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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아나운서로 보는 시선이 더 무섭다”MBC 계약직 아나운서 '서포터즈' 첫 모임...노동부 '직장내 괴롭힘 아니다' 판단에 “면죄부라는 꿀팁”
김혜인 기자 | 승인 2019.10.01 08:59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 27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는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들(이하 계약직 아나운서)을 응원하는 이들이 ‘서포터즈’란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MBC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라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MBC 경영진이 교체된 이후 MBC를 나갔던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5월 법원에서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신청이 인용돼 복직했다. 이후 MBC는 이들에게 아나운서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기존 아나운서국과 별개의 공간에 배치했으며 사내 인트라넷 접속을 차단했다. 아나운서들은 이런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노동부에 진정했지만 노동부는 MBC가 상황 해결을 위해 조처를 하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된 이후 현재 상태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련기사 =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첫 판단,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

27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열린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서포터즈' 첫 모임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선영, 엄주원, 박지민, 김민호, 안주희, 정슬기 아나운서 (사진=미디어스)

‘서포터즈’ 첫 모임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 시민 등 30여명은 노동부의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영주 라이더유니온 활동가는 “(의원실 비서관 신분으로) 작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되는 과정에 참여했다”며 “이러려고 법을 만들었나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 어떻게든 법을 만든 이들이 책임지고 보완해야 된다는 생각에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 스태프는 “노동부의 결정을 보고 어디서부터 문제 삼아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다”며 “우선 이분들과 함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이 싸움은 옳고 정당하다고 생각해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왔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노동청 직원 A씨는 “기사가 뜬 걸 보고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왔나 싶어서 직접 관심 있게 알아보려고 찾았다”고 말했다.

뉴스를 접하고 찾아온 일반인도 있었다. 일반인 A씨는 “댓글로 응원하기보다는 직접 와서 응원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아 시간을 내서 왔다”고 말했다. 노무사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 B씨는 “아직 정식적인 법인 소속은 아니지만 노동부의 판단에 의구심이 들어 찾아 왔다”고 말했다.

이날 서포터즈 모임에는 직장갑질 119, 주권자전국회의, 인권중심 사람, 한빛미디어인권센터, 정치하는 엄마들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법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관계자를 포함해 30여 명이 모였다.

27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열린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서포터즈' 첫 모임에서 지난해 퇴사 이후 경과사항을 지켜보고 있는 서포터즈 모습. (사진=미디어스)

서포터즈들의 응원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자신들을 ‘적폐’로 규정짓는 시선과 맞서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계약직 아나운서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이선영 아나운서는 “2018년 5월 우리는 부당한 일을 겪었다고 생각해 자신 있게 광화문 광장에 나갔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한 기사 아래에는 6천, 7천개의 욕이 달리더라”며 “우리가 순진했다”고 말했다.

이선영 아나운서는 “MBC가 지난한 고통 끝에 정상화라는 타이틀을 걸었고 최승호 사장이 부임했지만, 최 사장의 결단은 우리를 내보내는 것이었다”며 “자연스럽게 우리는 정상화 과정에서 내보내졌다는 이유로 ‘적폐 아나운서’가 됐다”고 말했다.

엄주원 아나운서는 지난해 MBC에서 해고된 뒤 갑상선 암 판정을 받고 노동부 판단까지의 지금의 상황이 “누군가가 짜놓은 (비극의) 각본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다시 방송에 돌아간다 하더라도 시청자분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면 어쩌나 아무런 의욕이 들지 않는 시점에서 서포터즈를 만나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과 서포터즈는 노동부의 판단에 반발하며 정상적인 업무 복귀를 위해 계속해서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이선영 아나운서는 “노동부는 가해자인 회사가 이정도 노력했다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노동부는 앞으로 누군가 신고했을 때 그 괴롭힘이 해결되든 말든 회사가 조치를 하면 면죄부를 준다는 ‘꿀팁’을 사용자들에게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정이 법이 보완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주희 아나운서는 “우리는 12층에 ‘식물처럼’ 앉아만 있지만 함께 싸울 수 있는 이들이 많아서 다행”이라며 “만약 MBC가 우리 중 3, 4명을 정규직 아나운서로 합격시켰으면 우린 끝까지 뭉쳐서 싸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서로를 위로하며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시민단체 분들은 많이 왔지만 언론 운동하는 분들은 한 분도 안 왔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복직 운동이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점”이라며 “이들을 사회 적폐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 적폐로 만든다고 지난 힘들었던 세월을 갚는 게 아니다”고 당부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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