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가짜수산업자 사기 사건 주범 김 모 씨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법조인·언론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일부 언론인이 김 씨로부터 유흥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법조인·언론인들에 대한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위반 공소장에는 TV조선·조선일보·중앙일보 출신 언론인들과 법조인들이 사기범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구체적 사실관계가 적혀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언론인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 후원, 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 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

왼쪽부터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 이가영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진=연합뉴스, 관훈클럽)
왼쪽부터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 이가영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진=연합뉴스, 관훈클럽)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 차량·수산물 제공에 '유흥접대'까지 받아

TV조선 앵커 출신인 엄성섭 전 앵커는 가짜수산업자 김 씨로부터 유흥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엄 전 앵커는 지난 2019년 12월 20일 경북 포항 남구 장기면 모 풀빌라에서 김 씨와 김 씨 측근들과 함께 김 씨가 섭외한 유흥주점 여성접대원 4명과 술과 유흥을 즐겼다.

김 씨는 여성접대원 4명에게 각각 100만 원의 봉사료 명목의 돈을 입금했고, 엄 전 앵커를 접대한 여성접대원에게만 30만 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검찰은 엄 전 앵커가 김 씨로부터 110만 원 상당(400만 원 ÷ 남성 5명 + 엄 전 앵커에게 발생한 여성접대원 추가비용 30만 원)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엄 전 앵커는 김 씨로부터 차량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엄 전 앵커는 김 씨가 렌터카 업자로부터 1개월에 180만 원을 주고 빌린 벤츠C220 차량을 인도받아 지난 2020년 1월 31일 경까지 무상 운행했다. 또 김 씨가 사들인 아우디A4 차량을 2020년 8월 31일 경까지 무상으로 운행했다. 엄 전 앵커는 2020년 9월 1일 김 씨가 사들인 K7 차량을 받아 지난해 3월 10일까지 공짜로 몰았다.

이 밖에도 엄 전 앵커는 2020년 1월 18일 김 씨로부터 40만 원 상당의 대게·고동, 같은 해 7월 28일 12만 원 상당의 독도새우를 배송받았다. 검찰은 엄 전 앵커가 유흥접대, 차량 무상제공, 수산물 수수 등 2년간 약 1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위), 중앙일보 로고.
조선일보(위), 중앙일보 로고.

골프채 받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외제차 제공받은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가짜수산업자 김 씨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골프채를 선물받았다. 이 전 논설위원은 지난 2020년 8월 15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보광로 모 골프창에서 이방현 검사를 통해 김 씨로부터 305만 원 상당의 '캘러웨이' 골프클럽 세트를 제공받았다.

이 전 논설위원은 2020년 1월 18일 김 씨로부터 40만 원 상당의 대게·고동, 같은 해 7월 30일 12만 원 상당의 독도새우 등 수산물을 자택으로 배송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 전 논설위원이 김 씨에게 357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가영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김 씨로부터 차량을 무상으로 대여받아 운행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지난 2019년 10월 2일부터 7일까지 100만 원에 빌린 포르쉐 마칸 차량을 받아 렌트기한 만료일까지 무상 운행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김 씨가 2019년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30만 원의 렌트비를 내고 빌린 BMW 차량을 렌트기한 만료일까지 끌었다. 이 전 논설위원은 김 씨가 2019년 11월 28일부터 2개월 렌트비 450만 원으로 빌린 포르쉐 마칸 차량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운행했다.

이 전 논설위원은 2020년에도 김 씨가 9월 3일부터 13일까지 150만 원의 렌트비를 지불하고 빌린 BMW 차량을 무상으로 운행했다. 검찰은 이 전 논설위원이 총 535만 원의 금품을 김씨로부터 수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검찰청(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검찰청(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짜 수산업자, 현직 검사 딸 학원비 대줘…박영수 특검 외제차 빌려주기도

가짜수산업자 김 씨는 이방현 광주지검 부부장 검사(금품 제공 당시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검사)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 이 검사는 2020년 1월 22일 김 씨가 빌린 포르쉐 마칸 차량을 하루 무상운행(7만5000원)했고, 2020년 1월 23일부터 25일까지 가족여행이 필요한 카니발 차량을 김 씨로부터 제공받아 42만 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

또 이 검사는 김 씨로부터 2020년 1월 18일부터 2020년 12월 26일까지 8회에 걸쳐 대게·고동·독도새우·장어·문어·전복 등 수산물 220만 원어치를 제공받았다.

이 검사는 김 씨의 소개로 딸이 노래, 댄스, 연기 학원에서 교습을 받게 했지만 학원비를 납입하지 않았다. 김 씨는 2020년 7월 10일부터 11월 2일까지 6회에 걸쳐 이 검사 딸의 학원비 329만 2600원을 대납했다. 김 씨는 2021년에도 1월 29일부터 3월 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 검사 딸의 학원비 250만 원을 대신 내줬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김 씨가 2020년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250만 원의 렌트비를 내고 빌린 포르쉐 파나메라 차량을 무상으로 운행했다. 박 특검은 김 씨로부터 2020년 1월 18일과 7월 28일, 12월 10일 세 차례에 걸쳐 86만 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기도 했다.

월간조선 출신 정치인, 가짜 수산업자에게 언론인·법조인 소개

가짜수산업자 김 씨가 유력 언론인·법조인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한 언론인 출신 정치인 때문이다. 2016년 11월 25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대구교도소에서 복역한 김 씨는 같은 교도소에서 수형 중이던 월간조선 기자 출신 송승호 씨를 알게 됐다.

김 씨와 송 씨는 출소 후에도 연락을 하고 지냈고, 송 씨는 2019년 5~7월 경 김 씨에게 박영수 특검과 엄성섭 전 앵커를 소개했다. 또 2019년 11월 박 특검은 이방현 검사를 김 씨에게 소개했다. 김 씨는 송 씨에게 소개받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측을 통해 이동훈 전 논설위원과 이가영 전 논설위원과 친분을 맺게 됐다. 김 씨는 언론인·법조인들에게 자신을 포항지역에서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수산업자로 소개했다.

김 씨는 2018년 6월 경부터 '선동오징어'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7명으로부터 116억2000여만 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무성 전 대표의 형 김 모 씨는 김 씨에게 86억 4000만 원가량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고, 송 씨도 17억 400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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