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대형 기자] MBC가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안형준 사장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고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안 사장은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오 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지난해 9월 목숨을 끊었다. 오 씨의 모친 장연미 씨는 지난달 8일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고인의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며 MBC 사옥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장 씨는 지난 5일 MBC와 잠정 합의하고 단식 농성을 끝냈다.

안 사장은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오신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의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지난 4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해 프리랜서를 비롯해 MBC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고충과 갈등 문제를 전담할 창구를 마련했고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대우 등의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도 수시로 시행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장 씨는 "단식 28일 만에 끝날 것 같지 않았던 MBC와의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는 마음 하나로 곡기를 끊었다. 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기상캐스터의 정규직화, 재발 방지책 마련, 공식 사과 등 당연한 요구를 드렸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 싸움을 하면서 요안나처럼 고통받고 있는 방송국 비정규직 젊은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요구는 제2의 요안나를 막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MBC가 협상 과정에서 발표한 기상기후전문가 제도 도입과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폐지안이 어떻게 실현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장 씨는 "새 제도 도입으로 기존 기상캐스터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다행히 이번 교섭을 통해 불이익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다. 우리 딸의 억울한 죽음 이후 투쟁을 거쳐 얻어낸 이 결과는 알맹이 없는 선언으로 그쳐선 안 된다. MBC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약속을 하나씩 이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기존에 발표했던 대로 날씨 보도는 기상기후전문가가 맡아서 한다"며 "기존 기상캐스터는 계약기간까지 근무하고 업무는 종료된다. 처우에 대해선 충실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본부장은 "합의가 있기 전에도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사규도 고쳤고 프리랜서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상생협력담당관 자리도 만들었다"며 "계속 제도개선을 해나가며 프리랜서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유족 측 대리인인 김유경 노무법인 들꽃 노무사는 "가장 중요한 내용은 합의문에 담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안 사장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재발방지 대책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MBC 내부 반발이 심했다. 이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생각했다"며 "딸을 잃은 어머니가 28일 간 곡기를 끊어야 합의할 수 있었다. 이 합의안도 엄청 부족한 합의안"이라고 했다.
박 운영위원은 "어머니께서 다른 방송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물꼬를 트자는 마음으로 부족한 합의안을 받아줬다"며 "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누군가 해고되거나 불리한 처우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게 어머니의 뜻이었다. 모두 마음을 모아 합의서에 그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했다.
박 운영위원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른 방송국 기상캐스터·리포터·프리랜서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면 한다"며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방송국 고용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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