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구성원들이 이진숙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한 KBS 이사 7인 모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KBS 구성원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화했다”면서 “이런 인물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느니 차라리 해체하라”고 규탄했다.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법인카드 사적 유용’ ‘극우적 시각' 등의 비판이 쏟아진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하면서 ‘2인 체제’를 복원했다.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은 임명 반나절 만에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여당이 벼르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일 밤 KBS 이사 임명안을 재가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이번에 임명된 여권 성향 KBS 이사 7인은 ▲권순범 KBS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KBS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등이다. KBS 이사회는 11인으로 구성되며 관행적으로 여·야 7대4 구도로 구성됐다. 

이번에 선임된 이사 7인은 모두 여권 성향으로 분류된다. 방통위가 전임자로 규정하지 않은 현 야권 성향 이상요·김찬태·류일형·정재권 이사는 임기를 이어간다. 변호사 출신인 현 조숙현 이사는 '전임자'로 표기돼 임기가 종료된다. 눈에 띄는 점은 법조계 출신 인사가 늘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출신 서기석 이사장 외에 이인철, 황성욱 이사 모두 법조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일 성명을 내어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으로 윤석열 정부는 방송장악, 공영방송 파괴 의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드러냈다”면서 “무엇보다 방통위가 이사 이번 이사 선임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화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여권 몫만큼을 제대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방통위 스스로 공영방송을 정치적 자장안에 묶어두고 공영방송을 정부여당의 이해에 복무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진숙 방통위의 결정이 역설적으로 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고, 방송3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KBS 이사 7인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윤 대통령이 임명한 KBS 이사 7인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에 임명된 KBS 이사 7인 모두 부적격 인사로 규정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서기석 이사장과 권순범 이사를 두고 “낙하산 박민 체제 탄생의 일등 공신”이라며 “특히 권순범 이사는 이번 조직개악에서도 전적으로 사측 편을 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인철, 황성욱 이사는 각각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과  여당 대표 정무특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인철 이사는 펜앤드마이크에 기고한 칼럼 <KBS 수신료와 분리징수의 의미>에서 “KBS를 국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으로 KBS 정상화를 위해 근조 화환 보내기 시민운동이 진행 중"이라며 "분리고지 시대로 돌아가서 국민과 수신료 문제를 가지고 직접 대면하면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황성욱 이사는 방통심의위원장 직무대행 시절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인용 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데에 일조했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방통심의위는 과징금 등 중징계를 남발해 ‘표적 심의’라는 비판이 일었다. 또 황 이사는 업무추진비를 초과 사용해 방통위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황 전 방통심의위원은 KBS 이사 지원서에 ▲사안별 ‘패스트 트랙’ 제도 신설 ▲지속가능위원회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허엽 씨는 이명박 시절 언론장악을 옹호하는 글을 쓰더니 이번에도 보수언론단체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을 옹호했고, 이사 지원서에는 KBS 사장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정확하고 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KBS 이사회 (사진=KBS)
KBS 이사회 (사진=KBS)

동아일보 상무 출신인 허엽 이사는 보수언론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사 지원서에 “KBS의 목표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맞춘 공익이어야 한다”며 “이 목표는 이념적으로 견고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허 이사는 “KBS 사장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확하고 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이사는 바른언론시민행동 단체 활동을 경력으로 내세우며 “방송 매체를 통해 가짜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행태를 ‘이달의 가짜뉴스’ 발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발했다”고 했다. 해당 단체와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지난해 5월 ‘30대 가짜뉴스’를 선정했다. 이들 단체가 꼽은 가짜뉴스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일본 오염수에 한국은 뒷짐 보도 등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류현순 씨는 부사장 시절 '길환영 사장의 아바타'로 불리면서 공정방송위 파행을 이끌었고, 파업 때는 <6시 내 고향> MC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려 한 전력이 있고, 이건 씨는 지원서가 너무 부실해 어떻게 이사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사회는 지난 1년 낙하산 박민 사장의 KBS 파괴를 가만히 지켜보고 어떠한 제동도 걸지 못했는데, 과연 이런 인물들로 새로운 사장을 제대로 선임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이런 인물로 이사회를 구성하느니, 차라리 이사회를 해체하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이사 선임은 방통위의 위법적 2인 체제 아래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화해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렸다는 측면에서 원천 무효”라며 “위법적 행위를 거듭하는 방통위와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자신들의 몰락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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