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3일 청주지방법원이 고 이재학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고 이재학 PD는 생전에 청주방송을 상대로 하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으며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1심 재판부는 청주방송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증거를 바탕으로 고인이 청주방송의 노동자라는 사실과 청주방송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청주방송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것과 소송 관련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한다고 명령했다.
선고 이후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씨는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었다”며 “중간에 형은 어쩔 수 없이 떠났지만 드디어 오늘 형이 그토록 원했던 명예회복이 됐고 억울함이 밝혀졌다. 형의 말이 모두 진실이었다”고 밝혔다.
소송대리인 이용우 변호사는 “3년 가까운 법정 싸움 결과 오늘, 1심 판결이 매우 잘못됐기에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점을 2심 재판부가 명확히 했다”며 “진상조사과정에서 확인됐던 ‘고 이재학 PD가 청주방송의 노동자’였고 ‘부당해고 됐다’는 내용들이 사실임을 법원 이름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사측이 진실을 왜곡·은폐했고 이러한 사측 행태에 법원이 그대로 편승해 진실을 외면한 1심 판결을 같은 법원에서 바로잡았다”며 “전국의 방송사 비정규직을 위한 선례를 남기겠다는 염원을 다시 한번 새기고, 비정규직 처우가 개선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청주방송과 이사진 일부를 향해 이재학 PD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중단할 것과 상고심 포기, 미이행 합의안 즉각 이행 등을 촉구했다.
김선혁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모든 분들이 함께 싸워준 결과 오늘같은 판결이 나왔다”며 “이재학 PD의 소식을 들은 게 엊그제 같다. 비 오는 날 투쟁했고, 한 달 동안 천막 투쟁을 진행했으며 1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늦었지만 이재학 PD의 억울함이 지금이라도 올바르게 판단됐다. 이재학 PD의 요구는 이재학 PD만의 문제가 아닌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이라며 “오늘 판결로 방송계 비정규직 동지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14년간 CJB청주방송에서 근무했던 이재학 PD는 2018년 자신을 비롯해 프리랜서 PD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 이 PD는 같은 해 9월 근로자지위확인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월 청주지방법원은 기각했다. 이 PD는 항소를 제기한 이후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방송·언론·노동·인권 영역의 60여개 단체가 모여 출범한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이 PD의 사망사건과 청주방송의 노동 실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청주방송은 이 PD의 죽음에 대한 청주방송의 책임 인정과 책임자 처벌, 청주방송 고용 구조의 개선을 골자로 한 공개 합의에 조인했다.
하지만 청주방송이 지난해 9월 해당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2심 소송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청주방송은 지난달 8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이재학 PD에 대한 노동자성과 부당해고에 대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으며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을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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