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이나 유나와 나눴던 카톡의 내용들, 심지어는 참 가슴 아픈 일인데 ‘아빠 노릇 못했는데 여기 왜 이제 와서 단식하고 있느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워낙 상처 많이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결국에는 유민이하고 유나에게 어쨌든 아빠로서 할 수 있다는 최선이라도 다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통장사본까지 공개를 했습니다. 아이들의 핸드폰 요금, 보험료. 이런 것들을 유민이 아빠가 계속 내주고 있었던 것까지도 공개를 했어요. 참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그런 것까지 공개를 해야만 사람들이 믿을 수 있다는 현실이…”

딸이 왜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밝혀내고자 하는 의지로, 병원에서까지 44일째 단식을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는 ‘아버지 자격’을 운운하는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통장 사본을 공개했다. 사랑하는 두 딸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문제는 근거 없는 이런 루머가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고 ‘허위사실’이 덧붙여져 계속 확산된다는 데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결단 및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운동에서 5일째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은 26일 오후 3시 열린 <농성 5일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영오 씨에 대한 유언비어 전파를 중단해 주기를 요청했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농성 첫 날부터 유가족을 향하고 있던 CCTV가 언론 보도 이후 제자리로 돌아간 점을 언급하며 “기자분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면서도 김영오 씨에 대한 악의적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 25일자 조선일보 5면 보도. 조선일보는 고 김유민 학생 외가 쪽 관계자와 인터넷에서 떠도는 악성루머들을 열거하며 김영오 씨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김영오 씨가 취미생활로 국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 댓글을 인용해 '비정한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결국 김영오 씨는 해명을 위해 26일 자신의 통장 사본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공개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김영오 씨 개인을 공격하는 보도에 대해 “(통장 사본 및 카톡 공개로) 많은 의혹이 해소됐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생각을 굽히지 않고 (보도)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에게 정말 간곡히 부탁드린다.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사람에 대한 예의인지 묻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유민아빠 뜻은 그렇게까지(법적조치까지) 가지 않고 잘 풀리면 좋겠다, 딸 유나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좋게 풀리면 하다는 뜻을 밝혔다”며 “하지만 (악성루머가) 진행되는 추이를 봐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정도가 되면 구체적인 법적조치를 취하기 위해 준비는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영오 씨에 대한 과도한 취재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오늘 오전에 김영오 씨 병실에 들어가 봤더니 어떤 방송사 기자분이 인터뷰하고 있었다. 현장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들어오셨냐고 하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취재차 왔다고 답했고 이 과정에서 약간의 언쟁과 소란이 있었다”며 “취재하셔야 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지켜주셔야 하는 건 지켜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가족들은 (취재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배려해 주시길 바란다. 특히 병실 앞에 앞뒤로 출입금지라고 해 놨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기자는) ‘아무 잘못도 없다’면서 강하게 나오는 걸 봐서 가족들이 많이 상처받았다고 한다”며 다시 한 번 ‘신중한 보도’를 요청했다.

가족대책위의 설명에 따르면 김영오 씨는 오늘 아침 혈압 98-68, 맥박 58회로 전반적인 수치는 정상 범위에 근접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경근 대변인은 “바이탈 수치가 아닌 각 부분 기능에 있어서는 회복이 더딘 상태인데, 아직까지 식사를 안 하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민아빠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들 때분에 많이 상심해 있다. 심리적으로 안 좋은 상태”라며 “아무쪼록 잘 해결이 돼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편히 잠들지 못하는 유가족들 “대통령님, 약속 꼭 지켜주십시오” 요구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청운동 앞에서 5일째 농성 중인 유가족들은 다시 한 번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 26일 오후 3시, 농성 5일차를 맞는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고 김동영 학생 아버지 김재만 씨는 “유가족들이 국회, 광화문, 전국 각지에서 목소리 높이고 있는 것은 단지 저희 자식들 때문만이 아니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특별법 안에 수사권, 기소권이 반드시 제정되길 바란다. 청와대에 계시는 박근혜 대통령님은 약속을 꼭 지켜주십시오”라고 전했다.

단원고 2학년 7반 오영석 학생 어머니 권미화 씨는 “여기(청운동사무소)에 자리잡은 지 벌써 5일째”라며 “온통 가로막힌 앞길, 우리가 바라는 대답은 안 와 여기 계신 부모님들은 죄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는 여기저기 광화문 국회 다 식구들이 찢어져 있다 얼굴 본 지도 오래됐습니다. 애기들이 있는 분향소는 꽃이 졌는지 시들었는지, 모기가 떨어져서 말라 죽었는지 그런 것조차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집도 버렸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문 닫고 나간 후 돌아오면 문 열고 들어가는 순간에 곰팡이 냄새가 나요. 남편에게도 따뜻한 밥 한 번 못해줬습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 애기들 위해서 달리고 싶습니다. 많은 힘을 주십시오. 위에 계시는 분 꼭 한 번 더 생각해 주시고 이런 아픔을 다시는 국민들에게 주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가족대책위는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의 재협상안을 받기로 한 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일반인 대책위의 유가족들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우리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권과 청와대가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소간 입장차가 있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마음들을 정쟁과 책임회피로 찢어놓지 말고, 즉각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해서 아픈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저희가 더 열심히 하고 국민들이 힘을 실어주셔서 제대로 된 특별법 마련되면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와도 한 목소리와 한 행동으로 하리라고 본다. (그쪽에서도) 그런 목소리를 저희에게 밝혀오기도 했다. 근본적인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는 26일 오후 가족대책위(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김병권 위원장, 김형기 부위원장 등을 만나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25일 오후,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난 가족대책위는 27일 오후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있다. 유경근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브리핑에서 (어제 만남으로) ‘불신과 오해가 풀렸다’고 했는데, 어떻게 한 번 만나서 풀리겠나. 다만 서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내일도 각자의 구체적인 안이 오가는 자리가 되진 않을 것 같지만,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마음을 맞춰가는 자리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청운동사무소 앞에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피켓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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