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34일, 유가족들이 청와대 가는 길목에 있는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6일차다. 두 차례나 유가족 동의 없이 세월호특별법을 합의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가족대책위’ 3자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수용 불가’ 입장이다. 세월호가족들은 지난 25일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을 만나 ‘수사권-기소권 있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재차 촉구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였다.

▲ 27일 오후 서울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2차 면담을 앞두고 27일 낮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우리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관심은 여야의 정치게임이 아니다.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작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안전사회 건설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서로의 양보와 성과, 잘잘못만을 얘기하는 등 ‘정치게임’을 하고, 새누리당은 면담에서 배·보상 문제를 얘기한다며 “제발 그만 좀 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안전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제는 야당, 그제는 여당을 만났다. 여당은 ‘우리가 얼마나 양보했는지’ 얘기한다. 야당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따냈는지’ 얘기한다. 여당은 야당이 (특별법 논의에서) 얼마나 잘못했는지 일러바치고, 야당은 여당의 잘못을 일러바친다. 그런데 우리는 정치를 모른다. 흥정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만남, 이런 대화가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뿐이다. 제발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 안전사회 건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제발 여야가 이야기하는 특별법안이 가족들이 제안한 안보다 어떻게 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수 있고 안전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지 얘기해주길 바란다. 법리논쟁 말고 제발. 그러면 우리는 설득 당할 수 있다. 제발 배·보상 얘기는 빼 달라. 보상에 최선을 다해 9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 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배·보상 얘기는 왜 하나. 진상이 규명된 뒤 순리에 따라,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정상적 범위 내에서, 그리고 책임 여부에 따라서 하면 된다. 국회의원들이 챙기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 농성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자증이 필요하다. 매체이름과 사업자번호 등이 들어가 있는 기자증은 각 언론사에서 취재 편의를 위해 만드는 것이지만 경찰은 기자증을 일일이 확인하며, 기자증 없이는 농성장에 들어갈 수 없게 통제하고 있다. 미디어스는 경찰에 명함과 주민등록증을 보여준 뒤 농성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진=미디어스)

단원고 2학년4반 고 김웅기군의 어머니 윤옥희씨는 “집에 우두커니 있으면 어쩔 줄 몰라 여기(농성장에) 나와 가족들과 함께 있다”면서 “언제든 오면 만나주겠다던 대통령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이렇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지 않은 부모가 없다. 화병에 눈이 침침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고, 밥을 못 먹어 위장병이 생기고… 자식을 잃은 것만으로도 아픈데 모질고 야박한 나라가 우리를 병들게 한다. 알고 싶다. 그 배에 왜 태웠는지, 왜 구조를 안 했는지”라고 말했다.

“6일째다. 4월16일 그날 이후 134일째다. 시간이 이렇게 하루하루 흘러간다. (중략) 그 얼굴, 그 표정, 그 손… 보고 싶고 안고 싶다. 이런 우리 마음을 대통령도 알아주시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알아주면 좋겠다. 여기서 기다리겠다. 진상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 우리는 엄마 아빠들이다.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이다. 국민들을 기다리겠다. 아이들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희망의 대한민국을 위해서, 또 다른 아픈 가족을 만들지 않기 위해 도와 달라.”

생존학생 부모들도 가족대책위에 힘을 보태기로 결정했다. 학부모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내고 “(생존학생에 대한) 치유의 첫발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란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란다”며 “우리들은 40일 넘는 동안 단식으로 진실을 요구하는 유민 아빠의 마음과 같다는 것을 다시금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시민들에게 “유민 아빠를 살리고 4·16특별법을 제정하는데 함께 해 달라”며 “살아남은 아이들이 죄책감이 아니라, 4월16일 그날 이후 우리 사회가 안전한 나라로 바뀌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75명이 살아났지만 살아남은 아이들은 지금도 힘들어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아이들이 안정된 생활을 찾는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물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수업을 하다 말고도 친구들이 있는 교실을 찾아가 영정 앞에 꽃다발을 놓고, 화장품을 두 개 사서 하나를 친구 책상에 두고 온다. 절대 괜찮지 않다. 아이들은 친구들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자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간곡하게 호소 드린다.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가족대책위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대표 장동원씨)

한편 유경근 대변인은 입원 6일차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그는 “오전 10시 진찰 결과, 혈압은 107/72, 맥박은 59회로 나왔다”며 “입원 6일째 수액치료를 받으며 수치는 좋아지는 것 같지만 병원에서는 하루 빨리 단식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재 미음을 먹지 않고 있다. 단식 45일째다. 유경근 대변인은 유민아빠가 “대통령 면담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오늘 (새누리당이) 진상규명 의지를 가지고 안을 줬으면 좋겠다. 그때 가서 단식(중단)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4월17일 김영오씨가 폭언 등을 했다며 보도했다. 이를 두고 유경근 대변인은 “(언론이) 유민아빠가 했던 행동을 따로 편집해서 내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며 “그날 모든 부모가 그랬다. 내 아이가 빠져 죽어가는 모습을 봤고,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구조를 안 하는 모습을 봤고, 울면서 구조해달라 사정했지만 아무 것도 안 하는 그 시간에 이성을 잃지 않은 부모는 없었다”며 “그 시간 모든 부모가 욕을 했고 삿대질을 했다”고 말했다.

▲ 유가족들의 농성장은 경찰병력과 차량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 농성장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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