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안창호의 퍼스펙티브' 칼럼을 게재했던 중앙일보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중앙일보는 공안 검사 출신의 안 후보가 차별금지법 반대, 성소수자 혐오, 창조론 교육 등의 주장을 펼친 것은 인권위의 법적 지위와 성과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4일 사설 <우려되는 검사 출신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의 인권 감수성>에서 "안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는 개인적 자유다. 이를 존중해 주는 게 자유민주주의"라며 "하지만 공직자로서 공개적인 발언을 하고, 그런 소신을 기초로 정책을 수행하게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찬대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후보자석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찬대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후보자석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안 후보가 ▲2021년 강연에서 '진화론의 가능성은 0'이라고 말했다 ▲2020년 세미나에서 '차별금지법 시행은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저서에서 '동성애가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혐오적 내용을 썼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중앙일보는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초·중·고교에서는 동성애자 채용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는 안창호 후보의 칼럼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지난 2020년 9월 '안창호의 퍼스펙티브' 칼럼 <‘동성애자라 채용 탈락’ 주장하면 회사가 ‘아님’ 입증해야>를 게재한 바 있다. 안 후보는 당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을 거론하며 "민주적·공화적 가치와 헌법 질서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광장 등 공적 시설, 방송·신문 및 소셜 미디어 등에서 김일성 세습 왕조를 정당화하는 주체사상, 성적 지향 등에 대한 부정적 논의는 차별행위가 돼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에선 북한 추종자, 동성애자 등의 채용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채용에 탈락한 사람이 동성애자여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예컨대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주체사상을 찬양하고 김정은을 칭송하는 집회를 한다고 치자.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체사상과 세습 독재를 비판하면서 북한 추종자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지칭할 경우 현재는 법적 제재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그들을 비판하는 행위를 비판적 환경 조성 행위로 봐 금지한다. 민·형사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썼다.

2020년 9월 8일 중앙일보 칼럼 갈무리
2020년 9월 8일 중앙일보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는 4일 사설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인권위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다. 차별 행위는 여러 사유로 고용과 경제·교육 등에서 우대 또는 불리하게 대하는 행위"라며 "인권위법에는 그 사유로 성별·나이·종교·출신지와 함께 가족 형태,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등도 명시돼 있다. 안 후보의 소신은 인권위의 법적 지위나 임무와 충돌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인권위가 이뤄온 여러 성과도 부정해야 한다"면서 "이런 논란과 비교하면 안 후보가 헌법재판관 시절 해외 출장에 부인을 동반하거나, 장남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은 오히려 작아 보인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자유민주국가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와 절차에 대해 법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월권에 따른 인권 침해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도 존재한다"며 "기존 법체계 수호가 첫 번째 사명인 검사 출신들의 ‘인권 감수성’ 수준과 이 자리는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안 후보가 주로 맡은 공안 분야에선 그동안 숱한 인권 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중앙일보가 지적한 내용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주도 ▲코로나19 팬데믹 대면예배 금지에 대한 위헌 주장 ▲간통죄 폐지 반대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역 도입 반대 ▲성관계 불법촬영·미성년자 성매매 사건 변호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중앙일보 9월 4일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 9월 4일 사설 갈무리

안 후보는 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인사들의 인권침해적 주장들에 대해 "답변드리는 게 부적절하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건폭'(건설 폭력배)몰이 논란, 윤 대통령 풍자 영상에 대한 고발·압수수색,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자 혐오 발언('자살 특공대' '손배폭탄이 특효' 등), 김용원‧이충상 인권위원 혐오 발언('일본군 성노예 타령' '기저귀 찬 게이' 등)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세계일보는 4일 기사 <인권위 독립기구인데… 안창호, '윤석열' 석자에 침묵>에서 "인권위는 독립된 인권전담 국가기구로서 행정부의 차별 행위, 인권 침해 정책에 시정 및 권고 조치를 하며 소수자 권리 보장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 정부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안 후보의 태도를 두고 인권위원장에 부적합한 인사를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성소수자 차별 발언하는 ‘안창호 인권위’ 국제적 망신이다>에서 "인권위원장 후보자라는 사람이 국회에 나와 극우 유튜버나 할 법한 주장을 쏟아낸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라도 안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기구의 설립 목적과 정체성에 반하는 인물을 수장에 앉히는 청개구리식 인사로 국가 기구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 셈인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최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면서 2026년까지 이행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갖은 혐오 표현을 불사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유엔의 권고를 대놓고 무시하는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명색이 선진국이라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어떻게 낯을 들겠으며, 인권외교에서 무슨 발언권이 있겠는가"라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인권 부정하는 안창호, 인권위원장 자격 없다>에서 "인권위원장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라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퇴행적 인식의 소유자가 인권의 수호자가 되겠다는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최종보고서 채택회의에 인권위 대표로 참석한 이충상 위원은 한국에서 '군형법 추행죄 폐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권위의 입장을 누락해 논란을 빚었다. 이충상 위원은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안에 반대하면서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사용했다. (관련기사▶인권위 대표, 유엔 인권이사회서 인권위 입장 누락)

국민일보 8월 29일 기사 갈무리
국민일보 8월 29일 기사 갈무리

한편, 국민일보는 지난달 28, 29일 <“차금법 반대했다고 비난 표적… 정당한 비판마저 옥좨선 안돼”>, <“안창호 후보, 일부 언론에서 근거없이 공격”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이라는 제목으로 이충상 위원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이충상 위원은 국민일보에 "현재 일부 언론들을 중심으로 안 후보자가 차금법을 반대해 온 것을 표적으로 삼아 과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의 저서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발췌해 마치 안 후보자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극단적 혐오에 물든 사람인 것처럼 보도한다"며 "여러 주장들의 취지나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총선 국면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기자 칼럼을 게재했다.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보수 기독교계가 출자한 언론사다. (관련기사▶국민일보, 차별금지법 관련 낙선 좌표찍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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