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용노동부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낸 첫 진정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라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측은 "회사가 요식행위로 보인 시도를 근거로 면죄부 준 판결"이라며 노동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26일 오후 MBC를 상대로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진정사건에 대한 판단 결과를 발표했다. 진정이 접수된지 두달 여만이다.

지난 7월 16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MBC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1호 사업장으로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 (사진=미디어스)

노동부는 “회사측이 진정인들의 신고에 따라 조사위 구성 및 조사실시와 권고안 발표 이후 순차적 개선시도 등을 수행한 데 대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보여지지 않아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동 건을 행정 종결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진정인인 계약직 아나운서측은 "회사가 요식행위로 보인 시도를 근거로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계약직 아나운서측 법률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진정 이전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었지만 진정 이후 회사가 타협안을 냈고 이를 아나운서측이 거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판단이냐”며 노동부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아무 내용으로 협의만 하면 직장 내 괴롭힘은 없던 게 되는 것이냐. 노동부가 회사에 개선할 시간을 계속 주도록 내버려두는 게 맞는지 회의에 빠진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판단 이전 상황, 양측 협의했을 뿐 시정되지 않아

지난 7월 16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근로법 개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 MBC를 진정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2016년, 2017년 입사했고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된 이후 법원 판단으로 지난 5월 27일 복직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복직 이후 MBC로부터 업무를 부여받지 못했다. 또한 아나운서실(9층)이 아닌 별도의 근무공간(12층)에 배치됐으며 사내 인트라넷 접속이 차단되자 진정서를 냈다.

진정 이후, ‘MBC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에 따라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적절한 직무 부여 등 조치를 취하라고 MBC에 권고했다. MBC는 권고에 따라 사내 인트라넷 차단은 시정했지만 업무 미부여와 별도 근무 공간 배치는 MBC와 아나운서 간 조율이 오갔을 뿐 결과적으로 시정되진 않았다.

또한 MBC는 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난달 2일 비방송 업무인 ‘2020년 한글날 다큐멘터리 기획업무’를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부여했다. 이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통상적으로 아나운서들이 했던 업무가 아니라며 거절한 뒤 비고정MC 방송업무 부여를 요청했다.

이후 MBC는 노동부 조사기한이 끝나기 이틀 전인 24일, 라디오 방송 현장 교육을 한 뒤 평가를 반영해 일부 방송에 투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교육 부여’로 업무 투입이 보장되지 않아 부당하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