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2·3 내란 사건 1심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술접대'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의혹 제기 내용이 추상적"이라며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은 지 부장판사 얼굴 등 룸살롱 사진을 갖고 있다며 동석자를 특정한 상황이다.

법관의 중대 비위 의혹 진위를 밝혀야 할 사법부가 제3자처럼 어물쩍 상황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는 다수의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서울중앙지법이 "뚱딴지 같은 궤변"을 하고 있다며 의혹 당사자인 지 부장판사에게 사실관계 확인은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은 지 부장판사 접대 의혹에 대해 "해당 의혹 제기 내용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된 바 없고 그로 인해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다"며 "중앙지법이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만한 내용은 없다"고 공지했다. 

이에 민주당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직무관련자로부터 향응 수수라는 구체적 의심 혐의까지 특정했다. (룸살롱)현장 사진까지 공개했는데 사법부는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노 대변인은 "사조직에도 요구되는 자정 기능이 최고의 도덕성과 규범성이 요구되는 사법부에는 아예 없다는 뜻인가"라며 "(지 부장판사)사진 공개와 법적 대응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2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차례 술접대를 받았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법원에 지 부장판사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독립 기관인 윤리감사실에서 조치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의혹 제기 당일 노 대변인은 추가로 ▲지 부장판사의 얼굴이 선명하게 담긴 제보 사진이 있다 ▲사진 촬영 시점은 지난해 8월이다 ▲사진이 찍힌 장소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룸살롱 비용은 지 부장판사가 아닌 동석자가 부담했다 ▲해당 룸살롱은 3~4명이 술자리를 가질 경우 400~500만 원은 족히 나오는 곳이라고 확인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법사위에서 룸살롱의 입구와 실내 사진을 공개하면서 "함께 간 사람은 직무 관련자라고 한다"고 했다.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공개한 지귀연 부장판사 룸살롱 술접대 수수 의혹 관련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공개한 지귀연 부장판사 룸살롱 술접대 수수 의혹 관련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14일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사법부는 현 단계에서 지 부장판사를 감찰할 생각이 없다. 중앙일보 기사 <"지귀연, 룸살롱 접대 의혹" 꺼낸 민주…법조계선 촬영시점 의심>에서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의혹 제기만 가지고 법원 차원에서 낼 만한 입장은 없다”며 “직무상 비위 행위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감찰 여부를 윤리감사실에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지 부장판사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공판을 진행했기 때문에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구체적인 증거와 내용이 접수되면 윤리감사실이 절차에 따라 살펴볼 것”이라며 “의혹이 있다는 말만으로 착수하긴 어려울 것 같고, 대법원이 관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16일 경향신문은 사설 <지귀연 판사 ‘룸살롱 향응’ 의혹, 법원은 속히 진상 밝히라>에서 서울중앙지법을 향해 "당사자인 지 부장판사에게 '지난해 8월 강남 룸살롱에서 향응을 접대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어는 봤나"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의혹의 진위를 확인해야 할 법원이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제3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하는 건 무슨 뚱딴지 같은 궤변인가"라며 "사실무근이라면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어야 할 지 부장판사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자료가 있으면 더 내놓으라는 식이니 의심만 더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 부장판사는 법원 내규·관행과 달리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로 계산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 다수 시민의 공분을 샀다"며 "그런 지 부장판사가 룸살롱 접대까지 받았다면 내란 재판의 신뢰·권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중략)법원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의혹이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지귀연 룸살롱 접대”… 民主 근거 내놓고, 大法 진위 밝혀라>에서 서울중앙지법 입장에 대해 "윤리감사실 활동은 징계 확정 때만 발표하는 게 법원 관행이라고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렇게 다툴 일이 아니다"라며 "사실 여부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지 부장판사는 올해 3월 검찰과 법원의 오랜 실무 관례를 뒤집고 날짜(日) 수가 아닌 시간(時) 수로 계산해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안 서거나, 법정 촬영을 피하도록 해 줬다"며 "중대 사건의 재판장이 관련된 의혹인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넘어 '동일인에게 1회 100만 원 이상, 연간 300만 원 이상 금품을 받을 수 없다'는 청탁금지법 8조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은 단순 의혹 제기나 엄포에 그쳐선 안 된다. 얼굴이 선명하다는 사진을 공개하거나, 동석자가 직무 연관자라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닌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닌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판사 술 접대 의혹...민주당, 증거 내놓고 법원은 신속 규명을>에서 "이 사건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사실규명이 요구된다"며 "지 부장판사가 공수처에 고발됐기 때문에 수사는 이뤄지겠지만, 수사 전에 지 부장판사와 법원이 먼저 진위를 밝혀야 한다.(중략)민주당도 변죽만 울리지 말고, 관련 증거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판사 술 접대 의혹은 수사를 통해 직무관련성을 확인해 뇌물죄 요건을 따지고, 다른 위법행위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단순 접대도 청탁금지법 기준(1회 100만 원 초과 시 형사처벌) 준수 여부를 봐야 한다"며 "반면에 김의겸 전 의원이 주도했던 '청담동 술자리 폭로' 때처럼 민주당의 오조준 전례를 감안할 때 이 사건의 진위 여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 사건 담당 재판장에게 술 접대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증 부실에 사실 왜곡· 과장이 확인된다면, 사법부 불신 조장을 위한 정치공작으로 의심받을 여지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한편, 김기표 의원은 이르면 다음주 초 지 부장판사 의혹과 관련한 추가 증거를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추가 증거 공개 시점을 언제쯤으로 잡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법원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그 이후에 '이 정도까지 참았는데 안 되겠다'하는 시점, 이번 주말 정도까지 기다렸다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음주 초쯤 추가 공개가 있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지 판사 얼굴이 들어있는 룸살롱 내부 사진이 있는 게 맞나'라는 질문에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동석한 사람들의 명예나 이런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 그 정도만 하겠다"고 했다. 제보 사진 속 동석자들의 신원 공개 문제가 얽혀있어 현재는 구체적 상황 설명이나 사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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