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에 대해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이름의 언론장악 데자뷔'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방통위는 언론보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판단하는 기구가 아니라며 대통령실의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한 전 위원장은 26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9일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데자뷔다. 제가 MB정부 때 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주주·관리감독기구) 이사를 지냈는데, 당시 경영진이 물러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봤다"며 "상당히 폭력적으로 진행됐다. 그때 사용된 용어가 '공영방송 정상화', 또 정상화 과정을 겪지 않을까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동관 특보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공영방송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에 대한 견해가 일치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과정들을 또 한 번 겪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의 면직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을 때 대통령실이 밝힌 입장에 대해 "과연 정확한 워딩인지, 써도 되는 워딩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면직 효력이 유지되자 "방통위가 조속히 언론자유와 보도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저는)형평성, 투명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 해왔다. (대통령실 논평은)뒤집어서 얘기하면 방통위가 언론보도의 공정성, 중립을 지켰는지를 판단하라는 얘기"라며 "그렇게 되면 결국 국가기관이 방송내용에 대해 관여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나. 그래서 국회에서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의원들 지적이 있을 때마다 제가 말씀드렸던 것이 '방통위는 그런 거 하면 안 된다'였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는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하는 것이고, 법적 구제 절차들은 다 법(언론중재법 등)에 마련돼 있으니까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나서서 '공정하다' '공정하지 않다'는 걸 판단하기 시작하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건 적절한 워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방통위의 TV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해 한 전 위원장은 "많이 걱정된다. 이게 상당히 호도된 측면이 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가 수신료 납부거부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수신료 납부는 수상기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법적 의무다. 내야되는 것"이라며 "분리징수를 하면 선택권이 생겨서 안 내도 되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법상 수신료를 미납하면 가산금이 부과된다. 수신료가 체납될 경우에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해 징수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강제징수 대상이란 얘기다.
한 전 위원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시)KBS는 1년 예산의 반을 떼고 시작해야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KBS가 공적 책무를 다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결국 공영방송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시대가 많이 변해 이론이 있을 수는 있다고는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방향이 서면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 갑자기 분리징수가 (수신료 납부)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처럼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방통위 공무원들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가 이뤄졌고, 검찰의 공소장은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 원칙(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제가 가장 문제시하고 있는 것은, (수사)기록이 2만 3~4천 페이지 정도 되는데 60명 정도가 조사 받았더라. 핵심 피의자였던 모 국장, 과장의 경우 피신(피의자 조사)을 20번, 13번(받았다)"며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면담도 3~4회 있고, 심지어 구속기소된 이후에도 3~4회씩 조사를 받았다. 인권수사 규칙에 반하는 조사·수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은 "공소장 일본주의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제 트레이드마크가 돼 있는 '미치겠네', 이거 저에 대한 공소사실과 관계 없지 않나"라며 "(검찰이)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 사상, 양심, 이런 걸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범죄동기가 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더라. 공소장에 반영하지 말라는 거라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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