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홍열 칼럼]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대 중국의 남자축구 8강전 경기 와중에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일어난 ‘클릭 응원’ 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중국 축구 경기와 관련해 다음의 ‘클릭응원&댓글응원’ 중 중국을 응원한다는 ‘클릭응원’이 2천만 건 이상(91%)으로 나왔고 한국을 응원하는 클릭 수의 비중은 전체의 9%(2백만 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에서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뜻밖이었고 또 그 격차가 너무 커서 많은 사람들이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해킹당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다음(왼쪽)과 네이버(포털)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 응원 페이지 [김미애 의원 페이스북]
다음(왼쪽)과 네이버(포털)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 응원 페이지 [김미애 의원 페이스북]

구체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한·중 경기 전후로 다음의 ‘클릭 응원’ 3130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댓글 중 약 50%는 네덜란드를,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국외 특정 세력이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거나 매크로 조작으로 중국 응원 댓글을 대량 생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지난 4일 발표한 보도참고자료에서 “두 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집중 클릭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발표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누군가가 매크로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중국 응원 댓글을 대량 생성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은 이런 사실을 해석하고 추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주로 집권여당과 정부, 보수언론에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국민의 힘 당대표인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면서 “여론조작 세력은 반드시 발본색원해 엄단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 안전과 강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 안전과 강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부도 김기현 대표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동관 방통위원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서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할 범부처TF를 신속히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보수언론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2%가 中 축구 응원하는 포털 여론, 조작 방지 대책 시급” 제하의 사설에서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 댓글에 국적이나 접속 국가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포함해 인터넷 실명제 강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보수언론의 이런 주장들은 ‘가짜뉴스, 허위조작, 여론선동’의 프레임을 형성하면서 인터넷 가상공간에 대한 검열과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넷 댓글에 중국응원이 과도하게 많다는 이유로 배후를 ‘불순세력’으로 규정하고 여론왜곡 운운하는 것은 과도한 반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의 ‘클릭응원’은 한겨레 보도처럼 일종의 ‘클릭 무제한’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로그인이 필요 없어 중복투표도 할 수 있고, 양 팀을 동시에 응원할 수도 있다.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즐기도록 고안된 것이지,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교한 서비스가 아니다.  

한중전 당시 다음 스포츠 '클릭 응원' 시간대별 클릭 응원 그래프 [카카오 제공]
한중전 당시 다음 스포츠 '클릭 응원' 시간대별 클릭 응원 그래프 [카카오 제공]

국내에서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에서 국가 대항 축구시합에 상대국가 응원이 과도하게 많다는 것이 흥미로운 뉴스거리는 되겠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한국-사우디아라비아 친선 축구경기, 한국-키르기스스탄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에서 한국팀의 응원 비율은 각각 48%, 15%에 그쳤다. 또 지난해 9월 한국-카메룬 친선 축구경기 땐 카메룬 응원 비율이 한때 80%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주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지 않아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았지만 유사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클릭응원이 특별한 관심을 끈 이유는 상대국가가 중국이라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가상공간을 통해 국내 선거에 개입할 것이라는 의혹이 있고, 일부 사람들은 사실로 믿고 있다. 이런 의혹과 생각이 가상공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놀이를 축소 또는 폐쇄시키기 위해 현실공간의 법과 제도를 동원하고 있다. 가상공간이 어느 상황에서나 무한대의 자유를 누릴 수는 없지만 가능한 최대의 자율성은 담보되어야 한다. 가상공간이 확장되어야 현실공간 역시 창의적 호흡이 가능해진다. 클릭 응원의 경우 정확한 원인을 찾아낸 후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규제와 같은 조처는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가상공간의 축소는 결국 민주주의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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