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거대 양당의 22대 총선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선 가운데 여성 공천 비율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직선거법상 여성 공천 권고 기준은 30%다. 21세기 국회가 맞느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권력형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들이 공천을 받았다는 여성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여성의날인 3월 8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위)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오전 일정 (사진=연합뉴스)
세계여성의날인 3월 8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위)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오전 일정 (사진=연합뉴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경향신문은 사설 <이번에도 말만 ‘여성 30% 공천’, 한국 정치는 21세기에 있나>에서 "이번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은 여성을 우선 배려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시늉만 하다 끝날 공산이 크다"며 "여성의 생존권·참정건을 요구한 세계여성의날이 116년째를 맞지만, 한국 정치는 지금 어느 시대에 있는지 묻게 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7일까지 거대 양당 여성 공천 비율은 국민의힘 11.7%, 더불어민주당 16.5%에 불과하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은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및 지역구지방의회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각각 전국 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19.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의 여성 의원 비율은 세계 121위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은 26.5%,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33.8%다. 

20대 국회에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여성 30% 공천' 의무화를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성 공천 비율을 늘리겠다는 양당 간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여성의 섬세함을 가지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자"고 말했고, 지난 1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여성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지역구 후보 중 여성 30%'를 의무화했지만, 이번에도 말뿐이었다. 아니, 의지 부족이라 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려면 지역·세대와 함께 성별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와 저출생·고령화가 OECD 최고수준이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는 후진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여기에 정치까지 여성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고, 노동·돌봄·성 차별의 실효적인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역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이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법안을 더 많이 발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지난 6일 기사 <여성·청년 ‘우선 공천’ 이번에도 말뿐이었다>에서 거대양당의 여성 공천이 저조하다며 "그나마도 절반 이상이 전현직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윤희숙(서울 중·성동갑)·김영주(서울 영등포갑)·나경원(서울 동작을) 등 전현직 의원이 14명이고, 민주당은 백혜련(경기 수원을)·이재정(경기 안양동안을)·문정복(경기 시흥갑) 등 16명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5일 기사 <혁신 실종된 ‘오남자 공천’… 청년 비율 겨우 3%, 여성은 10%대>를 게재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가 학생에게 장미꽃을 주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서울 시내에서 5천 여명의 여성들에게 장미 나눔 캠페인을 연다(사진=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가 학생에게 장미꽃을 주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서울 시내에서 5천 여명의 여성들에게 장미 나눔 캠페인을 연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지난 1일 사설 <與, 여성·청년 배려 없는 공천으로 국민 마음 얻을 수 있나>에서 "청년, 여성, 신인에게 배려할 몫은 현역 가운데 중진들이 차지했다.(중략)지도부는 '시스템 공천'을 외치고 있지만, 새 인물 영입보다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현역에게 유리한 '기득권 공천' 기류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며 "민주당의 자중지란에 가려져 있을 뿐 국민의힘 공천도 '쇄신'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이 공천으로 '꼰대 정당'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며 "여야는 선거에 앞서 새로운 피 수혈을 통한 쇄신을 강조하며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해 왔다. 사회적 약자의 의견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할 여당으로선 청년, 여성 공천 소외 현상에 대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한편, 권력형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가 민주당 공천을 받아 반발이 불거졌다. 전국 29개 여성단체들은 7일 공동성명을 내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에서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한 이들은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단체들은 "안희정 출소 당시 교도소 공개 마중을 간 강준현 의원은 세종을 후보로 단수 공천되었고, 안희정 캠프 청년팀 유세 단장으로 있던 성치훈은 서울 서대문구 갑 청년전략특구 경선후보 최종 5인에 선정되었다"며 "성치훈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 당시 법정에 출석해 피해자를 비방했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밖에도 도지사라는 권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운운한 자(양승조 전 충남지사)가 충남 홍성예산 후보로 전략공천 됐다"며 " 피해자에 대한 욕설과 비방을 서슴지 않고 공개인터뷰를 진행하고, 관련 기사에 악플을 달아 형사처벌을 받은 자(어청식)가 충남예산 무소속 후보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어청식 예비후보는 7일 사퇴하고 양승조 전 지사 지지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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