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재허가 심사 합격 기준점수에 미달한 SBS와 KBS 2TV에 대해 3년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TY홀딩스 출범으로 소유경영분리 훼손 논란이 제기되는 SBS에 방통위는 TY홀딩스의 투자방안 마련, 종사자 대표와의 성실 협의 등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가했다.

방통위는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21개 지상파방송사(162개 방송국) 재허가를 의결했다. 앞서 재허가 심사위원회 결과 SBS와 KBS 2TV는 각각 641.55점, 647.13점을 획득해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1000점 만점) 미만을 받았다. 두 방송사는 '조건부 재허가' 또는 '재허가 거부' 대상에 해당돼 방통위는 지난 14일 청문을 진행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청문주재자(김충식 가천대 특임부총장)는 SBS에 대해 "유료방송사와의 경쟁관계를 지상파 공적책임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재허가 심사 기본점수 미달로 나타났다"며 "직접적인 계기는 방송평가에서의 낮은 점수다. 광고관련 규정 위반, 방송심의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고, 감점을 많이 받은 것에 대해 체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문주재자는 "TY홀딩스 설립으로 지배구조개편이 예산되는데 공적기능 수행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대주주의 소유·경영분리원칙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며 "방통위 TY홀딩스 설립 사전승인조건 이행과 관련해 재허가 심사위원회에서 일부 이행이 미진하다고 평가했다. (SBS)종사자 대표와 성실 협의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조건을 부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6월 방통위는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의결했다. 태영건설이 '태영건설'(건설사업)과 'TY홀딩스'(환경·레저·방송사업) 분할 상장을 공시한 데 따른 방통위 심사 결과다. 당시 방통위는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 준수 ▲SBS의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SBS 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 개편 등 경영 계획 마련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 해소 ▲법인 신설에 따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제고 방안 마련 ▲이행각서의 성실한 이행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특히 방통위는 '경영계획 수립 시 SBS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TY홀딩스 출범 이후 대주주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승인조건 이행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회장이 노조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태영그룹은 윤 회장이 아닌 TY홀딩스 대표와 노조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KBS 2TV와 관련해 청문주재자는 "KBS 2TV는 시사·보도·교양 중심인 1TV와 편성보완 구조 속에 드라마·예능·오락 등 문화·여가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편성, 방송평가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영방송으로서 차별성 있는 제작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고품질 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평했다. 특히 청문주재자는 "최근 가상광고 규정 위반으로 감점이 많은 것은 KBS가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재허가를 계기로 1TV, 2TV 역할분담 개선과 공영방송 공적책무에 충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TV 정체성 확립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청문결과에 따라 방통위는 SBS에 대한 재허가 조건으로 ▲최다액출자자(TY홀딩스) 등에 유리한 보도·홍보성 기사 등을 통해 방송이 사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것 ▲SBS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 ▲SBS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다액출자자 투자 등 기여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부가했다. KBS 2TV에는 ▲방송평가 미흡 항목 개선계획의 충실한 이행 ▲방송콘텐츠의 공공성·공익성 제고 및 콘텐츠 차별성 확보 계획 제출 등을 조건으로 부가했다.

이날 국민의힘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원안에 동의하면서도 소유경영분리 원칙을 강조한 SBS 재허가 조건에 대해 '과도한 행정개입'이라며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소유경영분리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지만 최다액출자자와 종사자 대표 성실협의 조건에는 회의적"이라며 "향후 투자·운영계획을 노조와 상의해서 가져오라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노조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미래가치를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SBS 사원대표 성실협의 조건이 과연 방통위가 개입할 내용인지 의문"이라며 "TY홀딩스 출범 배경이 있지만 과도한 행정개입 아닌가. 조건을 성실히 이행하고 방통위가 이를 점검하면 될 내용이 관례적으로 나열됐다"고 말했다.

SBS, KBS 사옥 (사진=미디어스, KBS)

방통위는 이번 재허가 대상 지상파방송사 전체를 대상으로 계약직·파견직·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인력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행하도록 하는 조건을 부가했다. 이와함께 지상파방송사들은 비정규직 인력현황과 근로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를 매년 4월 말까지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또 방통위는 KBS·MBC·SBS·EBS 등 지상파4사에 대해 프로그램에서 특정 건강보조식품을 소개하고 인접한 시간대에 TV홈쇼핑에서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홈쇼핑 연계편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품협찬 사실을 방송에서 3회 이상 고지할 것을 조건으로 부가했다.

앞서 재허가 심사위원회는 방송사 지배구조, 비정규직 인력 관리 현황, 연계편성 현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사례와 법원 판결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세부심사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번 재허가 심사가 지상파방송사업자가 방송환경이 어려워지고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공적 역할과 책무를 다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방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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