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시민단체 '방송독립시민행동'이 SBS 경영에 대한 상시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촉구했다. SBS는 재허가 합격 기준 점수에 미달해 방통위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언론·시민단체 연대체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14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통위가 SBS에 대해 강력한 재허가 조건을 부과하고, 실질적 이행을 담보할 것을 요구했다.

언론·시민단체 연대체 '방송독립시민행동'은 14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허가 점수에 미달한 SBS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재허가 조건 부과 촉구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방송독립시민행동)

지난 3일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결과, SBS와 KBS 2TV가 각각 641.55점, 647.13점을 획득해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1000점 만점) 미만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이들 방송사에 대해 청문절차를 진행한 뒤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를 오는 18일 의결한다. 방통위는 오늘(14일) SBS 경영진을 대상으로 청문을 진행 중이다.

시민행동이 SBS 경영에 대한 상시적 감시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SBS 대주주 태영그룹의 TY홀딩스 체제 개편과 이에 대한 방통위 조건부 승인 결정이 있다.

지난 6월 방통위는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의결했다. 태영건설이 '태영건설'(건설사업)과 'TY홀딩스'(환경·레저·방송사업) 분할 상장을 공시한 데 따른 방통위 심사 결과다. 당시 방통위는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 준수 ▲SBS의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SBS 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 개편 등 경영 계획 마련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 해소 ▲법인 신설에 따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제고 방안 마련 ▲이행각서의 성실한 이행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특히 방통위는 '경영계획 수립 시 SBS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TY홀딩스 출범 이후 대주주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승인조건 이행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회장이 노조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태영그룹은 윤 회장이 아닌 TY홀딩스 대표와 노조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달 25일, 윤 회장과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방통위 재허가 의견청취를 이틀 앞두고 만났다. 윤 본부장은 SBS에 대한 태영그룹 차원의 재투자를 요구했지만 윤 회장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윤 회장 직접 대면과 태영그룹 차원의 재투자를 촉구하는 까닭은 애초 태영건설이 SBS의 자산 1227억원으로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를 설립, SBS미디어홀딩스를 통해 SBS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TY홀딩스가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 합병해 SBS를 직접 지배하는 방식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를 해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TY홀딩스 손자회사인 SBS가 12개 자회사 지분 100%를 확보하거나 자회사 지분을 일괄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데, 이 같은 방식이 아니라 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단계를 줄여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를 해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SBS에 대한 윤 회장의 지배력은 강화되고, 애초 SBS 자산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자산은 TY홀딩스로 이전된다.

TY홀딩스가 SBS미디어홀딩스 흡수 합병하게 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가 해소된다. (표=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시민행동은 "재허가 심사 결과 방통위가 부과한 조건 중 대주주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며 "지난 6개월 동안 윤 회장은 방통위가 부과한 조건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다 청문을 며칠 앞두고 미봉책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TY 홀딩스 출범 이후 보여준 대주주 윤 회장의 행보는 10개 지상파 지역방송과 종편 등 민방 사주들에게 중요한 선례가 되고 있다. 사주가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그룹 경영에서 방통위 심사만 임기응변으로 넘긴다면 사주 일가의 사익추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17개에 달하는 조건으로 재승인을 받은 MBN은 또 어떤가. 매경이 17개 조건을 17장의 문서로 제출하며 이행했다 항변하면 방통위는 이마저도 받아줄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행동은 방통위에 ▲윤 회장에게 변경허가 조건의 불성실한 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고 최소 3개월 간격의 이행실적 보고를 요구할 것 ▲시기별 이행실적 보고는 반드시 대주주 윤 회장이 하도록 하고, 부실 이행 시 재허가 취소를 경고할 것 ▲윤 회장이 SBS에서 유출시킨 방송수익과 기능을 제자리에 환원하도록 근본적 방안을 마련할 것 ▲방송을 대주주 사익추구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전횡을 막을 수 있도록 상시적 감시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강제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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