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비리사학을 견제하는 사학법 일부 조항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사립학교에서 교사를 뽑을 때 관할청이 주관하는 필기시험, 사학 재단이 관할 기관으로부터 징계 재심의 요구를 받았을 때 이행해야 할 의무 등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안 후보자의 이 같은 주장은 기독사학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보수 개신교계와 기독사학이 사학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을 때 법률대리를 맡았다. 안 후보자의 모태신앙은 개신교로 알려졌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21일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안 후보자의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 내용 중 '개정 사립학교법의 위헌성'과 관련해 "후보자가 위헌이라고 주장한 조항들은 비리 재단의 독주를 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들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사립학교에서 초·중등 교사를 채용할 때 교육감에게 필기시험을 위탁해 실시하는 조항(제53조의 2), 사립학교가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징계 재심의 요구를 받았을 때 이행해야 할 의무 조항(제66조의 2), 징계 재심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임원에 대한 임원승인취소 조항(제20조의 2) 등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자는 "이 조항들은 교육 당국에 권한을 집중시키고, 사학의 인적 구성을 관리·통제·장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 당국의 제왕적 독재'를 가능하게 한다"며 "사학의 자주성을 훼손하며, 사학의 사립학교 운영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사립 초중등학교 필기시험 위탁 조항은 정교사 채용을 조건으로 금품이 오가기도 했던 사립교사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그런데 안 후보자는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제한하고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며 해당 조항을 위헌이라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 (사진=강유정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 (사진=강유정 의원실)

강 의원은 "사학 재단이 관할 기관으로부터 징계 재심의 요구를 받았을 때 이행 의무 조항과 미이행 시 임원승인취소 가능 조항은 사학 재단의 제 식구 감싸기를 제한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그러나 사학 재단이 행정심판 혹은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잦다는 점, 법원의 사학의 자율성을 이유로 사학 재단의 주장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관할 기관이 승소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 조항들만으로는 재단의 전횡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그럼에도 안 후보자는 사학 재단의 학교 운영의 자유를 제한하고, 교원이 학생을 교육하는 것에 대한 전문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며 "심지어 임원 취소 조항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이 사학을 통제하려 들 수 있다는 비현실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 사학은 운영 재원 대부분이 재단 출연금이 아닌 국고나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서 나온다. 또한 유치원과 초중등 사립학교의 교육은 국가교육과정을 따른다"며 "통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에 대한 안 후보자의 비호는 사학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 했던 우리 사회의 노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권위를 부패한 강자의 방패로 타락시킬 안 후보자는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자가 위헌이라고 주장한 사학법 조항들은 지난 2021년 국회가 사학비리 견제를 위해 개정한 조항들이다. 2022년 한국교회총연합 등 보수 개신교계와 기독교 사학 연합체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는 개정 사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는데, 안 후보자가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해당 헌법소원에는 기독사학 43개 법인과 122개 학교가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보수 개신교계와 기독사학은 개정 사학법이 "종교계 사립학교의 70%에 이르는 기독사학의 인사권과 자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건학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비종교인과 타 종교인, 심지어 이단의 교원 임용을 사실상 막을 수 없이 기독교 학교의 존립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22년 2월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서울 종로구 경신중고교 언더우드기념관에서 '기독사학 비전선포식'을 개최하고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계획을 밝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2년 2월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서울 종로구 경신중고교 언더우드기념관에서 '기독사학 비전선포식'을 개최하고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계획을 밝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 후보자는 2022년 2월 국민일보 칼럼 <[개정된 사학법, 무엇이 문제인가] “교원 임용·징계권 박탈… 사학 운영의 자유 침해 ‘위헌적’”>에서 "(개정법은)특히 교육당국이 특정이념에 편향된 경우 학생들로 하여금 특정이념에 편향된 교육, 왜곡된 역사교육, 일방적 성가치관을 강요하는 성교육 등을 받게 함으로써 학부모의 자녀교육권과 학생의 인격 발현권을 침해하고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뿐만 아니라 헌법 제31조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헌법의 핵심질서인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후보자는 "나아가 기존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학교법인은 학교의 교지, 교사 등을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며 "물적 통제를 받는 학교법인이 개정법에 의해 인적 구성마저 교육당국으로부터 관리·통제·장악된다는 것은 사학의 존립기반을 붕괴시켜 사학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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