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필두로 해 종편과 공영방송 MBC까지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논란의 대상으로 만드는 보도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제기한 국정원 사찰 의혹 등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채, 뉴스타파와 JTBC만이 보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40일 넘게 하고 있는 금속노조 조합원인 점,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인터뷰를 한 점,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외가 쪽의 주장 등을 근거로 김영오 씨 개인을 공격하는 기사를 25일부터 연일 보도하고 있다. (▷ 관련기사 : <'유언비어' 확산에 동조하는 조중동의 노림수는?>, <김영오 씨 흠집내고, 새정치 조롱하기 바쁜 조선·동아>)

방송사 중에서는 TV조선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TV조선은 25일 <'유민 아빠' 단식 둘러싼 논란 확산>, <김영오씨 '아빠 자격' 논란 확산…단식 투쟁 목적은?>, 26일 <유민아빠 '정치성향' 논란…보육료 공개> 등 김영오 씨를 ‘문제적 인물’로 포장하는 프레임에 충실한 보도를 쏟아냈다.

TV조선은 김영오 씨가 금속노조 조합원이라는 점,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이 머무르는 진도 체육관에 방문했을 때 항의를 한 점, 교황 만남 이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고집이 센지 박근혜 고집이 센지…”라고 한 점을 들어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았다.

동시에 김영오 씨가 공식 반박하고 딸 김유나 양도 부인한 ‘나쁜 아빠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TV조선은 26일 고 김유민 학생 외할머니를 단독 인터뷰해 김영오 씨가 사위이긴 하지만 자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단식을 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여기에 딸들을 찾아온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인근 주민들의 발언을 덧붙여,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주장을 부각시켰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TV조선 25일자 보도, 26일자 보도

보수언론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김영오 씨는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며 아버지의 자격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보도를 시작하자, 공영방송인 MBC는 하루 늦은 25일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대열에 합류했다.

그동안 MBC는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보다는 여야 공방이나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이 아닌 ‘단원고 학생 대학 특례입학’에 대한 보도에만 집중해 왔다. 김영오 씨가 특별법 제정을 원하며 단식하다가 긴급 후송된 날에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던 MBC는 김영오 씨에 대한 악성루머에서 비롯된 ‘아빠의 자격 논란’은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빨리 전하는 정성을 보였다.

SBS <8뉴스>도 26일 <단식 김영오씨 '아빠 자격 논란' 결국 법정으로>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나도는 악성루머가 대부분 허위사실이라며 차후 법적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김영오 씨와 세월호 유가족들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 MBC의 보도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JTBC를 제외한 방송뉴스에선 사라진 ‘국정원 사찰의혹’

보수언론이 불을 지피고 방송뉴스가 뒤따르는 ‘김영오 죽이기’ 보도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정원의 김영오 씨 사찰의혹은 방송뉴스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청운동사무소 농성 3일째인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영오 씨 고향인 전북 정읍에 가서 그의 신상을 묻고, 김영오 씨가 입원한 시립동부병원 원장에게 김영오 씨 주치의 이보라 과장에 대해 묻는 일이 있었다며 국정원의 사찰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방송뉴스에서 국정원 사찰의혹은 찬밥 신세다. 그나마 채널A가 가족대책위의 청운동 앞 농성 소식을 전하며 한 줄 언급으로 처리했을 뿐, TV조선과 지상파 3사는 아예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JTBC만이 꾸준히 해당 소식을 전하고 있다. JTBC는 24일부터 메인뉴스에서 이 소식을 다뤘고, 26일 이보라 과장을 조사한 국정원 직원이 동대문 일대 관공서 등을 담당하는 S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보도했다. JTBC는 26일 하루에만 유가족을 향해 있던 청운동사무소 CCTV 건이나 광주지법에서 세월호 공판, 갑자기 동시에 꺼진 세월호 내 CCTV 의혹 등 다양한 내용을 다뤘다.

뉴스타파, 국정원의 사찰 정황 상세 보도… “국면전환용 기획?” 제기

하지만 방송뉴스의 외면 혹은 의도적 누락 속에서 가장 발군의 보도를 선보인 곳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였다.

▲ 26일자 뉴스타파 보도 '국정원, 김영오 씨 주변 사찰 정황…국면전환용 기획?'

<뉴스타파>는 26일 국정원의 김영오 씨 및 주변인 사찰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시립동부병원 김경식 원장과 김영오 씨 주치의 이보라 내과 과장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이 과장이 어떤 의사이고 개인적 성향은 어떤지, 어떤 계기로 주치의로 활동했는지 등을 물었다는 점을 밝혔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직원이 직접 찾아와 이것저것 묻고 다니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압박이 될 수 있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며 “세월호 특별법 국면의 핵심 인물인 김영오 씨 주변 인물에 대해 사실상 사찰을 통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뉴스타파>는 이장을 통해 김영오 씨 어머니에게 김영오 씨 신상을 물은 전북 정읍시 이평면 부면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부면장은 김 씨 어머니는 혼자 살고 있다는 점, 김 씨가 집안에서 막내라는 점, 젊어서 결혼해 객지로 나가 생활했다는 점, 김 씨의 형님은 김제에 살면서 가끔씩 이곳에 들른다는 것 등 김영오 씨에 대해 상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었지만 그저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물은 것이라고만 답했다.

<뉴스타파>는 취재진이 부면장을 만난 당일까지도 김영오 씨 고향이 전북 정읍 이평면이라는 정보를 알 수 없었던 점, 부면장과 이장이 서로 만난 때가 김씨가 실려 간 22일 오전인데 ‘서울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누군가로부터 김씨 소식을 들었다’고 한 점 등 부면장의 발언이 앞뒤가 안 맞는 점을 지적했다.

▲ 26일 뉴스타파 보도. 뉴스타파는 김영오 씨 신상을 궁금해했던 전북 정읍 이평면 부면장, 국정원 직원을 만났던 서울 시립동부병원 김경식 원장, 김영오 씨 주치의 이보라 내과 과장 등 다양한 인터뷰이를 만나 '국정원 사찰의혹'을 상세히 전했다.

<뉴스타파>는 ‘김씨 입원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상의 사안들을 세월호 특별법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정보기관과 보수진영이 공조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발언을 전하며 ‘국정원의 기획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8월 26일 <뉴스타파> 보도 바로보기)

세월호 참사 직후 끊이지 않았던 오보와 정부 보도자료 받아쓰기 식 보도 때문에 기자들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 등을 가리지 않고 각자의 방법으로 유가족과 독자,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를 전했던 것이 지난 5월의 일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몇몇 언론은 다시 ‘기레기’ 소리를 자처하려 들고 있다.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데는 전혀 나서지 않으면서 유가족의 사생활을 짓밟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대책회의의 우려는 결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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