개악들에 제동이 걸린다면 인종차별을 약화시키고 이주민의 노동권과 인권 신장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이주운동진영도 박근혜 퇴진 운동에 함께 할 것이다. 또한 이주민들도 함께 나서 힘을 보태고 그 동안 억눌려 온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선실세, 기업들과는 더러운 거래를 주고받으면서 정작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2백만 이주민의 존재를 무시하고 인권침해를 일삼는 박근혜와 부역자들이야말로 이 땅에서 추방되어야 할 악의 근원이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개악, 인권탄압, 인종차별을 중지하고 인권, 평화, 평등에 기초한 사회를 새롭게 건설해야 할 때이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퇴진하라!

2016년 11월 24일

경기이주공대위(노동당 수원오산화성당원협의회,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아시아의 친구들, 수원이주민센터, 다산인권센터, 이주노조), (사)공익법센터 어필,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경북지역일반노동조합, 민주노총경북본부, 민주노총대구본부, 장애인지역공동체,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성서공단노동조합, 대구북부노동상담소,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민센터 친구,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대책위(가톨릭노동상담소,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민주노총부산본부,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과함께, 희망웅상), TAW(터) 네트워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1)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하여 취업활동기간(4년 10개월)이 만료될 때까지 사업장 변경 없이 한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3개월 출국 이후 재입국하여 다시 4년1 0개월을 연장하여 근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로써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최대 9년8개월간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다.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pjwwj@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2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