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중국 요괴 중 환(患)이 있다. 환은 이름 그대로 인간의 근심과 부정적인 생각이 모여 만들어진 요괴다. 간보가 지은 『수신기』에 나오는 요괴로 진나라 황제의 폭정을 견디지 못해 백성들이 만들어낸 요괴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요괴다. 주로 억울하게 옥살이는 하는 사람들이 있던 곳에 자주 출몰한다. 책에 의하면 모습은 소와 비슷하다. 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두 눈은 파란 등불처럼 반짝거리며, 몸은 팔 미터에서 십 미터로 집채만 하며 네 발이 땅에 묻혀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묻힌 채 발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종종 광화문에 가게 된다. 통일로를 따라 서울을 가다 보면 서울과 경기도 경계에서 대규모 현대식 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시 빼곡하게 대단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주변을 정리해 시내가 흐르는 산책로를 만들고, 인공 폭포가 계획에 맞춰 배치되었다. 몇 년 전 은평구와 삼송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건설이 완성되었고, 아직도 그 주변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느라 공사 중이다.서울에서 파주로 이사 오게 되면서 일이 정리되지 않아 한동안 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을 했다. 밤이 되어 연신내에서 버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학과 특성상 해마다 등단작가를 배출했다. 신춘문예에 이름을 올리는 친구도 있었고, 문예지에 이름을 올리는 후배도 있었다. 친구들은 공모전 철이 되면 피폐한 모습으로 학교에 나타났다. 밤을 새우며 소설을 끌어안고, 시를 품고 있었던 탓이다. 밤새 한 줄을 건지지 못할 때도 있지만, 밤새 쓴 글을 아침에 모두 지워야 할 때도 있었다. 어젯밤에 빛나던 문장은 아침에 일어나 읽어보면 모두 버려야 하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밤 시와 소설을 끌어안고 처절하게 사랑했지만, 날이 밝으면 남은 것은 후회뿐이었다.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울지 않는 소녀가 있었다. 나는 소녀를 야생 소녀라고 불렀다. 야생 소녀는 세상을 향해, 그들을 향해 당당하게 외쳤다.괜찮아. 나는 울지 않아. 당신들이 던지는 돌멩이에 절대, 절대 쓰러지지 않아.그들은 당연히 야생 소녀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울면서 용서를 구할 줄 알았다. 야생 소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당황했다. 그들은 울지 않는 야생 소녀를 보며 약이 올랐다. 반드시 울게 만들리라. 다짐했다. 야생 소녀가 조금만 튀는 행동을 해도, 옷을 다르게 입기만 해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고함치고, 욕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