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를 비판하는 언론 관련 노조·시민단체·현업단체를 싸잡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 결사·집단'으로 규정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세력',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공산당 기관지'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비판언론과 시민단체를 겨냥해 공안몰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2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2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 관련 노조·시민단체·현업단체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 중계화면 갈무리) 

24일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는 논평을 내어 "방송독립을 요구하면 반국가단체인가"라고 박 의원을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박 의원이 우리 단체를 포함한 언론단체들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다. 방통위의 방문진(MBC 대주주) 이사장 해임에 항의하고, 투쟁을 결의한 게 이유"라며 "공영방송 이사 부당해임에 반대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요구하는 투쟁이 어떻게 국가 변란과 연결되는지 일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집권여당이 공개회의에서 특정 단체에 '반국가단체 딱지'를 붙이는 건 심히 부당하고 유감스럽다. 박 의원은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 의원은 지난 2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노총 언론노조가 전국 모든 민노총 조합원들에게 투쟁 독려 지령을 내려 방통위 업무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언개련(언론연대), 방송기자연합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연합회 등 민주당 방송법 개악을 한목소리로 찬성했던 모든 조직들이 투쟁 결의문을 발표하고 일사천리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만 봐도 이들이 단순 시민단체가 아니라 반국가단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최근 대통령과 여당 측 인사들의 연이은 발언을 보면 철 지난 색깔론이나 엄포성 발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며 "비판언론과 시민사회를 겨냥해 공안몰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민주주의의 퇴행이 너무나 심각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자유총연맹 행사를 찾아 "반국가세력들은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공산전체주의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하던 공산당의 신문, 방송을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공산당 기관지' 같은 언론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연대는 "대통령과 고위공직자의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칠고, 공격적인 언어들"이라며 "소통과 참여, 협력의 정치 과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통령 한 마디에 제도가 바뀌고, 토론과 합의 없는 폭력적 의사결정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 공론장을 보호해야 하는 기관에 혐오와 적대를 부추겨 온 극우 인사들이 대거 임명된다. 정부여당에서는 비판 기사에 대한 대응을 넘어 비판 언론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이 쏟아진다"며 "시민의 반대 의사를 반국가세력의 선전, 조작, 허위, 선동으로 몰아붙인다. 무소불위의 권위주의 정치가 얼마나 더 횡포를 부릴지 민주주의와 언론의 미래가 실로 걱정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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