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의 TV조선 재승인 조건 이행 점검 과정에서 가짜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거주지 침입 사건에 대한 조처가 없었다는 게 확인됐다. 

가짜수산업자 김 모 씨로부터 유흥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엄성섭 전 앵커는 현재 TV조선 보도해설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국민의힘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현재 시점에서 방통위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폈다. 

TV조선 사옥 (사진=TV조선)

방통위는 15일 전체회의 결과 보도자료를 내어 '㈜조선방송의 2022년도 재승인 조건 및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실적 제출결과에 관한 사항'을 보고안건으로 상정했으며 이행실적 제출결과는 올해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TV조선 이행실적과 관련한 내용 설명은 없었다. TV조선 재승인 유효기간은 오는 4월 21일 만료된다. 

하지만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TV조선 재승인 조건·권고사항에 대한 상임위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TV조선의 이행실적은 올해 재승인 심사위원들에게 보고서 형태로 제공되는데, 보고서에 구성원 윤리위반 사건에 대한 처리결과, 보도 공정성 진단의 문제점 등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창룡 위원은 "TV조선의 경우 윤리강령이나 보도준칙을 잘 지켜달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여기(보고서) 나타나 있지 않지만 조국 전 장관 딸 자택 침입 사건이 2020년 10월 발생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고 이달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TV조선 전 앵커가 가짜수산업자 게이트 관련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연루됐다"고 말했다. 

김창룡 위원은 "이런 준칙 위반 건에 대해 TV조선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자율규제가 작동됐는지 꼼꼼하게 챙겨 현장에서 준칙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방통위 사무처에서 확인하고, 점검에 반영되어야 한다"며 "TV조선 전 앵커는 아직도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고 조치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현 위원은 "2020년 재승인 당시 TV조선 신청서에 따르면 방송인 품격에 대한 징계제도 강화가 있고, 강화된 기준에 따라 징계가 있었다는 보고도 있었다"며 "그런데 실질적으로 영향력 있는 진행자가 방송인 품격을 저해한 행위에 대해 TV조선이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 부분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TV조선 보도해설위원으로 재직 중인 엄성섭 전 앵커는 가짜수산업자 김 씨로부터 유흥접대, 차량 무상제공, 수산물 수수 등 2년간 약 1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엄 전 앵커는 지난 2019년 12월 20일 경북 포항 남구 장기면 모 풀빌라에서 김 씨와 함께 김 씨가 섭외한 유흥주점 여성접대원 4명과 술과 유흥을 즐겼다. 또한 공소장에 따르면 엄 전 앵커는 김 씨로부터 벤츠C220 차량, 아우디A4 차량, K7 차량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대게·고동·독도새우 등을 배송받았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출신인 김효재 위원은 "방송인 품격 유지에 대한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하나 이 문제는 방통위가 세세하게 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고, 다만 그 법인이 아무 조치도 안했을 때 '뭘 한 거냐' 물어야 한다"며 "지금 거론되는 앵커의 일탈은 재판이 진행 중인데,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회사가)더 나간 조치를 취할 경우 추후 법정다툼이 이어져 회사가 100% 지게 돼 있다"고 거들었다. 

김효재 위원은 "이건 언론사뿐 아니라 국가기관에도 영향을 끼친다. 저희가 지켜봐야 할 것은 판결이 났는데도 TV조선이 그 개인에 대해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옹호할 때 경고하고 재승인 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지금 (재판이)진행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현역에 있으니 회의록에 기재하고 의결하자는 것은 그럴 수 없고 옳지 않다. 행정청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환 부위원장은 "사무처가 고생 많이 했다"며 원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상혁 위원장은 "이행실적 결과를 보고하는 이유는 임박한 재승인 심사에 제출해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그대로 가냐, 아니면 보다 상세한 버전으로 가냐의 문제"라며 "예를 들어 조건의 주요 내용이 '공적 책임성 제고'인데 어떤 내용이 어떻게 이행되고, 불비한 것은 무엇인지 제공돼야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이지 '이행중' 이러면 심사위원들이 이걸 보고 심사에 반영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저희가 재승인 조건과 권고사항을 부가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지켜져서 방송사업자가 공적 기능을 다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현 위원이 문제제기 한 부분에 대해 '이런 의견이 있었다'고 보고서 말미에 제출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효재 위원은 "이 보고서 외에 디테일이 들어가는데, 여기 본문에 그걸 넣어야 할 이유가 뭐냐"고 반발했다. 

엄성섭 TV조선 보도해설위원 (TV조선 앵커 시절 방송화면 갈무리)
엄성섭 TV조선 보도해설위원 (TV조선 앵커 시절 방송화면 갈무리)

김현 위원은 TV조선이 제출한 '시사·보도 프로그램 공정성 평가' 보고서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 작성 기관이 재승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TV조선은 재승인 조건에 따라 '복수의 외부 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적책임·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김현 위원은 "복수의 외부 전문기관, 복수의 미디어학회를 통해 진단을 실시하라고 적시돼 있는데 그렇게 돼 있지 않다"며 "2022년 1월에 만들어진 신생 연구소이고 미디어학회에 포함되지 않은 연구소로 파악된다. 보고서 내용상에서도 TV조선이 방송심의에서 지적된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김현 위원은 "2021년도 보고서와 달라진 연구 주체를 통해 편향성 지적이 전혀 안 들어간 보고서가 제출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했다. 2022년도 TV조선 시사·보도프로그램 공정성 연구는 한국미디어경영학회,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가 맡았다. 

한편, 이날 방통위는 콘텐츠 투자계획 조건을 위반한 채널A에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채널A는 2021년 콘텐츠에 1440억 900만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실제 1268억 2600만원을 투자했다. 방통위는 채널A에 올 연말까지 171억 8300만원을 집행하라는 시정명령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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