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편과 당 쇄신에 있어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일으킨 국민의힘 쇄신은 제대로 된 혁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체제 민주당은 어떤 쇄신 움직임도 없는 '무풍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치개혁을 위해 약속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국민의힘이 고수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두고 내부 토론 중이다. 이날 의총에서 '병립형 회귀 반대'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 방지를 호소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총장에서 병립형 회귀는 절대 안 된다는 강한 발언들이 연이어 나왔다"며 "계파를 불문하고 '21대 국회에서 우리가 약속한 개혁 입법을 했느냐', '대선을 이겼느냐', '신뢰도가 올라갔느냐' '윤석열 정권 심판 여론이 60%인데 민주당 지지율이 30%다' 개탄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15일 사설 <이재명 대표, 선거제·쇄신 요구에 무책임한 침묵>에서 "정작 의총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내려야 할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총에 불참했다. 원내대변인도 이 대표 불참 이유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며 "취합된 의견이야 나중에라도 전달받을 수 있겠지만, 이날 당대표의 의총 불참이 당내 의견이 뭐든 이미 정해둔 대로 결정짓겠다는 의미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선거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 데 대해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제 개혁을 공약한 게 이 대표 자신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당내 이견이 커지자 입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대표의 침묵은 이것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사퇴와 장제원 의원 불출마 등 인적 쇄신에 불을 댕기고 민주당도 초선들이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당 안팎의 쇄신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이 또한 이 대표는 답하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이낙연 신당'이 가시화하는 등 당 분열 조짐도 짙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변화하되 최대한 단합과 단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원론적 한마디를 내놨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제 개혁을 호소하고 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제 개혁을 호소하고 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민주당 쇄신 무풍지대 될 건가>에서 국민의힘 상황에 비춰 "제1야당인 민주당은 사뭇 조용하다"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후 민주당은 쇄신 무풍지대라 해도 틀리지 않다. 승리의 기운을 쇄신 동력으로 삼지 못한 채 계파 갈등으로 소진했고, 의제 설정 대신 윤석열 정권 비판에 치중해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초선 오영환·홍성국·이탄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 6명 중 절반(3명)이 영입인사들이다. 영입인사는 정당의 비전·가치를 상징하는데, 이들이 정치를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자체가 높고 단단한 기득권의 벽에 갇힌 당 현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이 대표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비주류 의원들은 14일에도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대위 출범을 촉구했다"며 "이낙연 전 대표, 비주류 의원들과 만나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이 대표는 강력한 혁신 리더십과 공천·정책 개혁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 앞에 약속했던 선거제 개혁 이행에도 책임 있게 임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 시작 전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경향신문 칼럼 <이재명, 다시 사과하는 일이 없기를>에서 2021년 11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틀에 걸쳐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사과했던 것을 소환했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표의 사과는 '우리 당에 잘못이 없다 할 수 없다'는 저강도였지만, 돌아온 갈채는 '민주당과 이재명이 달라졌다'는 고강도였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이재명 후보가 유세 버스를 타면서 했던 진솔한 고백과 사과가 아직 귀에 생생한데 그 말을 뒤집는다면 민주당과 이재명의 신뢰는 어떻게 될까?"라며 "정치인이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말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이 경우는 말을 한 번 바꾸는 게 아니라 거듭 바꾸는 거라서 문제가 가볍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더 놀랄 일은, 민주당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문이다. 국민의힘과 함께 거대양당의 몫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구상"이라며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다. 국민의힘이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도 동의하지 않았으며 애당초 선거제도 개혁에는 관심조차 없는 정당이었기 때문에 병립형 비례제도로 돌아가자고 주장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다르지 않은가?"라고 했다. 

14일 한국일보는 사설 <與 김기현도 사퇴... 민주당 구경만 할 때인가>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너무나 조용하다. 혁신 압박에 여당 대표가 사퇴한 날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는 엑스포 유치 실패를 겨냥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이 주된 메시지였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친이재명계 최고위원들의 자기 혁신이나 희생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친명계 지도부의 침묵은 여권 주류발 인적 쇄신이 민주당 주류인 자신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탄희·홍성국 두 초선 의원이 현실정치에 대한 회의를 느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선거제 퇴행에 대한 우려, 홍 의원은 후진적인 정치 현실을 지적했다"며 "친명계는 물론 중진 의원들과 올드보이들이 밭이 좋은 호남과 수도권 출마 강행에 몰두하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에 경종을 울린 셈"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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