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네거티브가 과열되면서 '당무개입' '댓글팀' 등의 의혹들이 제기된 데 이어 의자를 집어던지는 난장판이 벌어지자 '자폭 전대' '분당 대회'라는 언론 평가가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소수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이 혐오 정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는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 사이 폭력 사태가 발발했다. 한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자 원 후보 지지자들은 "배신자" "꺼져라"를 반복해서 외쳤고, 한 후보 지지자들이 항의하면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들어 던지려 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싸움이 시작됐다.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당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당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병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한동훈 캠프가 언론에 흘린 것으로 의심받는 여론조사 공표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한 후보 지지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사퇴해" "셧업(입 닥쳐)" 등의 항의가 나왔다고 한다. 

앞서 한동훈 캠프 자체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과반 지지를 얻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최근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여론조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경선 과정을 더 혼탁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싶어 위원장으로서 굉장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관위는 당대표 후보 캠프에 지지자들에 대한 주의를 요청하고, 경찰에 폭력사태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은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한 후보는 16일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제가 연설하는 과정에서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계획하고 와서 난동을 피운 거더라"라며 "원 후보 지지자들이 그렇게 연설 방해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같은 날 TV조선 유튜브에 출연해 "한 후보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친 모양인데, 저희 지지자인지 다른 지지자인지 알 수 없다"며 "한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가 원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폭행하는 영상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17일 조선일보는 사설 <여야 전당대회, 자해·폭력, 다른 쪽은 ‘무조건 탄핵’>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연일 원색적인 비난전을 벌이더니 결국 폭력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며 "소수당으로 전락한 집권당이 볼썽사나운 자해와 혐오 정치만 벌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과거 당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던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며 "결국 총선 참패 후 국정을 수습하고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전당대회가 오히려 내분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런 집권당이 의석도 태부족한데 어떻게 민생을 살피고 국정 개혁을 하겠나"라고 했다.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당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당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 <“배신자” 욕설에 몸싸움까지, 난장판 與 전당대회 한심하다>에서 "당 안팎에선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대회를 보는 것 같다'는 비판까지 나온다.(중략)이런 전당대회가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며 "막장극이라고 하면 딱 맞을 듯싶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게 뻔하다"며 "무엇보다 당권을 잃지 않으려는 친윤(친윤석열)계 지원을 받는 원 후보 측의 자중이 필요하다. 1987년 이후 여야 불문하고 당내 행사에서 난투극에 가까운 '어처구니없는 싸움'을 벌인 적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설 <육탄전까지 벌어진 與, 이대로 공멸할 건가>에서 "‘윤심(尹心)’ ‘친한(親韓)’ ‘김건희 여사 문자’ 등 논란으로 날을 새더니 ‘댓글부대’ ‘측근 요직 추천’ 같은 폭로전이 끝없다"며 "‘노상방뇨’ ‘다중인격’ 등 주고받는 말도 듣기 민망하다. 보수의 품격은 사라지고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일부 논란거리는 야당의 특검 도우미 역할을 하는 꼴이 되면서 '자폭전대'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여당 전대가 이렇게 죽을 쑤니 야당에선 '이 정권은 끝났다'는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총격 테러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與 전대 지지자 충돌, 미국과 다를 게 뭔가>에서 "한 40대 남성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후보를 향해 '얌전히 있어라', '계란하고 흉기를 들고 복수하러 간다'고 적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며 "‘팬덤정치’가 여권 내부까지 파고들어 혐오정치를 부추긴 결과다. 사태가 이 정도로 악화됐는데도 두 후보는 상대 후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만 골몰하고 있으니 당의 미래가 어둡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의자 집어던지는 與 전당대회 어디까지 추락할 건가>에서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사태가 벌어진 바로 다음 날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폭력사태가 발생한 건 우리 집권 여당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참담하다"며 "정치유튜버들도 합동연설회 등을 중계하며 온갖 자극적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누가 당대표가 되든 그 후유증을 어떻게 잠재울 건가. 두 후보 지지층은 같은 당이라 보기 힘들 만큼 감정적으로 격앙돼 있다"며 "이대로 자멸의 길로 가겠다는 게 아니라면 유력 후보들은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추태를 멈추지 않는 한 보수 재건은 고사하고 윤석열 정권과 여권에 미래가 없음을 각성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오른쪽부터)·한동훈·원희룡·나경원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상현(오른쪽부터)·한동훈·원희룡·나경원 당 대표 후보들이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육탄전으로까지 번진 여당 전대, ‘분당대회’ 소리 들리나>에서 "이러니 당내에서부터 ‘분당대회’ ‘자폭 전대’라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부 권력 다툼에 빠진 정부·여당만 이를 모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래선 전대 이후에도 여당에 제 모습과 국정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벌써 차기 지도부 ‘조기 낙마’ 음로론이 나도는 게 여당의 현실"이라며 "분당이 되거나 한 지붕 두 가족의 심리적 분당 상태에 들어가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여당은 국민들의 최소한 믿음마저 허무는 자멸적 권력 다툼을 중단해야 한다"며 "대통령실도 말뿐인 ‘불개입’이 아니라 분명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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