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틈만 나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을 문제삼기 위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말 자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지만 이 정권의 용례를 보면 결국 ‘전 정권은 포퓰리즘으로 통치했지만 우린 아닐 것’이란 뜻 이상이 아니다. 물론 그런 것도 의미가 없진 않다. 문제는 그나마도 과연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 상당히 의문이라는 거다.

여당은 연일 ‘먹방 정치’를 강행하는 분위기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문제가 논란인 상황에 횟집에서 회식을 하는 걸로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거다. 실제로 수산물 소비 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 정부 여당이 나서서 이런 일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횟집에 가서 회식 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수산시장을 방문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상권이 침체된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수산시장을 방문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상권이 침체된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당 대표가 성주에 가서 참외를 먹겠다고 하면 여기서부터는 얘기가 고약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괴담만 주장하는 정당’이라는 정치공세에 ‘먹방’을 이용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참외 괴담’은 사드 논란 당시 중요한 쟁점도 아니었다. 최근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실제로 사드 레이더의 전진배치/종말단계 모드 전환의 경우까지 평가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주장에서 나오는 거다. 애초에 전자파 우려가 제기된 근거도 미 육군이 괌에 사드 기지를 배치하면서 내놓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와 미 육군 교범에 나온 내용이 근거였다. 우려가 그냥 지어낸 얘기는 아니었다는 거다. 최소한 제기된 우려가 해소됐다고 하면 될 일인데 ‘괴담’으로 역공을 펴겠다는 식이 ‘자유민주주의’에 맞는 정치인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당시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는 전자파에 의한 건강 문제뿐 아니라 미중 간 갈등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제기된 바였다. 환경영향평가 이후 사드 기지가 제 꼴을 갖추게 되면 중국에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지금도 가능하다. 우려가 있으니 무조건 하지 말란 게 아니라 그에 맞는 대책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주한중국대사의 부적절한 발언을 대통령이 ‘위안스카이’의 예까지 들어 비판하는 바람에 국장급에 불과한 싱하이밍의 체급만 커졌다는 지적도 있지 않은가? 중국에 굴종하라는 게 아니라, 과연 대중전략이라는 게 있느냐는 거다. 이런 여러 합리적 지적에 답하지 않으면서 반격하기 좋은 소재만 찾아 ‘괴담’이란 모자를 씌우고 ‘너희들은 중국편’이라고 하는 게 과연 모범적인 통치 방식인가?

말이 나왔으니 다시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문제에 대해 다시 얘기해보자. 정부 여당을 포함한 보수세력은 연일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주장하는 일부 과학자들의 발언을 들어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주장하는 게 과학자로서의 과학적 태도인지 아니면 선동인지 의심스럽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마실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게 과학계의 일반적으로 합의된 내용인지부터 확인해보자. 널리 알려진 네이처의 인터넷 판 News Explainer(이름에서 보듯 시사적 소재를 과학계의 시각으로 정리해 기사로 제공하는 코너이다)에 2023년 6월 23일자로 실린 기사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은 안전한가? 과학은 이렇게 말한다(Is Fukushima wastewater release safe? What the science says)>가 제목이다. 도쿄전력은 적절한 처리를 해서 배출한다지만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기관 및 학자들의 목소리도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해양연구소협회(US National Association of Marine Laboratories),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함께하는 태평양 제도 포럼의 해양학자이자 하와이대 소속인 로버트 리치몬드 등이 이러한 우려를 표현 인사들로 인용돼 있다. 기사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최근 방한한 티머시 무쏘 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도 오염수 배출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보수언론은 한국인 기자가 서울에서 쓴 기사를 ‘외신 보도’라며 소개하는 일도 있지만, 위의 기사를 쓴 비앙카 노그라디(Bianca Nogrady)는 홈페이지에서 자신을 “호주에 거주하며 수상 경력이 있는 프리랜서 과학 저널리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저서로 두 차례 수상한 바 있고 호주 과학 저널리스트 연합의 창립회원 중 한 명이라는 설명도 덧붙여 있다. 위의 기사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전문성을 충분히 갖췄다는 건데, 이런 기사에 소개될 만한 ‘우려’라면 적어도 그걸 ‘괴담’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는 거다.

물론 정부 여당과 “마시겠다”는 과학자들도 할 말은 있을 거다. 우려를 인정하더라도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국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앞서의 우려는 해소된다는 반론이다. 이것도 ‘과학적으로’ 따져볼 문제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으니 그만하겠다. 문제는 이 반론이 “마시겠다”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거다. “마시겠다”는 말은 애초에 한반도 연안의 바닷물을 마시겠다는 게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배출 농도로 희석한 물(‘마시겠다’는 캠페인의 시초인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심지어 희석하지 않은 걸 마시겠다고 했다)을 마시겠다고 한 거다. 쿠로시오 해류와는 상관없다.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이쯤 되면 정부 여당이 원하는 것은 ‘우려를 제기하는 일’ 자체가 없는 정치 환경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누구든 우려를 제기하면 이에 대해선 성실하고 투명하게 설명해 의문을 해소할 수 있도록 게 정부의 역할이다. “마시겠다”든지 “먹겠다”든지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거다. 더 성실한 태도를 취해도 모자랄 판에 ‘괴담’ 타령에 몰두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퓰리즘’으로 몰아 붙이는 또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이라고 평해야 할 것이다. 괴담 말고도 건폭, 킬러문항, 이권카르텔 등의 키워드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윤석열 정부는 그야말로 전방위적 포퓰리즘 정권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고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구현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지 말고, 적어도 애초에 약속한 바를 지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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