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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실태 "방송사 스스로 변화 불가능"이재학PD 대책위, 노동환경 실태조사 발표…임금체불-장시간 노동-직장 내 괴롭힘 여전
윤수현 기자 | 승인 2020.04.01 14:06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상당수가 임금체불·장시간 노동·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4대보험·퇴직금·연차휴가·시간 외 수당을 적용받지 못한 노동자는 90%를 넘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방송사 스스로 변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정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 1일 국회 소통관에서 <프리랜서(비정규직) 방송계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3월 11일부터 19일까지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방송계 비정규직 임금체불 현황 (사진=이재학PD 대책위)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 (사진=이재학PD 대책위)

조사결과 임금체불을 경험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52.4%다. 체불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62.8%는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불이익이 우려돼 문제 삼지 않았다’(32.6%), ‘일부 보수를 지급하며 기다리라 해 기다렸다’(24.2%), ‘구두 계약 관행으로 인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17.0%) 등이 꼽혔다. 대책위는 “방송 노동 현장에 임금체불이 상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통계”라고 설명했다.

고용계약 형태 조사결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응답은 11.08%에 불과했다. 위탁·개인도급·집필 등 프리랜서 계약은 40.68%, 구두계약은 40.19%였다. 비정규직 노동자 상당수가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근무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59.18%는 ‘방송 제작현장의 관행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방송사 또는 외주제작사가 프리랜서 계약 체결을 요구해 왔다’ 25.89%, ‘방송사 또는 외주제작사가 구두계약을 요구해왔기 때문’ 9.04%, ‘노동자가 아닌 개인도급(자영업) 사업자이기 때문’ 5.89% 순이었다.

방송계 비정규직 근무시간 현황 (사진=이재학PD 대책위)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58.9%는 ‘주당 5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주 68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은 31.67%, 주 10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은 6.09%였다. 장시간 노동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는 ‘장시간, 밤샘 노동을 당연시하는 업계 분위기’(53.11%), ‘빠듯한 제작 일정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량’(51.89%) 등이 꼽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시간외수당(야간·연장·휴일 수당)을 적용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4.62%에 불과했다. 연차휴가를 받는 노동자는 7.31%, 퇴직금을 받는 노동자는 8.28%다. ‘방송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어떻게 처리하는가’라는 질문에 77.8%는 ‘자비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라면서 “가장 많이 보장을 받는다고 응답한 항목은 식대(46.29%)였다. 이조차도 과반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방송계 비정규직 직장 내 괴롭힘 현황 (사진=이재학PD 대책위)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 (사진=이재학PD 대책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66.5%에 달했다. ‘모욕·명예훼손’을 경험한 응답이 49.8%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부당지시’가 41.8%를 기록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질문에 68.86%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가 57.71%로 가장 많았다.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30.3%는 코로나19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경험한 불이익으로는 무급휴직이 34.9%로 가장 많았다. 보호장비 미지급, 재택근무 요청 거부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이 22.89%로 뒤이었다. 비정규직 97.8%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프리랜서(비정규직) 방송계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최영기 독립PD는 “설문조사는 방송계 비정규직 처우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방송계 곳곳에 제2, 제3의 이재학PD가 존재한다. 방송계는 안전장치가 풀어진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최영기 PD는 “정부가 방송계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노력했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20대 국회에서 뜻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휴지조각이 됐다. 최저임금 못 받고 잠을 못 잘 순 있지만 죽지는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원진주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이재학PD는 함께 일하는 방송작가·비정규직의 임금을 위해 싸웠다”면서 “본인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인 사람들을 위해 투쟁했다. 이재학PD가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는 방송계의 전태일”이라고 밝혔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방송사 스스로 변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정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언경 처장은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민이 가지고 있다”면서 “방송계 비정규직에 고통을 주는 방송을 시청하지 않겠다는 중단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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