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사법·수사기관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과거 검사 시절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다가 본인 사건에서 '시간' 기준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확정되면서 수십년 간 이어져 온 구속기간 계산법을 전부 부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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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대통령이 제기한 구속취소 청구 사유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검찰이 구속 '시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윤 대통령을 기소했다고 판단했다. 구속기간 10일 이내에 기소를 해야하는데 구속기간 만료 시한을 9시간 45분 넘겨서 기소했다는 것이다. 법원이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대검찰청(총장 심우정)은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지휘에 나섰다.  

10일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현재까지의 구속기간 계산 선례는 법리적으로 타당할 뿐 아니라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시행돼 왔다"면서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의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 240시간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7항은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수사 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 당사자인 윤 대통령 본인조차도 검사로서 업무 관행을 아무 문제제기 없이 충실히 따라왔을 것인데 이제 와서 본인 사건에 다른 기준을 주장하는 건 지극한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국의 모든 형사재판부는 적부심이 청구된 모든 사건에 관하여 구속일수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지에 관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종래의 많은 사건에 대한 부당한 구금상태에서의 공판 진행을 이유로 취소해야 할 위험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결정은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취소돼야 하고, 이를 통해 절차적 혼선이 정리됐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은 무슨 연고인지, 이 쟁점이 형사절차상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존재함에도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뒤에는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과 김주현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뒤에는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과 김주현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즉시항고 포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박철완 광주고검 검사는 '구속취소 사유 등이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검은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원칙적인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쪽에서 ‘당해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원칙적 입장을 따르지 않아야 함’을 정당화해야 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력한 논증을 제공해야 한다"며 "대검은 어떤 논증을 제시했을까"라고 했다. 

박 검사는 "대부분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논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즉시항고를 포기해야 한다’라는 대검의 입장에 대해서는 그 논거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언론에 일부 소개되는 논거들 중에는 위헌 논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실정법에 규정된 절차를 집행 담당자가 지레 위헌 논란을 염두에 두어 그 절차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검은 헌법재판소가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제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어 해당 사례를 석방지휘 결정 과정에서 고려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제와는 관계가 없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97조 제4항은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하여는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수양 창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구속취소 즉시항고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존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 즉시항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채 부장검사는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은 법원이 조건을 부과하거나 취소 사유를 고려해 결정하지만, 구속취소는 조건 부과 없이 구속의 효력을 소멸시키므로 법적 성격이 다르다"며 "잘못된 구속취소 이후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영장주의 위배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했다. 

주민철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는 구속기간 계산과 관련해 명확한 실무지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주 부장검사는 "지금부터 윤 대통령 본안 재판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구속기간 불산입 기준’을 ‘날’로 산정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결정에 따라 '시'로 산정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사람의 인신구금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검사 개개인의 생각과 판단에 맡기지 말고 명확하고 통일된 지침을 알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뭐가 맞는지 바로 옆에 있는 동료 검사들과도 의견이 다르다"고 했다.

한편, 심우정 검찰총장은 1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적법 절차와 인권 보장은 제가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해 온 검찰의 기본적인 사명”이라며 “기소 이후에 피고인의 신병에 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심 총장은 자신에 대한 사퇴요구·탄핵 목소리에 대해 "적법 절차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내린 것인데, 그것이 사퇴 또는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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