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KBS 수신료 조정안에 대해 수신료 분리회계, 수신료위원회 설치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검토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수신료·광고매출·프로그램 판매매출 등이 혼재된 KBS 재원에 대한 분리회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개진된 바 있다. 또한 공영방송 프로그램이 공익에 기여한 정도를 수치로 계량화할 수 있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29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KBS가 제출한 TV수신료 조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수신료 조정안과 검토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KBS 이사회는 지난 6월 월 2500원의 수신료를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국회로 넘어간 수신료 조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심의·의결, 본회의 표결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 KBS (사진=미디어스, KBS)

방통위는 검토의견서에서 "이번에 KBS가 제출한 조정안은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공적가치와 시청자 권익향상을 위한 방향이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공영방송 기능에 대한 재검토 ▲KBS의 과감한 경영혁신 ▲수신료 회계 투명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방통위는 "KBS의 투명한 경영을 위해 수신료 인상액에 대해 상호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적정수준을 합의하기 위해서도 회계분리제도 도입 등 회계 투명성 제고는 필수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내년도 업무계획에서 '수신료 회계분리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이 수신료의 쓰임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취지의 수신료 분리회계는 수신료 현실화에 필요한 하나의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KBS의 재원구조를 고려하면 분리회계가 실제 가능한지 따져볼 필요 있다.

예를 들어 수신료, 광고, 프로그램 판매 등 각각의 수입에서 KBS 뉴스제작비가 얼마 지출됐는지 구분해 계산할 수 있냐는 것이다. 교양·드라마·예능·다큐 등 여타 장르의 프로그램에서 공익적 성과를 금액으로 환산해 수신료 회계분리를 하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2020년 기준 KBS 재원구조는 수신료 47.3%, 광고 16.1%, 기타 36.6%다. KBS는 수신료 조정이 월 3800원으로 이뤄지면 재원구조가 수신료 58%, 광고 12.6%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수신료 회계분리를 찬성하는 쪽은 영국 BBC, 일본 NHK 등 해외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이 수신료를 분리회계하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방송사의 재원구조는 KBS와 달리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예를 들어 NHK 재원구조는 수신료 비중이 약 98%를 차지해 수신료의 수입과 지출이 회계관리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밖에 BBC, 독일·프랑스 공영방송은 재원의 약 75~85%가 수신료다.

2021 KBS 이사회 '공적책무와 수신료 공론화위원회' 자료집

지난 3월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에서 수신료 회계분리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민주당 정청래·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발의)을 심사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현재 KBS 재원구조로 분리회계가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수신료 회계분리는)광고로만 할 것인가 수신료로만 할 것인가의 문제가 결정되었을 때 같이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KBS 출신의 정필모 의원은 "수입 구조, 들어오는 돈은 회계를 분리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출은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같은당 윤영찬 의원은 "KBS 재원은 기본적으로 수신료, 광고료, 콘텐츠 판매료로 구성돼 있다"며 "통합적으로 지출이 되는 상황에서 지출을 분리해서 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신료를 인상시켜 KBS가 공적으로 재원을 활욜할 때 비로소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공영방송의 수신료 회계분리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영방송의 공공·비공공 서비스는 재원 공유가 많아 분리가 어렵고, 프로그램이 공익에 기여한 부분과 광고수익을 창출하는 부분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구분없이 '공익활동'으로써 재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국가보조에 대한 심사책임을 가진 유럽위원회는 2009년 '공영방송에 대한 국가 보조 규칙 적용에 관한 위원회의 통지'에서 "공영방송 부문 비용 측면에서 계정 분리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공공 서비스와 비공공 서비스 활동은 동일한 많은 투입자원을 공유할 수 있으며 비용이 항상 비례적으로 분리될 수 있지 않다"고 했다.

유럽위원회는 "프로그램 시청이 얼마나 많은 공익 서비스를 충족시키고 얼마나 많은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지 충분히 정밀하게 정량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이유로 두 활동 간의 프로그래밍 비용 분배는 임의적이며 의미가 없을 위험이 있다"고 결론냈다.

현행 방송법도 KBS의 공공 서비스와 비공공 서비스를 명확하게 구분짓지 못하고 있다. 방송법상 KBS의 '업무'는 ▲TV·라디오방송 ▲새로운 방송매체를 통한 방송 ▲방송시설의 설치·운영·관리 ▲국가에 필요한 대외방송과 사회교육방송 ▲EBS 송신지원 ▲시청자 불만처리와 보호를 위한 기구 설치·운영 ▲방송문화 국제교류 ▲방송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다. 방송법은 KBS의 재원에 대해 "수신료로 충당하되, 목적업무의 적정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방송광고수입 등으로 충당하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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