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유튜버 전한길 씨의 '늪'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에서 '배신자' 선동을 한 전 씨에 대해 징계 논의에 돌입했지만 일부 최고위원 후보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전 씨를 옹호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유튜버 한 명에 휘둘리는 제1야당 때문에 정권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전 씨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후보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연호했다. 계엄옹호·반탄파 당원들이 전 씨의 외침에 호응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난장판이 됐다.

전 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1개월 된 일반당원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책임당원이나 허락받은 일반당원만 출입이 가능하다. 전 씨는 당원 자격이 아닌 언론인 비표를 얻어 전당대회에 출입했다. 국민의힘이 전 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히자 전 씨는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11일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당대회에서 함부로 소란을 피우면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당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선동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전 씨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단 점에서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중략)윤리위는 전 씨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조속히 결론을 내려주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전 씨 징계 수위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리위는 "징계 개시는 할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소명하고, 자료 제출할 시간이 필요해 오늘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윤리위는 오는 14일 다시 회의를 열어 전 씨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문수·장동혁 당대표 후보는 전 씨를 옹호했다. 지난 9일 김문수 후보는 SNS에 "내부 인사를 주적으로 삼아 총구를 겨누어서 되겠느냐"며 전 씨를 두둔했다. 같은 날 장동혁 후보는 SNS에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격 대상은 내부가 아니라 밖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최고위원 후보도 전 씨에게 징계를 내리면 안 된다고 했다. 11일 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 최고위원 후보는 고성국TV·성창경TV·전한길뉴스가 주최하는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100분 토론회'에 참석했다. 김재원 후보는 "언론인 자격으로 전당대회를 취재하는데 출입금지를 하는 건 보복"이라고 했고, 김태우 후보는 "(전 씨는)적절한 얘기를 했는데 방청객 호응이 컸을 뿐"이라고 했다. 김민수 후보는 전 씨가 국민의힘이 어려울 때 '혜성'같이 등장해 희망을 줬다고 했다. 손범규 후보는 전 씨가 보수를 사랑해 인기가 많다며 "당내에서 분열을 조장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전 씨의 선동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 씨가 입당 이후 극우 발언 논란을 불러 일으키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달 21일 서울시당에 '당헌·당규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안'을 지시했다. 하지만 서울시당은 20일이 지난 현재까지 전 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1일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시당 맡긴 지가 거의 한 달 가까이 됐을 것"이라며 "이걸 왜 이제와서 전당대회 사작됐는데 부랴부랴 수습하나. 친윤 지도부라고 할 수 있는 송언석 지도부가 용인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당대회 연설 중 전 씨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은 김근식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는 같은 방송에서 "(전 씨는)각목만 안 휘둘렀지 정치 깡패와 같다"며 "언론인으로 가장해 들어와 대의원 좌석에 앉아 고함을 지르면서 연설을 방해했다. 용팔이 깡패와 뭐가 다른가"라고 했다.
11일 조선일보는 사설 <전한길 소동에 휘청거리는 국힘 전당대회>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모두 수사를 받는 상화에서 국힘 전대가 아직도 찬탄, 반탄으로 싸우는 것도 모자라, 유튜버 전씨 문제로 친길(친전한길), 반길(반전한길) 갈등까지 겹쳐졌다"며 "정치 경력도 없는 유튜버 한 명 때문에 제1 야당이 휘청대는 것은 지금 국힘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이 허약하니 집권 세력은 내 맘대로"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전 의원에 대한 사면 검토, 강선우 의원 민주당 국제위원장 유임 등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집권 세력이 눈치를 안 보는 것은 민생을 두고 싸우는 게 아닌 유튜버 한 명 때문에 갑론을박하는 야당이 있기 때문"이라며 "제구실 못 하는 야당 때문에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전한길 난장판 자초해놓고 뒤늦게 징계 나선 국민의힘>에서 "국민의힘의 전씨 징계 착수는 뒤늦은 것이다. ‘내란 정당’ 꼬리표가 붙은 이 당에서 전씨만 징계 대상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김·장 후보가 ‘왜 전한길만 악마화하냐’며 전씨를 두둔한 게 그 방증이다. 이는 또 다른 당내 갈등 요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특히 김 후보는 '계엄을 해서 누가 죽거나 다쳤냐'고 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 삶과 나라 경제를 실질적으로 파괴한 12·3 비상계엄을 하룻밤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충격적 인식"이라며 "이런 행태들이 극단주의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전씨가 난장판을 벌이게 하는 배경이 된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은 전씨부터 신속하고 단호하게 징계해 윤석열·음모론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그러지 않고 아무리 '반이재명 투쟁'을 외친들, 합리적 다수로부터 좁쌀만큼의 호응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민의힘, 전한길 퇴출로 ‘극우의 늪’ 벗어나야>에서 "토론회장에 물병이 날아다니고 당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중략)후보들이 어떤 비전과 정책을 제시했는지는 오간 데 없고, 전씨의 난동만 화제가 됐다"며 "대한민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 행사가 이렇게 엉망으로 관리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전 씨를 감싸는 데 대해 "황당할 지경"이라며 "이들이 전씨를 두둔하는 것은 계엄의 불법성과 윤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여전히 부인하는 일부 강성 당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다. 당권을 위해 당과 보수정치를 ‘극우의 늪’에 빠뜨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전씨 입에 당이 휘둘리는 현재 상황이 치욕임을 인식하고 출당, 제명 등 강력한 조치로 조속히 퇴출해야 한다"며 "차제에 극우와 확실히 선을 긋지 않으면 중도층 지지를 회복해 수권 정당으로 새출발하는 것이 요원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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