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런 논리라면 이해 관계자가 권력자 자녀를 취업시켜 금품을 제공해도 구체적인 청탁이나 알선 행위가 없으면 법으로 단죄할 길이 없다"-조선일보 2월 9일 사설 중 

아들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언론 전반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차적 책임은 검찰에 쏠린다.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인사 대부분이 판검사 출신인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한 게 맞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개발사업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 관련자에 대한 첫 판결이다. 

곽 전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6년 정도 근무하고 2021년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 원(실수령액 25억 원)을 받았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 과정에서 김만배 씨로부터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하나은행을 잔류시켜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아들 퇴직금 50억 원을 수수했으며 20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천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50억 원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곽 전 의원의 아들은 독립된 성인으로서 법적으로 부양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에 곽 전 의원의 뇌물·알선수재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9일 주요 언론의 관련 사설은 검찰과 법원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관련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法理 따랐다지만 “50억 뇌물 아니다” 판결, 누가 납득하겠나>
중앙일보 <용두사미가 된 곽상도 1심 무죄, 국민이 납득할까>
동아일보 <31세 아들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곽상도 수뢰 1심 무죄…>
국민일보 <납득 어려운 곽상도 뇌물 무죄… 50억 클럽 수사 더욱 철저히>
한국일보 <곽상도 뇌물 무죄, '50억 클럽' 수사 뭉갤 이유 아니다>
경향신문 <곽상도 '50억 뇌물 의혹' 무죄라니, 수사 어떻게 한 건가>
한겨레 <곽상도 '대장동 뇌물' 무죄, '50억 클럽' 면죄부 안 된다>

조선일보는 "이 판결에 대해선 법원이 너무 소극적으로 법리를 적용했다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곽 전 의원은 법조인 시절부터 김만배 씨와 알고 지냈던 사이였고 국회의원으로서 김 씨의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곽 전 의원의 아들이 아니었거나 국회의원이던 그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다면 50억원을 줬겠는가. 화천대유에 근무하던 일반 직원 중 곽 전 의원 아들 이외에 그런 거액을 받은 사람도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정영학 녹취록에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달라고 해 골치가 아프다'는 취지의 김 씨 발언도 남아 있다.(중략)법률적으로는 몰라도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법원이 그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면 검찰 수사나 기소에 부실함이 있었던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법조계 인사 5명은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빼고는 검찰 고위직 출신이다. 검찰이 검사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지 처음부터 의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50억 클럽’ 수사나 기소가 일반 권력형 비리 수사나 기소처럼 엄밀했다면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의 자녀가 부동산 개발 업무와 관련 없는 이력에도 불구하고 화천대유에 입사한 과정부터 철저히 따졌어야 한다"며 "김 씨가 당장은 무슨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미래에 대비해 50억 원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2021년 10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주장한 '50억 클럽' 명단(사진=연합뉴스)
2021년 10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주장한 '50억 클럽' 명단(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일반 공직자는 대가성이 없어도 5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된다. 이런 상황에서 50억원의 거금을 아들이 수수한 국회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보통의 상식과 정서에는 어긋난다"며 "그 원인은 둘 중 하나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했거나 법원의 판단이 잘못된 경우"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결국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검찰의 책임이 크다. (중략)특히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첫 판결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란 점에서 검찰의 곽 전 의원 수사는 '태산명동서일필'의 결론이 아닐 수 없다"며 "진실이 가려지기도 전에 ‘대장동 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그의 측근들과 권순일 전 대법관 연루 사건까지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여론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렇지 않아도 진척 없이 중단된 ‘50억 클럽’ 수사에 검찰이 더욱 소극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번 판결을 나머지 ‘50억 클럽’ 수사와 등치시킬 필요는 없다. 객관적 증거와 진술로 최대한 실체를 밝히고, 이후에 현행법상 단죄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별로 달리 접근하면 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 박영수 전 특검 자녀의 '특혜분양' 의혹을 거론하며 "두 사람은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도 이렇다 할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일보는 "아직 1심이지만 이번 판결로 권력층 자녀에게 지급된 막대한 퇴직금에 죄를 물을 수 없게 됐다. 보통의 국민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결과이며, 공정 사회에 대한 염원에도 역행한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비교해보면, ‘50억 클럽’ 수사는 결국 검찰의 의지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 나온 데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할 곳은 검찰이다. 검찰은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에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며 "검찰은 결국 유일하게 기소한 곽 전 의원마저 혐의 입증에 실패하고 말았다. 50억 클럽 멤버 대부분이 법조계 거물임을 감안하면 ‘제 식구 감싸기’에 따른 부실 수사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판결로 대장동 의혹의 한 축인 ‘50억 클럽’(정관계 로비)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그동안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특혜(배임) 의혹에만 수사력을 집중하고 ‘50억 클럽’ 수사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했다. 

JTBC '뉴스룸' 2월 9일 보도화면 갈무리 

한편, JTBC는 8일 김만배 씨가 2020년 3월 정영학 회계사에게 '50억 클럽'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육성 파일을 보도했다. 김만배 씨는 '50억 클럽' 연루 인사들의 이름을 반복했다. 김만배 씨는 "모자라는 금액이 자, 50개가 몇 개냐, 한번 세어볼게"라며 "최재경,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선근, 권순일, 그러면 이게 현재 얼마야 30억이지? 플러스 윤창근 15억, 강한구 5억"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만배 씨는 "아, 이거 잘못했네. 다시 처음부터"라며 "최재경, 김수남, 곽상도, 권순일, 홍선근, 최재경, 곽상도, 김수남, 권순일, 박영수, 홍선근. 이게 현재 둘, 넷 여섯 60억이지?"라고 말했다. 현재 김만배 씨는 자신이 허언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50억 클럽' 연루 인사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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