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2020년 상반기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북부지검은 3일 심사위원 A·B·C 씨에 대해 소환조사를 실시했으며 4일 심사위원 D 씨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섰다.

종편 심사위원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를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하고, 심사위원들의 자택·사무실·이메일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9월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에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에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복수의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검찰은 방통위 공무원들이 재승인 심사 점수를 심사위원들에게 누설했고, 점수를 받아본 심사위원들이 TV조선의 점수를 낮췄다고 보고 있다. 방통위 공무원들이 공무상 기밀을 누설했으며 심사위원들은 방통위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심사위원들에게 재승인 심사 당시 방통위 공무원들과 TV조선 점수에 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는지, TV조선 점수가 궁금하지 않았는지, 심사위원들끼리 모여 의논한 적은 없는지 등을 질문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은 방통위 공무원들로부터 점수에 관한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고, 점수 수정은 심사위원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이다. 한 심사위원은 미디어스에 "점수가 낮다고 재승인 거부가 된 적도 없는데 TV조선 점수가 왜 궁금하겠나"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이뤄진 2017년 상반기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은 625.13점을 받아 기준점에 미달하고도 재승인을 받았다. 방통위가 방송사 허가를 취소한 사례는 2004년 iTV경인방송이 유일하다.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TV조선 평가점수는 2020년 3월 19일 저장됐다가 다음 날인 2020년 3월 20일 수정 저장됐다. 2020년 상반기 종편·재승인 심사위원회는 3월 16일부터 3월 20일까지 총 5일간 운영돼 심사기한 내 점수 수정이 이뤄졌다. 

검찰은 점수가 수정된 시간 사이에 재승인 심사 장소 어딘가에서 조작이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020년 3월 19일 밤 11시 58분부터 2020년 3월 20일 오전 9시 44분 사이 '불상경'('알지 못한다'는 뜻의 일본어 투 한자어), 코바코 연수원 내 '불상'의 장소에서 방통위 공무원들의 불법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지목한 특정 시간대는 처음 점수가 기입된 시각과 이후 수정된 시각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방통위 기관운영감사 과정에서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된 정황을 확보했다며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수사에 나섰다. 감사원이 확인했다는 '정황'은 수정 전 점수가 병기돼 있는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로 추정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TV조선 심사는 심사위원 선정부터 운영까지 철저하게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회에서 의결하기 전까지 심사위원들은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며 "그런 사례들은 기존 재허가·재승인에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점수표에 수정 전 점수가 병기돼 있는 이유에 대해 "과거에 심사위원이 수정을 하겠다고 요구하면 용지를 바꿨다고 한다. 그런데 저희 들어와서 투명하게 수정하는 절차들을 기록지에 남겨두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용지를 바꿔주지 않고 채점한 용지에 사선을 긋고 사인하는 것으로 남겨두었다"면서 "그것이 지금 얘기되는 자료"라고 말했다.

2020년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은 653.39점을 받았지만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 평가를 받아 청문절차를 거친 뒤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한 심사위원은 TV조선의 중점심사사항 중 일부 항목 점수를 기존보다 올려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심사위원 한 명은 중점심사사항이 아닌 다른 항목의 점수를 수정했다.

심사 당시 TV조선 법정제재·행정지도 건수를 보면 2018년 39건, 2019년 41건, 2020년 38건으로 이전과 비교해 건수가 줄긴 했지만 종편 4사 중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2020년 TV조선·채널A 재승인과 관련해 방통위에 접수된 시청자 의견은 이들 방송사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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