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가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의 '직장 내 괴롭힘' 진정과 관련해 업무공간 격리, 업무 미부여 등의 문제를 "노동인권 측면에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MBC는 이 사건 관련 본안소송 1심 판결이 아나운서측 승소로 이어질 시 단체협약에 따라 1심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MBC는 아나운서들에 대한 방송업무 부여는 불가하며 방송 외 적절한 업무를 찾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MBC는 경영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직장 내 괴롭힘' 진정에 대한 조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받아 회사에 복귀한 아나운서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첫 날 ▲업무공간 격리 ▲업무 미부여 ▲사내 인트라넷 접속 차단 등을 이유로 MBC를 '1호 위반 사업장'으로 진정한 바 있다.

16일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받아 회사에 복귀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MBC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1호 사업장으로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MBC가 밝힌 조사 경과에 따르면 진정 다음날인 17일부터 MBC는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사규에 따라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아나운서들에게 사내 업무포털에 대한 접속을 허용했다. 이후 MBC는 18일 김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를 위원장으로, MBC 기획조정본부 이 모 부국장과 감사국 엄 모 차장을 위원으로 둔 조사위를 꾸렸다. 아나운서측 면담과 회사관계자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30일 조사결과가 최 사장에게 보고됐다.

기자간담회에서 정영하 MBC 정책기획부장은 "조사위는 법률상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자격 요건을 우선 들여다봤다"며 "조사위는 가처분 결정을 통해 임시 근로자 지위에 있으며 해고무효소송을 진행 중인 신고자들에 대해 정규지위에 있는 일반근로자에 대한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전제했다"고 설명했다. 아나운서들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엄격한 적용이 어렵다는 게 조사위의 조사 전제다.

이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 조사위는 업무 미부여와 공간 격리 관련 회사의 조치는 "1심 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의 임시 처우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며, 의도적으로 신고자들을 괴롭히기 위해 시행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6개월 이상 시청자들을 상대하는 직무의 특수성 ▲기존 아나운서들이 이미 프로그램에 모두 배정되어 있던 점 ▲12층 사무실은 필요시설을 갖춘 사무공간인 점 ▲기존 아나운서들과 같은 공간 사용은 갈등의 골이 깊은 양측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MBC가 고려했다는 게 조사위의 판단이다.

다만 조사위는 "신고자들은 해당 조치들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노동인권의 측면에서 신고자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오해와 소모적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현 상황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 하에 조사위는 "신고자들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아나운서국의 고유 업무 중 적절한 직무를 부여할 것", "신고자들에게 부여된 업무수행의 효율성을 위해 아나운서국 사무실 배치를 원칙으로 하되, 아나운서국 공간사정과 업무배치 상황을 고려해 시행할 것"을 MBC에 권고했다.

31일 MBC는 경영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직장 내 괴롭힘' 진정에 대한 조사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조능희 MBC 기획조정본부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MBC)

이에 대해 정 부장은 "업무공간 문제는 기존 아나운서국의 책상이 3개가 비어 있고, 7명의 아나운서분들이 있어 두 공간을 아나운서국으로 같이 활용하는 것이 아나운서국의 생각"이라며 공간상의 문제로 두 사무실을 아나운서국으로 활용하나 기존 아나운서들과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부여와 관련해 정 부장은 "방송의 경우 캐스팅의 영역은 제작진에게 권한이 있다"며 "기존 아나운서들과 같은 규칙 하에서 부여가 어디까지 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능희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아나운서들의 방송업무 부여 여부와 지난 기간 업무 미부여의 이유를 묻는 질의에 "임시로 지위를 회복한 근로자에게 프로그램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나운서 업무의 특수성상 맞지 않다"며 "기존 아나운서들 중에도 방송을 하지 않는 아나운서들도 있다"고 답했다. 같은 시각 MBC는 조사위 권고에 따라 이날 오전 계약직 아나운서측과 업무공간 재배치, 업무부여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MBC측은 업무부여의 경우 방송업무를 제외한 여타 직무에 대해 아나운서측과의 논의를 이어간 후 직무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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