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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患,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김은희 | 승인 2020.02.07 08:35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중국 요괴 중 환(患)이 있다. 환은 이름 그대로 인간의 근심과 부정적인 생각이 모여 만들어진 요괴다. 간보가 지은 『수신기』에 나오는 요괴로 진나라 황제의 폭정을 견디지 못해 백성들이 만들어낸 요괴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요괴다. 주로 억울하게 옥살이는 하는 사람들이 있던 곳에 자주 출몰한다. 책에 의하면 모습은 소와 비슷하다. 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두 눈은 파란 등불처럼 반짝거리며, 몸은 팔 미터에서 십 미터로 집채만 하며 네 발이 땅에 묻혀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묻힌 채 발을 구른다. 환을 퇴치하는 방법은 근심을 해결하는 것으로, 걱정이 해결되면 사라진다. 

한무제가 동쪽으로 여행을 가던 길에 환을 만난 이야기가 책에 나온다. 환이 길목에 버티고 서 있어 지나갈 길이 없었다. 환을 퇴치할 방법을 알고 있었던 동방삭이 환에게 술을 주어 취하게 하여 근심을 잊고 사라지게 하였다. 환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요괴이지만 환은 백성의 성품과 닮았다. 고통을 당했지만, 그것을 갚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길목을 지키며 근심을 해결해 주기를 바랐다.

(그림=김은희)

수신기는 이 외에도 많은 요괴와 기이한 현상에 대해 기록하고 있으며 요괴의 출몰과 기이한 현상은 당시 사회 현상, 사람들의 불안정한 마음과 긴밀한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 ‘수심눈썹’, ‘치통 미소’ 등과 같이 괴상한 치장이 유행하는 것을 통해 한 집안의 몰락을 예견하기도 하며, 남자와 여자의 옷차림을 통해 국가의 대란 조짐을 읽기도 하였다. 

한나라 때 꼭두놀음이 유행하였다. 꼭두놀음은 초상집에서 하는 연극이었다. 혼인 잔치에서 꼭두놀음이 유행하면서 관을 내릴 때 부르는 만가까지 구슬프게 부르는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노래 내용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이들은 모두 사멸하리라였다. 실제로 한영제가 죽은 뒤 부귀를 누리던 이들이 사멸하고, 경성은 시체와 시체를 먹는 벌레만 득실거리는 도시로 변했다.

『수신기』에 나오는 환을 읽다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지금 사는 이(異) 세계는 과거 사람들의 근심과 부정적인 생각으로 구축된 판타지 세계이다. 과거 사람들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우리는 현존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제가 아니며 실체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체는 과거에 있으며, 과거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사는 것에 대해 근심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변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현존하지 않는다. 세상은 끊임없는 근심과 걱정으로 굴러가며, 근심과 걱정이 해결되지 않고 커지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증가하여 거대한 환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이며 환患이다.

세상이 평안하고 안정적이라면 굳이 변화를 추구하고, 발전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 그대로 유지되기만 해도 된다. 평안하다면 변화는 고달프고, 번거로운 일일 뿐이다. 불편함을 느끼고,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때 변화를 요구하고 개혁과 발전이 이루어진다. 개혁과 발전은 항상 불안정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 기존의 것을 고치거나, 기존의 것에 새로운 것을 보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파괴하거나, 전복하며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기에 시행착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이든, 과학 기술이든, 사상이든, 국가이든 원리는 같다. 기존의 것을 고수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다. 기존의 것은 이미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힘을 잃었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과거에도, 지금도 근심의 뿌리는 사는 것이다. 내가, 가족이 건강했으면, 우리 집이 있었으면, 겨울이 춥지 않았으면에서 시작된 소박한 바람은 매번 바람에서 끝나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화로운 지구를 원하지만, 전쟁으로 마을은 잿더미로 변한다. 질병은 징후도 없이, 나와 가족을 덮쳐 불행하게 만들며, 도시 계획으로 지어진 수많은 집 중에 내 집은 없다. 겨울은 미친 듯이 춥거나, 봄날처럼 따뜻하다. 치사율 높은 유행성 질병이 주기적으로 세계에 퍼지고,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그럼 우리는 다시 꿈꾸게 된다. 이(異) 세계가 어떻게 파괴될지 따위는 말 그대로 ‘따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근심과 부정적인 생각이 이異 세계에 출몰하고 있을지 모른다. 질병으로, 때론 핵무기로, 때론 전쟁으로, 때론 부실시공된 아파트로. 더이상 우리의 상상은 자유가 아니다. 상상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나는 누구의 판타지이며, 나는 또 누구의 판타지를 만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판타지를, 어떤 환患을 만들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나타나는 환患은 술 한 잔에 취해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수신기』를 읽다 생각해 보았다.

*본문의 환과 요괴 이야기는 간보의 『수신기』를 참고하였습니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김은희  postboat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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