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노상원 수첩처럼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망언을 했다. 12·3 내란사태 기획자로 지목되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수거 대상'과 '처리 방법'이 적혀 있다. 불법 계엄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수거, 폭파 등의 방법으로 처단한다는 계획이 '노상원 수첩'에 담겨 있었다.
언론에서 송 원내대표의 발언은 내란 피해자인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막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송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내란 청산은 시대적 과제'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총평했다.

지난 9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아니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이 나왔다. 미디어몽구 촬영 영상을 통해 해당 망언이 송언석 원내대표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민주당은 송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국회의원 제명을 추진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공격에 대한 탄식에 불과했다는 입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곽규택 의원은 11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민주당의 송 원내대표 비판은)정청래 대표의 과격한 연설에 대한 비판을 덮기 위한 트집잡기"라며 "정 대표가 야당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막 할 때 야당 의석에서는 야유와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측에서도 마찬가지로 고함과 고성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마이크가 주어진 것도 아니고 무슨 발언 기회를 한 것도 아닌데 송 원내대표가 어떤 탄식처럼 한 말을 두고 의원직 제명을 하겠다는 것은 너무 나간 대응"이라며 "특검에서 한창 수사 중인 노상원 수첩은 사실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이 부여됐는지도 불투명하고 적혀 있다고 하는 내용이 진실로 규명된 사안도 아니다.(중략)그렇다면 야당 의원으로서 탄식 같은 것으로 응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11일 경향신문은 사설 <“제발 그리 됐으면”, 노상원 수첩 비호한 송언석 제정신인가>에서 "국민들이 눈과 귀를 의심할 만큼 충격적"이라며 "노상원 수첩은 정치·언론·종교·법조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을 등급별로 분류하고, 이재명·조국·문재인·이준석 등 ‘A급 수거 대상’을 잔인하고 끔찍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 대표는 전날 연설에서 국민의힘에 ‘내란 청산’을 요구하며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거론했다.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웃으며 민생협의체 구성 등을 얘기했으니, 정 대표가 야당에 손을 내밀 거라는 송 원내대표 기대와는 달랐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제1야당 원내대표가 할 말, 못할 말 가릴 판단력조차 없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송 원내대표의 막말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뿐 아니라, 내란의 피해자인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며 "송 원내대표는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막말로 상처 입고 내란 악몽을 다시 떠올릴 국민 앞에 취할 자세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내란 청산은 시대적 과제"라며 "송 원내대표는 내란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책임자를 반드시 단죄해야 함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노상원 수첩대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송언석 망언>에서 "민주적 공당의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공당 원내대표이기 이전에 한 시민, 한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하더라도,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노상원 수첩은 '여의도 30~50명', '언론 쪽 100~200(명)', '어용 판사' 등 500여명을 1차로 ‘수거’해 '막사 내 잠자리 폭발물 사용', '음식물, 급수, 화학약품', 선박에 실어 '적정한 곳에서 폭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송 원내대표는 ‘12·3 내란’이 성공하기를 희망했다는 것 아닌가. 위헌적이기에 앞서 이런 참혹한 인식을 지닌 인사가 제1야당 원내대표는 고사하고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진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송 원내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했던 국민의힘 의원 44명 중 한 명이자 비상계엄·탄핵에 대한 당의 사죄를 수차례 무산시킨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송 원내대표는 아무런 입장 표명도 않고 있다"며 "용납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했다.

한편, '노상원 수첩' 수거 대상에 올랐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송 원내대표의 발언은)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명백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노상원 수첩에 제 이름도 맨 앞에 올라 있다.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해서 어쩌면 불귀의 객이 됐을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인데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게 무슨 소리냐"며 "정말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심각한 얘기이다. 내란 사태를 지적하는 여당 대표의 말에 '그랬으면 좋았겠다' 얘기하는 것은 거기(노상원 수첩)에 동조하는 얘기"라고 했다. 우 의장은 '사실로 밝혀지면 어떤 책임을 져야하나'라는 질문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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