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콘텐츠 제작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재원구조가 취약한 공영방송이 시청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 논쟁적인데 결국 공적 영역의 콘텐츠와 민간 콘텐츠의 품질 격차가 확대될 수 있고, 공영미디어가 위축될 것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21일 개최된 한국방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현재의 공적 재원 구조가 공영방송의 체계적 위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BS 후원으로 <스트리밍 시대 교육공영미디어 EBS의 재원 건전성 확립방안 모색> 세미나가 개최됐다.  

21일 경성대학교 건학기념관에서 열린 '스트리밍 시대 교육공영미디어 EBS의 재원 건전성 확립방안 모색' 세미나 갈무리(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21일 경성대학교 건학기념관에서 열린 '스트리밍 시대 교육공영미디어 EBS의 재원 건전성 확립방안 모색' 세미나 갈무리(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EBS는 지난해 256억 원의 경영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적자로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한 종이값 상승, 교재 판매하락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교육공영방송인 EBS는 매출의 70%를 광고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적재원인 수신료의 비중은 2021년 기준 5.5%(192억 원)에 불과하다. 월 수신료 2500원 중 91%가 KBS에, 3%가 EBS에 배분되고 있다. 월 70원 수준이다. 나머지 6%는 한전 위탁징수 수수료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재원 측면에서 공영방송 정체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1982년 설정된 2500원의 수신료는 40년 동안 그대로이고 현재 경제 규모,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위원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공영방송 자체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방송의 독립성 중 하나인 재정적 독립이 위협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은 “이러한 위험은 비용 효율화, 경영혁신 등의 내적 변수로 극복이 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수신료 산정 및 배분 체계를 개선하고 미디어와 경제 상황에 연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BBC의 수신료를 동결하는 대신 물가와 연동시켰다.

이 전문위원은 KBS와 EBS의 성격이 달라 별도로 수신료를 징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수신료 부과에 대한 위헌소원 판결에서 "수신료는 시청 여부 또는 어느 방송을 시청하는가와 관계 없이 납부해야 하는 것"이라며 수신료가 특별부담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BS 로고 이미지 (사진=EBS)
​EBS 로고 이미지 (사진=EBS)

이 전문위원은 “특별부담금은 특별한 이해관계자들이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부담하는 지원금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집단적 동질성’ ‘집단적 효용성’ ‘객관적 근접성’ ‘책임성’이 성립돼야 한다”며 “KBS는 보편적 공영방송이고, EBS는 특수목적 공영방송으로 집단적 효용성이 상이하지만 동일한 재원에서 배분된다. 이는 특별부담금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문위원은 “EBS 수신료를 별도로 책정하는 시스템을 가져야 특별부담금 논리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수신료 산정 체계는 원가주의지만 경쟁 가격 가치방식이나 효용방식이 혼합돼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EBS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민간 콘텐츠보다 우월하다고 봤을 때 (이용 비용이)민간 콘텐츠보다 높아야 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강신규 코바코 전문위원은 “EBS에 요구되는 공적 책무에 비해 공적 재원 구조가 적합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는 것은 수신료 산정과 분배 과정에 EBS가 수동적인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팬데믹 당시 EBS는 교육 공영방송의 가치를 보여줬지만 전체 수신료의 3%만 지원받는 모순적인 현실이다. 더 늦기 전에 공적 지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 공영방송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수신료 외에 다양한 공적 재원의 가능성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기존의 기금, 새로운 기금, 정부 사업에 따른 수수료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21일 경성대학교 건학기념관에서 열린 '스트리밍 시대 교육공영미디어 EBS의 재원 건전성 확립방안 모색' 세미나 갈무리(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21일 경성대학교 건학기념관에서 열린 '스트리밍 시대 교육공영미디어 EBS의 재원 건전성 확립방안 모색' 세미나 갈무리(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취학 아동이 감소하고 있고, 사교육 시장과 OTT가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며 “학생수가 감소하는 것은 한 아이를 위한 집중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로 이렇게 되면 교육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EBS가 이러한 사교육 시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향후 어떻게 가야할지, 재원은 충분한지 등에 대한 부분이 검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 교수는 “수신료 배분 방식을 분리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징수를 분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배분 방식을 분리하게 되면 EBS 수신료 수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 절차 등이 마련돼야 한다. 오히려 과정과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삼수 EBS 박사는 “EBS는 BBC가 교육 콘텐츠에 투입하는 예산의 약 1/100 수준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부 경영혁신을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얘기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릴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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