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출신인 곽 전 의원을 불구속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엉터리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언론비판이 이어진다.

곽 전 의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자산관리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있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구속영장 기각 이후 2일 새벽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임직원 등에 컨소시엄 유지를 청탁했다며 이를 근거로 곽 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의 대가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2018년 9월 곽 전 의원이 서울 한 음식점에서 김 씨를 만나 대가를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대가성 입증이 까다로운 뇌물수수 혐의 대신 알선수재 혐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일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언론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50억 클럽'에서 가장 혐의가 뚜렷한 곽 전 의원의 영장청구가 기각된 배경에 검찰의 부실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 혐의에 대한 기초적 사실관계, 다시 말해 육하원칙에 따른 혐의 구성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이 청탁을 받은 경위, 일시,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는데 법원이 곽 전 의원 손을 들어줬다.

동아일보 3일 사설 <곽상도 부실 영장, 청구 시늉만 한 엉터리 아닌가>

3일 동아일보는 사설 <곽상도 부실 영장, 청구 시늉만 한 엉터리 아닌가>에서 "판사가 '하나은행 누구에게 청탁을 한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며 "검찰은 청탁 대상과 일시 같은 기본적 범죄 구성 사실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기각될 것이 뻔한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검사 시절 뇌물이나 알선수재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쉽게 드러날 방식으로 돈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검찰은 단 한 차례 소환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을 청구하는 시늉만 하고 불구속 상태로 흐지부지 끌고 가려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검찰이 제대로 이 사건을 파헤치지 못한다면 "나중에 이 수사를 수사받는 불명예를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세계일보는 사설 <‘50억 클럽’ 곽상도 영장 기각, 檢 수사 의지 있긴 한 건가>에서 "영장 기각을 의도한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오죽하면 곽 전 의원이 '입증 책임이랑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 건 검찰'이라며 '지금 아무런 내용도 없어서 제가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겠나"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정치권에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곽상도 영장 기각, 검찰 무능 자인한 엉터리 수사 결과다>에서 "우리 검찰 수준이 고작 이 정도였나"라며 "'50억 클럽' 수사가 태산명동서일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주장한 화천대유 관련 명단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곽상도 영장 기각, ‘50억 클럽’ 수사 손놓은 검찰>에서 "화천대유 김만배씨 진술에다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 원의 물증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며 "'제 식구 감싸기'식 부실수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50억 클럽에 등장하는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언론사주 홍모 씨를 잇따라 소환해 조사를 벌였지만, 압수수색은 단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다"며 "금전거래를 했다는 물증은 있지만 로비 등 대가성은 여전히 미확인 상태다. 곽 전 의원의 항변처럼 '나머지 안사들에 대한 면죄부 수사'가 진행된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썼다.

곽 전 의원은 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지금 문제되는 건 저 밖에 없다"며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 검찰이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50억 클럽'이 실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곽상도 영장 기각, 로비 수사도 망신 산 검찰>에서 "혐의 입증이 가장 쉬운 곽 전 의원조차 신병 확보를 못했다니 당혹스럽다"며 "영장이 기각된 이유를 보면 검찰 수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26명의 검사로 꾸려진 대규모 수사팀이 2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끝에 내놓은 결과가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며 " 도대체 무엇을 자신한 것인가.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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