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건희 여사'가 만사가 됐다" "불길하고 또 불길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네거티브가 '국정농단' '여론조작' 의혹으로 비화하자 보수언론에서 '정권상실' 경고음을 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질 때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후 원팀을 선언한들 진상규명이 불가피한 수사사안이 널려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열린 북한인권간담회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열린 북한인권간담회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공동취재=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대가 진행될수록 '김건희-한동훈 문자'와 '김건희 댓글팀' '한동훈 댓글팀' 논란이 불어나고 있다. '김건희-한동훈 문자'는 '국정농단' 의혹으로 번졌다. 한동훈 후보는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사과 의향을 타진한 김건희 씨 문자를 왜 '읽씹'했냐는 여타 후보의 공세에 "만약 답신했다면 야당에서 '국정농단'이라고 했을 것"라며 "당 대표가 돼도 영부인과 당무와 관련해서는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김건희 씨에게 사과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가 이걸 다 공개했었을 경우에 위험해지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김건희 댓글팀' '한동훈 댓글팀' 논란은 구체성이 더해지고, 여권 댓글팀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TV조선이 지난 8일 공개한 텔레그램 문자 5건 원문을 보면, 김건희 씨는 지난 1월 23일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한동훈 후보)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고 했다. '댓글팀 활용'이라는 표현은 댓글팀의 존재를 전제한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김건희 씨가 총선 이후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와 57분간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건희 씨의 여론관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댓글팀·여론조성팀' 의혹을 제기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자신이 여론조성팀에서 활동했다며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공개한 메세지는 ▲참여연대 조지는데 요긴하게 쓰시길. 지금 한동훈 장예찬 찰떡콤비임. 장관님께도 보고드림(2023년 5월 16일) ▲이화영 드러누은 이슈는 더 끌고가자. 커뮤니티 유튜브 조치할게(2023년 7월 29일) 등 4건이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사실무근이면 나를 고소하라"며 의혹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후보 측은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권 초기에 용산 이전이나 이런 것 때문에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가니가 모 인사가 '대선 때 있던 애들 좀 써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해서 제가 놀랐다"며 "'대선 때 뭘요' 이렇게 했는데, 그 인사가 잘못 말한 것을 깨닫고 입을 닫더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최재혁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지난 12일 칼럼 <[광화문·뷰]박근혜 정부가 왜 무너졌겠나>에서 "한 번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하진 않았을 장면이 100개는 된다"는 전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들의 말을 옮겼다. 최재혁 부장은 박근혜 정권 붕괴의 시작점을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불화로 꼽는 정치권의 시각을 전하면서 "지금 국민의힘 상황은 그때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최재혁 부장은 "김무성과 유승민, 두 사람은 한때 박 전 대통령을 열심히 도왔던 사람들이다. 그들을 찍어 누르면 당연히 그 반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은 전제 군주제에서 볼 법한 전근대성을 느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판단 착오와 아집, 오해와 불신, 자기 과신과 불운이 고리처럼 연결돼 탄핵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연결됐다"고 했다. 

최재혁 부장은 "정국이 야당 뜻대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보수 정부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탄핵하려면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며 "문제는 여권의 현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때처럼, ‘이것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일들이 또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13일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칼럼 <김 여사의 그림자>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는 늘 예기치 않은 곳에서 튀어나와 끊임없이 국민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의 '디올백 수수' 면죄부, '김건희 문자'의 부적절성을 거론했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난데없는 ‘읽씹(읽고 무시함)’ 논란으로 난장판이 벌어졌지만, 배신이냐 아니냐보다 더 충격적으로 느껴진 것이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물밑에서 김 여사의 독자적 소통 채널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공적 권한 없는 대통령 부인이 사적 채널을 통해 대국민 사과라는 국정 현안을 여당 대표와 직접 협의하려 했다. 국정 개입 시비를 부를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김건희·한동훈 문자' 이틀 뒤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사실을 거론하며 "지금도 그렇다.(중략)대통령 부인이 정치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논란의 한복판에 선 모양새"라고 했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용산발(發) 뉴스 중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말도 나온다"며 "크고 작은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국정 곳곳에 김 여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인상이 굳어졌다. 불길하고 또 불길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7월 12~13일 칼럼 갈무리 (네이버 뉴스)
조선일보 7월 12~13일 칼럼 갈무리 (네이버 뉴스)

15일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칼럼<'김건희 여사’가 만사가 된 기막힌 현실>에서 야당의 탄핵 시도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법 앞의 평등'을 결심해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씨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검찰 조사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하경 대기자는 "김 여사의 돌연한 정치 개입은 '대통령은 도대체 뭐하냐는 거냐'는 분노를 불렀고, 탄핵 나팔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며 "191석의 야권 탄핵 열차는 경적을 울리며 질주하는데 집권당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비극의 전조"라고 했다. 

이하경 대기자는 김건희 씨의 '디올백 수수' 사건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됐지만 용산의 비협조로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반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 씨는 측근 법인카드 유용에 관여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면서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고 했다. 

또 이하경 대기자는 김건희 씨의 사과가 국민이 아닌 한동훈 후보에게 이뤄진 데 대해 "번지수가 틀렸다"고 했다. 이하경 대기자는 "'대선 정국에서 허위 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 빠졌고…'라는 둔사(遁辭)는 정권의 양심을 마비시키는 독"이라고 김건희 씨를 직격했다. 

15일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칼럼 <‘원한과 저주’의 여당 전대>에서 "어디를 봐도 여당 안에서는 이번 진흙탕 싸움의 승자가 보이지 않는다. 쾌재를 부르는 것은 오직 야당뿐"이라며 "여당은 벌써부터 전당대회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중략)제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저주 병아리들'의 발걸음이 더없이 총총해 보인다"고 했다. 

천광암 주간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밀어붙이면서 역풍을 걱정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당 아니면 어쩔 뻔했냐'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김건희 댓글팀’이나 ‘한동훈 여론조성팀’은 양측의 공방 과정에서 심각한 국민적 의혹으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 그냥 묻어두기는 힘들 것이다. 한 후보가 말한 '위험해지는 부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앙일보 7월 15일 이하경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 7월 15일 이하경 칼럼 갈무리

한국일보는 13일 사설 <與 전대 등장한 '댓글팀' '여론조성팀' 실체는 뭔가>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국정원 댓글 수사팀을 이끌면서 박근혜 정권과 갈등을 빚은 뒤 문재인 정권에서 발탁된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댓글팀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과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조직적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은 법 위반을 떠나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과열된 공방에 따른 무리한 의혹 제기였다고 넘길 게 아니라 당사자들의 분명한 해명과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15일 사설 <국힘 전대에서 드러난 의혹,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나온 여러 사항들 중에는 규명되지 않으면 안 될 내용이 하나둘이 아니다. 수사가 필요한 사항들도 있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끝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제 다 잊고 똘똘 뭉치자’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동훈 후보 ▲여론조성팀 ▲사천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김건희 씨 '댓글팀' 운영 의혹, '김건희-한동훈 문자'상 국정농단·당무개입 의혹, 문자 유출 대통령실 개입 여부 등을 진상규명 대상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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