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 보수 성향 언론단체의 라디오 패널 성향 분류 모니터링 자료를 근거로 공영방송사를 "방송 아닌 정치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패널 분류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과 함께 모니터링을 진행한 보수 성향 언론단체들이 '친 국민의힘', '친 윤석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자 조선일보는 <친야 117명에 친여 15명 부른 KBS·MBC…방송 아닌 정치 세력> 사설에서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 중 심각한 편파 방송을 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며 "두 방송을 합하면 패널 구성이 야권 117 대 여권 15다. 이 정도면 공영방송 간판을 단 정치세력"이라고 비난했다.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사진=조선일보 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사진=조선일보 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는 "두 방송사는 정권의 응원단 역할을 하다 정권이 바뀌면 간부진이 마치 여야 교대하듯이 바뀌곤 했다"며 "이번 경우 정권이 바뀌었는데 사장 등이 바뀌지 않으면서 전 정권 쪽 간부진들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들이 마치 '항전'을 하듯 새 정부와 싸우겠다는 자세라고 한다"며 "이런 사람들이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현재 공영방송의 실상"이라고 폄하했다.

조선일보는 "방송통신심의위는 이런 편파 방송을 막으라고 존재하는 기관인데 두 공영방송의 노골적인 편파 방송을 방치하고 있다"며 "이 역시 지난 정권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종편에 대해선 현미경을 들고 들여다보면서 공공 전파를 쓰는 KBS의 한 시사 보도 프로그램이 좌파 패널을 80회 넘게 출연시키고 보수 인사는 한 차례도 부르지 않았는데도 문제 삼지 않았을 정도"라며 "지금 공영방송은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사설의 근거로 삼은 여야 성향 패널 비중의 근거는 지난 1일 국민의힘이 공개한 보수 성향 언론단체들의 모니터링 결과다. 모니터링 결과가 자의적이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선일보가 객관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근거로 사설을 작성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본인들 맘에 안 들면 좌파딱지를 붙여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경향신문 기자는 검은색(중립)이고, 한겨레 기자는 파란색(좌파)이다. 문화일보 기자는 검은색, 시사인 기자는 파란색이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검은색, 참칭 보수라 불리는 장성철 소장도 검은색인데 '천아용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공위원은 빨간색(친정부)이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대 교수는 파란색, 보수언론인 중앙일보 전 북경특파원도 파란색"이라며 "도대체 기준을 종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관련 없는 주제를 다룬 패널이 다수 포함됐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나는 매주 수요일에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박대기 KBS 기자와 함께 '뉴스일대기'라는 코너에 출연한다"며 "지난 4월 26일 주제는 '수단 교민 구출로 본 한국 정붕의 교민 구출 일대기'였다. 28명 교민을 안전하게 구출한 정부를 칭찬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 김준일에겐 파란색 좌파 딱지가, 박대기 기자에겐 검은색 중립 딱지가 붙어 있다"며 "나 말고도 좌파 딱지가 붙은 상당수는 한미정상회담과 관련이 없는 이슈를 다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KBS1 라디오 출연진 분류표.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KBS1 라디오 출연진 분류표.

공영방송 패널 구성을 모니터링한 보수 성향 언론단체들이 '친 국민의힘', '친 윤석열' 성향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KBS 라디오 패널을 분석한 단체는 한국언론인총연합회(이하 언총)와 KBS방송인연합회다.

지난 3월 언총 창립 총회에서는 국민의힘 인사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 의장, 박대출 의원, 박성중 의원, 윤두현 의원이 참석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사장이었던 고대영 전 KBS 사장과 김장겸 전 MBC 사장도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언총 창립 준비위 발족 때는 '윤핵관'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석기 당시 비대위 사무총장, 성일종 의장,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참석했다. 최근 하차 외압 논란이 일었던 KBC 시사라디오 백운기 기자의 후임자인 박영환 전 KBS 앵커, 김장겸 전 사장, 친윤 성향의 서민 단국대 교수 등도 참석했다.

KBS방송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철웅 기자는 언총 창립 준비위 때 집행위원, 언총 창립 후에는 언총 1기 이사를 맡고 있다. 정 기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고대영 사장 때 혁신추진단장을 맡아 KBS 조직개편을 주도했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공정언론국민연대, KBS노동조합, MBC제3노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노총 방송 영구 장악법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공정언론국민연대, KBS노동조합, MBC제3노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노총 방송 영구 장악법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C 라디오 패널을 분석한 단체는 MBC노동조합(3노조)과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라고 한다. MBC 3노조는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씨가 대표를 맡았던 소수노조다. 공언련은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 기간 문제를 제기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사 사칭 사건 공범인 최철호 전 KBS PD가 대표를 맡고 있다. 

공언련의 협력단체인 공정미디어연대는 윤석열 정부로부터 3100만원을 지원받는 '팩트체크위원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팩트체크위원회 사업의 목적은 "공영언론의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하여 미확인 보도로 인한 사회적 갈등 해소와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돼 있으며, 행정안전부 산하 '공익사업선정위원회'가 지난 2월 공정미디어연대를 지원단체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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