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하도급업체가 엔지니어들을 노동조합에서 탈퇴시키기 위해 이혼 등 가정사를 활용하고 가족 면담까지 진행하며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이 같은 ‘노조 깨기’ 전략을 인지했을 만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업체는 노동조합 회유 전략에 실패한 이후 지난 4월 말 폐업했고 현재 80여명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5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공개한 삼성전자서비스 하도급업체 울산스마트서비스(주)의 내부문건 <조직 안정화 방안>, <Issue 사항 대응 활동 계획>을 보면, 이 업체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들을 탈퇴시키는 이른바 ‘Green화’ 달성을 위해 △내근직과 외근직 사이 접촉을 막고 △노동조합 주도자를 해고하기 위한 징계 계획을 사전에 결정한 것은 물론 △조합원을 핵심/열성/단순가담으로 분류, 핵심/열성 조합원은 징계하는 한편 단순가담 직원들에 대해서는 가정사 학연 혈연 지인 금전문제 등 개인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면담에 활용하는 ‘노조 깨기’ 계획을 세웠다.
이 업체는 △단순가담 직원을 시외곽 음식점으로 불러내거나 △업무시간에 지인과 부모를 면담한 이후 직원을 면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면 사장이 마련한 별도의 안으로 즉시 지원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특히 전담자까지 배치하고 특정직원의 학연과 지인, 가족과 가정사 같은 정보를 파악했고 이를 면담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는 한 직원의 모친에게까지 “다칠 거 같다, 법적으로도 갈 수가 있는데 아들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면담을 추진했다.
노조 깨기 계획이 전방위적으로 추진됐다는 게 노동조합 주장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문건에 ‘GREEN’으로 기재된 조합원들은 협박에 의해 노조를 탈퇴했으며, 주요 간부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탈퇴 협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지회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문건에 감봉에서 해고로 가는 징계 계획이 있는데 이것도 일부분 추진됐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지난해 2월 울산스마트서비스(주)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 업체의 한 관리자는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점장이 협력사 사장과 관리자를 불러모아 노조 깨기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문건의 ‘각오’ 부분에는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Green화 하겠습니다”, “조직안정화를 바탕으로 제출한 2014년 업무제안서의 내용을 100% 수행하며 반드시 목표 달성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내용이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문건이 지속적으로 폭로되고 있고, 또 주요 관리자의 실토가 있는만큼 다음주 초 금속노조 법률원과 함께 삼성전자서비스 원청 핵심 임원 및 관리자들과 울산스마트서비스 모영국 사장 등을 법적으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는 하도급업체 노사문제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그러나 이 같은 압박에도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지지 않자 업체는 결국 폐업을 선택했다. 울산스마트서비스가 운영하는 삼성전자서비스 울산센터와 서울산휴대폰센터는 지난달 29일부로 폐업했고 결국 두 센터에 소속된 노동자 80여명은 직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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