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CJB청주방송(회장 이두영)이 고 이재학 PD 개인정보가 담긴 판결문을 사옥 전체에 게시하고,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에 대해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는 "청주방송이 진상조사위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갔다"면서 “6일 대표회의에서도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진상조사를 파행시킨다면 회사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 이재학 PD는 2018년 4월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CJB 청주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 이 PD는 2018년 9월 CJB를 상대로 청주지방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1월 22일 패소했다. 이 PD는 지난달 4일 저녁 8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일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현재 사측·유족·언론노조·시민단체가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이재학 PD 사건을 진상규명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고 이재학 PD 유족·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방송계갑질119·희망연대노동조합 등은 지난달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 이재학PD 유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5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진상조사위 활동을 방해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청주방송은 이재학 PD의 개인정보가 담긴 소송 판결문을 회사에 게시하고, 유족에 대한 악선전을 유포했다. 또 청주방송은 진상조사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 위원으로 추천했다.

대책위는 “회사는 유족, 노사, 시민대책위가 참여한 4자 대표회의에서 ‘진상조사위 활동에 적극 협력’, ‘조사에 성실히 참여’, ‘조사 결과 수용’, ‘해결방안 및 개선방안 즉시 이행’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면서 “하지만 합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 회사는 유족과 대책위를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청주방송은 대표이사의 지시로 청주방송 건물 전체에 고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1차 소송 판결문을 게시해 고인과 유족을 욕보였고, 회사 내에 유족 및 유족대리인에 대한 악선전을 유포시켰다”면서 “3일 1차 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조사 대상이 될 여지가 있는 회사 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항의가 있자 사측 변호사는 ‘유족 대리인의 진상조사위원회 참여’를 문제 삼아 회의를 파행으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이어 대책위는 “뒤늦게 대표이사는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판결문 게시 등을 사과했지만, 진상조사 대상의 조사위원 배제와 가해자 현장 배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6일 대표회의를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대책위는 “CJB청주방송 이두영, 이성덕 대표이사는 진정 고 이재학 피디에게 머리 숙여 명복을 빌고 있는가”라면서 “이재학 피디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마음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장 가해자들의 현장 출입을 전면 금지시키고, 사측 변호사의 진상조사위원 추천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6일 4자 대표회의에서도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진상조사를 파행시킨다면 우리는 더이상 회사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과 시민사회와 함께 불의한 언론사에 대한 무한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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